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文薰淑 崔泰枝 金仁姬 張光烈

문훈숙씨

때: 2001년 3월 17일 오전 9시
곳: 인터콘티넨탈호텔 2225호

▣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갖추어 가는 한국의 직업발레단
張光烈(장광열): 발레 인구가 무척 늘어났다는 것을 공연예술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직업발레단들의 왕성한 활동이 큰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5~6년 전 직업발레단들의 세대교체와 관련, 춤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광주시립무용단의 박경숙 단장까지 포함해 우리나라 직업발레단을 이끄는 네 사람의 발레단의 체질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한국 발레 성장에 큰 힘이 되었음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직업발레단의 내부에 바람직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립발레단의 연봉제, 서울발레시어터의 레퍼토리별 계약제 도입과 메니지먼트사와의 전속 예약, 유니버설발레단은 해외공연이 시즌 중에 네 번에 걸쳐 이루어지는 점 등 세계적인 메이저 발레단의 운영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와의 세 작품 연속 계약 등, 국립발레단의 올해 주요 공연 계획과 함께 개혁의 배경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崔泰枝(최태지): 먼저 6월에 국립발레단 창단 1백 회 기념공연으로 『백조의 호수』가 계획돼 있습니다. 요즘 「해설이 있는 발레」를 하면서 홍승엽, 남정호, 제임스전, 안선숙, 손미숙씨 등 국내 창작 안무자들을 모시고 많은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벌써 5년쯤 됐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레퍼토리가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공연할 계획입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는 주 공연은 유리 그리가로비치씨의 『백조의 호수』와 『스파르타쿠스』, 연말의 『호두까기 인형』이 있습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작은 극장에서 무대세트 없이 현대적인 레퍼토리를 할 계획입니다. 10월에는 중국 정부 초청으로 상하이 공연이 잡혀 있습니다. 내년에는 일본 투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발레단은 매달 「해설이 있는 발레」와 삼성플라자에서의 공연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에 발레를 접하고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재단법인을 시작했는데, 무용수의 호봉에 대해서 우선 말씀을 드리면, 4년제 대학을 나오게 되면 5호봉, 전문대 졸일 경우는 3호봉, 고졸은 1호봉이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되어 문화부에 제기하여 올해부터는 실력에 따른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했고, 성과급도 주기로 하였습니다.
文薰淑(문훈숙): 저희는 3년 전부터 우리나라 발레를 해외에 알려야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출혈을 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해외공연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 발레단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린다면 적어도 3년 후에는 해외에서 제대로 개런티를 받고 초청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제 오는 4월초 캐나다 몬트리올 공연은 완전한 초청공연으로 개런티를 받고 모든 것을 그쪽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공연하게 됩니다. 그리고 8월에는 상하이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미국 공연은 6월에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에서 『라 바야데르』 3회 공연과, 『심청』 2회 공연을 갖고, 10월 중순에는 로스엔젤레스 뮤직센터와 뉴욕의 링컨센터 스테이트홀에서도 공연을 합니다. 이 극장들은 미국의 3대 오페라 하우스로 어떻게 보면 우리 발레단으로서는 중요한 도전입니다. 그곳은 발레를 가장 잘 아는 관객들이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미국에서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심청』을 공연할 때, 한국 기자분들이 『심청』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많이 걱정들을 해 주셨는데 『잠자는 숲 속의 미녀』도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심청』은 반응이 훨씬 더 좋았어요. 한국의 소재를 가지고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창작 작품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예산이라든가, 단원들에게 무리를 주는 것 같아 하지를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그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3월 「컨템포러리 발레의 밤」의 경우에는 지난 2년 동안 지도위원으로 있던 유병헌씨가 부예술감독으로 부임을 하면서 『청춘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분은 음악성과 작품 구성이 무척 뛰어난 분입니다.
2년 전 5월에 문예회관에서 했던 어린이 프로그램이 굉장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들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다시 한 번 할 계획입니다. 군포에서도 「이야기가 있는 발레 공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유병헌씨를 비롯하여 국내의 신인 안무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외국분 한 두 분이 작품을 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 6월쯤에 월드컵에 맞추어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의 안무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봉제를 한 지는 벌써 몇 년 됐습니다. 예전에는 공연수당도 일정하게 단원들에게 주었는데,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씨가 오면서 배역에 따라서 ‘4막 중에 두 막에만 공연을 하느냐, 아니면 4막을 다 공연하느냐’에 따라서도 급여에 차이를 두었습니다. 그 부분은 단원들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는 무용수들이 평생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오래 춤을 추기 때문에, 공연을 하나 하더라도 매우 성숙한 표현력들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용수들이 대학원 가기 전에 잠깐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5~6년 정도 춤을 추고는 한참 무르익을 때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92년부터 러시아에서 와 계셨던 갈리나 케키쉐바 선생님은 무용수들이 그럴 때마다 자기가 볼 때는 지금부터인데 간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시고 울면서 말리시기도 하셨습니다. 직업무용수들은 자기가 평생동안 발레리나여야 한다는 개념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5년 이상 되는 단원들에 대한 연수 혜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광열씨

金仁姬(김인희): 저희는 그런 레퍼토리별 계약제를 만든 것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출을 줄여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단원들에게 너무 적은 봉급을 주었기 때문에, 차라리 잘하는 무용수들은 그만큼 많이 주고, 부족한 무용수들은 그것을 보면서 자신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저희는 정말 잘하는 남자무용수 10명, 여자무용수 10명을 원하는데 아직 비어있고, 상근과 비상근으로 나누어서, 상근 무용수는 계약을 하지만 비상근 무용수는 캐스팅이 되었을 때만 계약을 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계약을 하면 어쨌든 1년간 급여를 받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쉬웠는데, 이제는 다음 캐스팅에 빠지면 안되니까 한 공연 한 공연이 정말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용수들도 더욱 프로의식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고문으로 우리 옆에 계셨던 분이 이사장님이 되셨는데, 어떻게 보면 그 분은 발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신 분인데도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저희 발레단이 처음부터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정말 객관적인 입장에서 순수한 관객의 시각으로 저희에게 지적을 해 주시곤 하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아시아 스타 네트워크(Asia Star Network)와 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사장님께서 오랜 기간 물밑작업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3월 공연은 우리가 전에 했던 방식으로 하지만 5월에 있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15회 공연을 가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5개 지역 정도 전국공연을 더 가지게 되는데, 거기에서는 50%정도 ASN이 참여를 하고 하반기에는 전적으로 공연기획과 제작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작품 제작의 경우, 세트도 돈이 없어서 작게 만들고, 의상도 직접 천을 사다가 밤새 만들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되었고, 단원들도 더욱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일하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올 하반기에 올릴 작품은 저희가 6년 동안 작업해서 마무리 한 『현존』인데, 작품이 너무 커서 해외공연이나 지방공연 갈 때에 무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수정 작업을 통해 중극장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직업발레단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은 저희는 클래식으로는 못할 것 같고, 3∼4년 전부터 현대적으로 스토리를 바꿔서 만들려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월드컵을 앞두고는 「품바」 타령으로 만든 단막 발레 작품 『희망』이 있는데, 그것에 한국적인 것들을 접목시켜 전막으로 만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단 때부터 서울 시민을 위한 야외공연을 해 왔는데, 올해는 날짜를 조금 길게 잡아 페스티벌 형식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 중견 단원들에 대한 배려와 확보가 직업발레단의 질을 좌우
張光烈: 국립발레단의 연봉제 도입은 문화관광부 산하의 여타 예술단체에도 영향을 미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