映畵살롱

한국에서 아무리 적은 비용을 들인다하더라도 한 편의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홍보와 배급을 하려면 35mm 극영화는 최소 15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는 디지털 캠코더 한 대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최소인력과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만 있으면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다.
99년 흥행작인 「블레어 위치」는 우리 돈 약 2천 7백만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미국에서만 개봉 석 달만에 1백70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또한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8백만 원의 제작비로 완성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영화의 붐이 일어나는 이유는 저렴한 제작비로 영화를 보다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16mm 단편영화로 수업을 받던 감독 지망생들이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디지털 영화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최근 각종 영화제와 인터넷은 디지털 영화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작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디지털 삼인삼색’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박광수, 김윤태, 장 위엔 감독이 각자 디지털로 30분여의 영화를 만들었다. 대안영화제를 표방한 이 영화제에서 디지털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이밖에 각종 영화제에서 디지털 영화는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인터넷 영화관의 등장은 배급에 일익을 담당했다. 인터넷 영화관들이 주로 비디오를 코딩하여 인터넷상에서 상영하다가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호기심과 기대에 비해 영화의 품질이 그렇게 높지 않았고, 특히 화면은 잦은 버퍼링으로 인해 화면이 멈추거나 일그러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선보였던 김지운 감독의 「커밍아웃」이나 장 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Lee)」 세 편은 영화적 완성도도 뛰어나고 디지털의 단점을 보완해 이른바 인터넷 대박영화를 탄생시켰다. 인터넷 영화관 씨네포엠을 통해 개봉했던 이 디지털 영화의 총 접속자 수가 2월 13일 3백만을 돌파한 것이다. 작년 8월 초 개봉했던 「커밍아웃」이 1백만, 9월 말 개봉했던 「극단적 하루」는 70만, 12월 개봉했던 「다찌마와 리」는 1백30만 명의 접속자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충무로 연출력과 인터넷 영화관의 행복한 만남으로 평가된다. 극장용 상업영화를 재상영하는 보편적인 인터넷 영화관의 추세에 비추어볼 때 씨네포엠의 성공은 인터넷 영화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영화는 아직 실험 중이다. 디지털의 단점은 화면의 느낌이 약하고 심도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을 때의 화질과 편집 후 극장상영을 위해 키네코 작업을 하면서 나타나는 화질의 감소는 선결 과제이다. 그리고 디지털 영화를 영화제나 인터넷말고 일반 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지 않는 이상 온전한 하나의 영화제작 방식으로 어떻게 자리매김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