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樂살롱

악기의 역사에도 浮沈(부침)이 있다. 19세기는 거문고의 시대, 20세기는 가야금의 시대였다면, 21세기에는 해금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해금은 그동안 한국음악사의 그늘에 가리워 있었다. 해금을 非絲非竹(비사비죽)이라 했다. 현악기[絲]도 아니고, 관악기[竹]도 아니란 얘기다. 한국사람은 전통적으로 撥絃樂器(발현악기)를 좋아했다. 거문고나 가야금처럼 현을 튕겨 소리를 낸 후의 餘音(여음)을 즐겼다. 擦絃樂器(찰현악기)에 속하는 해금은 전통음악에서 대금과 피리 등의 관악기와 같거나 비슷한 선율을 연주할 뿐이었다.
제 소리가 있음에도 제 가락을 갖지 못한 해금이 20세기말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한다. 해금 특유의 鼻聲(비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해금이 끝까지 자기 목소리를 지켜 온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까. 서구의 바이올린이나 중국의 얼후[二胡]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해금의 매력에 귀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금이 한국음악사의 전면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특별히 김애라, 강은일, 정수년 세 명의 연주가가 주목된다.
정수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이다. 그동안 실내악단 ‘슬기둥’에서 활동했고, KBS국악관현악단 해금수석이었다. 1999년에는 「KBS국악대상」에서 연주상, 2000년에는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정수년하면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이준호 작곡)란 연주곡이 떠오른다. 이 곡을 통해 해금 특유의 애잔한 서정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달 그가 주목할만한 음반을 내 놓는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제목의 이 음반은 ‘한국적인 뉴에이지’를 지향하고 있다. 앞으로 카페 등지에서 야니와 유키 구라모토와 같은 음악들처럼 자주 듣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강은일은 퓨전이란 것이 요즘처럼 트랜드화되기 이전에 퓨전음악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정식 신관웅을 시작으로 강태환, 김대환을 사사했고, 그들과 한 무대에서 협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지난 3월말, 지난해에 이어 일본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이 주최하는 「세계 찰현악기 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그는 해금을 가지고 일본의 NHK챔버 오케스트라, 독일의 살타첼로와 협연을 하기도 했다. 강은일은 지난해 독일의 한 城(성)에서 가서 녹음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음반이 「情(정)」이다. 이 음반속에 주목을 받는 곡은 「볼프강의 선율」이다. 모짜르트와 해금이 만난 공식적인 최초의 음반이 될 것이다.
최근 활동이 두드러지는 연주가로 김애라가 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단원이다. 그는 「ㅅ.ㅣ미기픈믈」, 「국악한마당」, 「퓨전콘서트 가락」 등 방송을 통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젊은 작곡가 이경섭이 만든 해금협주곡 ‘추상’을 연주해 작곡가와 연주가가 동시에 역량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현재 해금분야에는 기량이 우수한 동년배의 연주자들이 많다. 해금은 이들 세대와 그 뒤를 잇는 많은 연주자들에게 의해서 21세기의 한국의 대표악기로 부상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