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外論壇 1

마리우스 쁘띠빠(Marius Petipa)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작업 도중에 피터 차이코프스키(Peter Tchaikovsky)가 작곡을 대본의 안무적인 요구에 맞춰서 하도록 요구했던 시대는 오래 전에 가버렸다. 그러나 작곡가와 안무가의 관계는 20세기의 문턱을 넘어서도 여전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둘 중의 하나가 더 짧은 막대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음악적인 핵폭탄”이라는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의 초연에서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의 유명한 안무는 결국 스트라빈스키(Stravinsky)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는 그 세기의 무용가들이 전적으로 가장 단순한 음악적 개념을 모르는 무식함을 탓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안무가들에게도 모더니즘이 시작되면서 리듬과 작품 사이의 전혀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이미 니진스키 버전에서 춤을 추었던 리디아 소콜로바(Lydia Sokolva)는 7년 후에 레오니드 마신느(Leonide Massine)의 새로운 버전의 『봄이 제전』에서 ‘제전’의 희생양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복잡한 시간의 변화를 따라오면서 거의 그녀를 절망으로 몰고가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맞도록 해야 했던 것이다. 스트라빈스키가 무대에 들어오는 것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의상 리허설 도중 그는 무섭게 행동했다. 그는 객석에서 노란 스카프를 흔들며 왔다갔다 하면서 오케스트라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계속해서 모든 것에 감각을 집중시켰다.” 소콜로바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무용수로서의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복잡한 리듬의 편곡을 깨뜨릴까하는 두려움이었다. 커튼 콜과 함께 정말로 드문 해피엔드를 보여주었는데, 스트라빈스키는 소콜로바의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과 존 케이지(John Cage)는 춤과 음악이 훨씬 덜 극적이라는 관계를 상정했다. 이제 두 예술 형식은 무대 디자인과 의상, 조명까지 동시에 같은 장소에 나타난다는 사실 밖에는 공통점이 없는 것이다.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바르톡(Bartok)의 『푸른 수염』을 테이프에 담아서 계속해서 그것을 중단시켰다는 것은 오늘날까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음악의 처우를 전적으로 부당한 침입으로 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음악과 춤의 서열의 극적인 전복으로 보았다. 그리고 ‘춤은 안무가의 수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리 킬리언(Jiri Kylian)의 냉정한 가정에 의해서 증명되었다. 가장 위대한 안무가의 선물은 현존하는 작곡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영혼이 만나는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약간은 유감스럽다. 결국 그는 안무가는 음조를 정하는 일차적인 창조자로 음악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에게 단 한 명의 예외는 일본인 토루 다케미추(Toru Takemitsu)로 지리 킬리안의 절친한 친구이자 죽을 때까지 구로자와와 함께 작업을 했던 사람이다. 1983년 지리 킬리언이 토루 다케미추와 만나서 만든 작품 『드림 타임』은 킬리안이 오늘날까지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토루 다케미추는 음악을 말하는 매우 시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세상은 보이는 것과 안보이는 것, 들을 수 있는 것과 들을 수 없는 사건들로 나뉘어져 있다. 침묵은 그에게 음악 자체와 똑같이 중요하다. 그는 종종 자신의 음악을 일본 정원에 비유했다. 우리는 길을 따라가면서 갑자기 가장자리에 있는 돌들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이 땅속에 묻혀있던 거대한 암석의 일부분일지도 모르고, 정원을 구비구비 흐르는 작은 시내일지도 모른다. 또는 가장 위대한 지하강의 후미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토루 다케미추의 너무 이른 죽음은 지리 킬리언이 그의 전 동료였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윌리엄 포사이드가 지금까지 네덜란드의 톰 윌렘스(Thom Willems)와 나누고 있는 현대 음악과의 지속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윌렘스는 신디사이저를 뒤에 두고, 애플 컴퓨터를 선택한 첫 번째 사람이다. 수백만의 음악 샘플이나 모든 가능한 길이의 소음, 복잡한 것들을 저장하고 복구시킬 수 있는 이 기계가 없었다면 그의 음악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끝없는 집(Endless House)』에서 가장 훌륭한 구조로 응집된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분의 전적으로 서로 다른 과정이었다. 포사이드는 “어느 정도 첫 번째 부분은 단일 사건, 한 사운드, 한 목소리, 한 이미지, 연속적인 한 사건의 시리즈인 반면 두 번째 부분은 거대한 호리존탈을 넘어서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으로 윌렘스와 포사이드는 극소수의 안무가와 작곡가들이 함께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얻게 되었다. 즉 같은 공연에서 매료된 관객을 보았던 것이다.

<발레인터내셔널/탄츠악투엘> 200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