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情報

미미 가라드, 버버리 블라섬, 메리 안소니, 낸시 미한, 조안 밀러, 샐리 그로스(아랫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일이며, 금전적인 궁핍과 신체적인 고통, 그리고 열정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일반인들의 관심의 부족으로부터 대담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험난한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 선 지금 미국의 공연문화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부패해져만 가는 대규모 사업모델에 의해 굴복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시티센터나 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 심지어 조이스극장와 같은 극장에서조차 이러한 소규모의 극장공연을 목적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재능 있는 안무가들의 작품을 받아주지 않게 된다면 이들 안무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규모의 무용단을 이끌면서 한해 한해를 겨우 버티어 나가곤 했던 그러한 안무가 세대들의 인내와 헌신을 의미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이러한 베테랑 안무가들의 춤은 어쩌면 최신 유행에는 다소 뒤쳐진 것일 수도 있으나 그들의 열정과 예술에 있어서의 도전 정신은 후 세대들에 비할 것이 못된다. 이들은 일년에 단 한차례의 주말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리허설 공간과 무용수와 스텝의 급여, 극장의 임대료, 광고료 등을 마련하거나 등장인물을 캐스팅하기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니고 있다.
이들 6인의 안무가는 대중적인 찬사가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되어버리기 前(전) 시대에 창작을 시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안무가들의 작품은 현대춤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대중의 재정적 지원이나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길을 고집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조안 밀러(JOAN MILLER)
이 인상적인 여성에게 춤이라는 망상이 달라붙은 것은 그가 걸스카우트 활동을 하던 11살 때인 5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러는 코네티컷에 있는 「아메리칸댄스페스티벌」 부설학교에서 호세 리몽(Jose Limon), 도리스 험프리(Doris Humphrey), 루이스 호스트(Louis Horst) 등의 현대춤 마스터로부터 교습을 받았다. 1970년 밀러의 무용단 댄스플레이어스(Dance Players)는 50년대 건축된 맨하튼 서부의 작은 카바레 극장인 큐비쿨로극장에서 데뷔공연을 가졌다. 현재 레흐만대학의 부설무용단이 된 댄스플레이어는 여전히 같은 재단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흑인의 달(Black History Month)」과 같은 기념행사를 통해서 1년에 약 7편 정도의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춤에 대한 밀러의 시각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주제들이 다분히 연극적인 과장을 통해 순수한 추상적 개념으로 통합되는 절충주의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춤의 어떤 장르에도 속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춤의 카테고리 중 어느 하나에 꼭 안착 할 필요가 있다. 공연 기획자들은 내 작품에 어떠한 꼬리표를 달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우리 무용단의 공연예약을 거부했다.”
약 10년쯤 전, 전적으로 의존해 오고 있던 그의 무용단에 대한 주와 시로부터의 지원금이 갑자기 끊어져 버렸다. 밀러에게는 더 이상 그의 무용수들과 함께 보다 창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유감스러웠다. “예술가에게 활동할 자금이 없다는 것은 우리 안에 갇힌 꼴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또 발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다”라고 밀러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지속적으로 춤을 만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사람들이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 이를 닦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밀러는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는 이유 없이 그냥 해야만 하는 일들이 존재한다. 춤을 가르치는 일에서도 이미 은퇴를 했지만 예술가로서 작업을 계속하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결코,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다행히도 내가 다시 무용단원들을 불러모았을 때 그들은 기꺼이 나에게로 와 주었다. 무엇이 나를 계속 이 길에서 걷도록 만드는가 하는 이유는 그곳에 예술적으로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미 가라드(MIMI GARRARD)
63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첩해 보이는 안무가 미미 가라드는 조각가인 남편 제임스 시라이트(James Seawright)와 함께 쓰는 소호의 작업실을 갖고 있다. 가라드는 알윈 니콜라스가 이끄는 무용단에 소속되어 있던 1965년 자신이 안무한 첫 전막작품을 헨리스트리트 플레이하우스(Henry Street Playhouse) 무대에 올리면서 무용단을 창단했다.
니콜라스무용단을 떠난 후 가라드는 계속해서 에릭 호킨스에게 교습을 받았다. “니콜라스의 테크닉은 거의 대부분 기간과 공간, 그리고 이동에 관한 것들이었다. 반면 호킨스는 근육의 경직됨이 없이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스타일은 상호 완벽하게 보완이 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가라드는 말한다.
왜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에 그는 “나는 결코 좀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한 사고는 작품에 쏟아 부어야 할 나의 에너지를 흐트러뜨릴 뿐이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그는 손수 예약을 하거나 무용단을 경영하는 과도한 일은 피하고 되도록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한다. “무용수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커다란 비용이다. 우리는 해마다 뉴욕에서나 이곳에서 공연을 해 오고 있다.” 가라드의 작업실은 실제로 약 50석 정도의 좌석을 가진 소극장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무용수들은 대체로 약 1년 정도만 가라드 곁에 머물다 떠난다. 어떤 때는 극히 소수의 무용수들만 남기도 한다. “그러나 또 때가 되면 새로운 한 무리의 무용수들이 찾아와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의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용수들이 늘 바뀌기 때문이다.”

가라드는 예술 그 자체와 춤을 만드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 공연이 없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나는 계속 춤을 만들 것이다. 물론 무용수들 역시 나처럼 계속해서 공연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본능을 향한 감정과 타인에 대한 감정 등 우리는 삶의 모든 것을 춤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발견하고 본능적 자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각의 춤은 분리된 하나의 세계를 의미한다. 나는 그 세계에서 새로운 차원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샐리 그로스(SALLY GROSS)
작은 체구에 어깨에 닿을 정도의 회색 머리칼, 그리고 예리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올해 67세의 그로스는 웨스트베스에 있는 2층 짜리 작업실을 나긋나긋한 움직임으로 돌고 있다.
1950년대에 그로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안나 할프린(Anna Halprin)과 알윈 니콜라스와 함께 교습을 받았다. 브루클린대학에서 당시 댄스클럽을 운영하다가 이후 머스커닝햄무용단에서 오래 동안 무용수로 활동하게 되는 주디스 던(Judith Dunn)을 만났는데 “던은 늘 ‘뛰어!’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펄쩍펄쩍 뛰면 그는 ‘그래 넌 지금 댄스클럽에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면서 그때를 회상하며 그로스는 미소를 짓는다.
1960년대부터 그는 자신을 위해서 솔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방가르드 풍의 저드슨무용단(Judson Group)을 위한 동작 지침서를 펴내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로스의 춤은 ‘춤동작’ 보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무용수들에게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 올 때는 어떻게 하지? 모르는 사람 옆에 앉을 때는 어떻게 하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무용수들을 귀찮게 한다. 그리고 나서 그로스는 공간 속에서 그 행동을 구조화하기 시작한다. “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요인이 바로 공간이다.”
그로스무용단 소속의 한 무용수는 벌써 13년 동안이나, 그리고 또 한 명의 무용수는 10년 동안 그와 함께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무용수들의 나이 분포는 29세부터 거의 50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주일에 하루씩만 작업을 하는 관계로 그의 가장 최근 작품 『벽 위의 지붕(Roof on the Well)』을 만드는 데 1년이나 걸렸다. 그로스는 무용수들에게 가능한 때에 가능한 수단으로 급여를 지불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번도 충분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다. 그들은 춤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그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실망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 않다. 한번도 지나친 기대를 해 본적이 없으며, 그래서 모든 것이 나에게는 선물이었다”고 그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이야기한다. 왜 그가 계속 춤을 만들고 있는가, 그는 “이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낸시 미한(NANCY MEEHAN)
천장이 아주 높은 서구식의 아파트에서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미한에게서는 길다란 척추 때문인지 제왕과 같은 당당한 풍채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온화하며 따뜻한 사람이었다.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지적으로 보이는 그의 눈은 빛나고 길다란 손가락으로는 계속해서 리듬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올해 69세인 그는 아마도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