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구체적으로 아오야마(Aoyama)극장 무대에서는 주로 어떤 공연들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 아오야마대극장은 1천2백 석으로 약 90%는 대관이고 10%는 기획공연을 갖는다. 기획공연은 주로 발레, 현대춤, 뮤지컬 등이다. 작은 원형극장은 3/1이 자체 기획공연이다. 대관수입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나머지는 기획을 한다. 지금까지는 위치가 동경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대관이 많았으나 경기가 좋지 않아 요즈음은 대관이 줄었다.

― 대관하는 대상은 주로 어떤 장르인가?
□ 대극장은 뮤지컬이 압도적으로 많고 원형극장은 현대춤이 많다. 대극장은 「로잔콩쿨」을 개최한 후 발레계 사람들로부터도 각광 받기 시작했다. 10년 전 「바뇰레대회」를 개최하면서 원형극장은 현대춤의 공연 위주로 사용되고 있다.

― 우리나라에도 극장 관람객을 위한 놀이방이 늘고 있다. 극장 옆에 어린이 놀이 프로그로램이 있던데, 아오야마극장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 아이들을 위한 건물인 ‘어린이를 위한 성’에 대극장과 소극장이 있는데, 극장조차도 어린이를 위한 극장으로 운영한다면 경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1년에 2번 정도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하고있고 실제로는 주로 예술작품을 하고 있다. 그 건물은 어린이를 위해 후생성에서 만들었지만, 작품을 제작하거나 극장 운영에서는 후생성은 보조를 하지 않고 건물 운영비만 지원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극장은 재단법인으로 자체 수입으로 운영을 해야하기 때문에 대관을 하여 수입을 올리고 그 돈을 모아서 작품을 기획하고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 비영리 단체로서 세금도 면제받고 있다면, 기획 공연때는 극장 수입금으로만 운영을 하는지 아니면 어떤 다른 보조나 후원단체가 있는지 궁금하다.
□ 외국단체 초청공연은 국제교류기금, 예술문화진흥기금, 민간재단, 일본선박재단, 외무성 등 10곳 이상 지원을 받는데, 기획에 따라 나누어서 받고 있다. 일정액을 은행에 신탁해서 그 이자로 운영을 하는데 근래에는 금리가 더 떨어져 0.06%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 1985년 개관 이후 극장 운영을 하면서 보아온 일본 춤계를 말한다면? 객관적 입장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춤을 어떻게 보는가?
□ 모리스 베자르가 ‘20세기는 발레의 세기’라고 했는데, 1950년경 그의 이야기와는 달리 실제로 발레의 세기는 아닌 것 같다. 실험적인 현대춤이 계속 쏟아져 나왔으니까. 이런 사실을 전제해 두고, 발레를 포함해 20세기가 춤의 세기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춤을 추는 이들이 충분히 생활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하지만 막상, 이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때 작품다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무용수도 안무가도 생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벼랑 끝에서 어떻게 연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을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프랑스는 4개월만 열심히 작업을 하면 나머지 8개월은 실업수당으로 편히 살 수 있다는데, 돈을 충분히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에게 풍부함이란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 무용수들은 일본에서 공연을 할 경우, 공연 후 이번 공연을 위해 얼만큼의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에 대한 증명서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돌아가서 작품을 할 수 없을 경우 실업수당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사회복지 차원은 예술발전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무용수들은 적당히 배고픈 것 같다. 실제로 넉넉하지 않으면서 굶고 살지는 않고, 늘 배는 고프지만 어떻게든 생계를 해결해 가는 것은 교사이자 예술가로 연결되어있어서일텐데, 이것이 좋다 나쁘다는 세월이 좀 더 흐른 후에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와 무용단이 연결되어 좋은 무용수가 계속 배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 좋은 미래가 보여지는 것 같다.

― 교육프로그램이 지속적인 춤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맥을 이루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용수들은 무용가가 되기 위해 춤뿐 아니라 주변의 예술을 함께 교육받고 있는데 한국적인 상황이지만 결코 잘못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바뇰레에서는 춤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이 안무를 해도 특이한 것을 볼 수 있을 때가 간혹 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수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정말 새로운 것이 나올 때도 있다. 안무가는 어떤 정형화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재능이고, 재능은 교육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들은 배울 수 있지만 재능은 배워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재능있는 사람이 남지 않을까!

― 무용단을 초청하는 조건 및 경로는?
□ 처음에는 기준이 힘들었는데 바뇰레 심사 후 비디오와 사진 등의 자료를 받아 검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자료를 받으면 가능한 한 직접 가서 확인한다. 비디오와 실연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확실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 아오야마극장은 실험적인 것과 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데 다른 극장의 상황은 어떤가?
□ 일반적으로 극장의 기획자들이 거의 작품 선정에 대한 것을 독재하고 있다.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한다. 다른 극장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작품에 대한 책임은 기획자의 것이고 작품에 대한 예술성과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책임을 지고 있다.

―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일본의 극장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극장이 현대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돌리고 있는데, 일본의 극장이 현대춤으로 관심을 돌리게된 계기가 있었는가.
□ 일본의 젊은 기획자들은 현대춤에 대한 저항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춤을 많이 선호한다. 80년대 아오야마극장에서도 두 달간 「캣츠」를 공연했다. 그 당시 한 달 공연경비가 3억5천만 원이고 입장료가 7~8천엔 정도였다. 기업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기에 공연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미국의 카피작품을 7~8천 엔씩 내고 오는 관객이 줄었다. 그래서 뮤지컬이 줄어들고 춤공연이 늘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루 극장 대관료는 1천4백만 원, 그리고 원형극장은 2백5십만 원이다. 예술가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작품에 따라 디스카운트도 해줄 때가 있다.

― 일본은 예술가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는가? 많은 예술가들이 지원받고 있는가?
□ 우리 극장에서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개런티를 책정하여 지원을 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무용가에 대한 지원은 없다. 어떤 단체나 페스티벌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주로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지원을 한다.

― 극장에서 관객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 아오야마극장 자체의 회원제도는 없다. 보통 극단들이 회원을 보유하고있고 그 단체들은 기관과 연계되어 지원을 받고 초청하여 공연을 하기도 한다. 정부가 이런 일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극장의 순수관객은 신문의 평을 보고 찾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신문의 평이 중요하다.

― 일본 전통춤, 부토 그리고 컨템포러리춤의 공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예술이 그 시대에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버려지게 마련인데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아 무료관객을 밀어 붙여야 하는 전통예술이라면 보존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절대적으로 모든 것을 투자하여 살려 보려고 하는 것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다. 컨템포러리 작품이 현재는 미생물일 수 있지만 그것이 1백 년, 2백 년이 지나서도 존재 할 지 아니면 그대로 사라질지 모르지만 예술이 갖는 특성의 근본적인 문제를 기준으로 놓고 모든 것에 보존하고 투자해야할지는 냉정해져야 할 것입니다. 지나간 것을 전통이라고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존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이 일본의 특성을 전통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전통인지 현재의 모습인지 분명하게 반영되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 전통적인 것을 현재의 모습에 비추어 적당히 섞어 공연을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리도 생각해야할 숙제이겠다.

□ 때: 2001년 2월 21일 오후 3시 □ 곳: 타워호텔 커피 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