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術살롱

인사동에서 가장 볼만한 전시장은 단연 갤러리 사비나이다. 그래서 어느 평론가는 “인사동에 사비나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여기를 오느냐” 대꾸한다. 그만큼 갤러리 사비나의 전시는 거의 예외 없이 매스컴의 각별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커버린 이유와 배경에는 사비나 기획실의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 그리고 희생적인 신념으로 전시를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각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2월 28일에서 3월 26일까지 열린 `「노컷(No Cut)展(전)」은 평소에도 공격적인 전시회로 이름 높은 갤러리 사비나로서는 그래서 전혀 예상을 뒤엎는 것은 아니다.
출품작의 이데오로기 문제로 전시 오픈 전부터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노컷전」은 어쩌면 출품작 대부분이 이런 저런 이유로 표현하길 꺼려했던 작품들이 테마가 되고 있다.
우선 여기 20여점의 주제는 미술과 섹스 그리고 정치적인 모습을 띠고있다.
여고생의 性器(성기)를 리얼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묘사한 최경태의 그림, 자유로운 전람회란, 「앙데팡당전」에서 철거됐던 정복수의 「밟아주세요」. 80년대 민중화가인 신학철이 제작한 군부독재와 정경유착의 현실을 비판한 「6월 항쟁도」, 이왈종의 다양한 체위의 「춘화도」, 이 외에도 철로 만든 꽃 팬티 조각 등 그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드물게 미성년자입장불가이다.
화랑측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검열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고 작가들에게 창작의 의욕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작은 시작”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히며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주목했다.
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송필용의 「화려한 휴가―학살」, 전직 대통령들의 목에 섬뜩한 칼을 꼴라쥬로 처리한 박불똥씨의 「칼을 받아랏!」과 한쪽엔 김일성 부자 사진을 넣은 인공기, 그리고 다른 쪽엔 태극기와 성조기를 가지고 합성시킨 국가문제를 다룬 안성금 작 「아! 한반도」. 똥으로 도배질을 한 여의도 국회 의사당의 모습을 그린 안창홍, 에로틱한 춘정을 묘사한 이흥덕, 우창훈, 성동훈, 조광현씨 등 모두가 성에 관한 적나라한 표현들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즐길 수 있다.
예술이 발언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이다. 이 전시는 그러한 불행한 시대가 아직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노컷트라는 짤리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훌륭한 기획과 숱한 화제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그 주제의 흩어짐으로 보다 명료한 메시지를 주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인 아니면 섹스에서, 아니면 풍자에서 한가지 주제를 선택함으로써 그 날카로움으로 기획자가 원하는 메시지의 울림을 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컷전」이 너무 다양한 목소리를 작은 공간에서 보여주려는 욕심이 많아서일까 ?
그러나 어쨌든 이 전시는 성공을 했다. 물론 기획 된 작가의 그림이나 성격이 애초의 기획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물론 ‘Cut’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