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情報

마크 모리스

맨하튼 머레이힐의 한 곳에서 힘찬 휘파람 소리와 함께 스칼라티의 소나타 음악 소리가 복도를 따라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음악의 진원지는 바로 개조중인 안무가 마크 모리스(Mark Morris)의 아담한 아파트 문 쪽이었다. 뒤죽박죽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책 상자들과 애지중지하는 소장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모리스의 머리 속에서는 음악이 언제나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의 무용단의 20회 정기 시즌은 3월 6일 마크 모리스가 좋아하는 뉴욕시어터, 브루클린음악원에 있는 ‘하워드 길만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작될 것이다(18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모리스의 무용단은 이제 곧 길 건너 편 지금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건물로 이전하게될 것이다). BAM 프로그램은 『무너지는 계단(Falling Down Stairs)』을 시작으로 막을 올리게된다. 그리고 3월 25일 1988년 전막 공연으로 안무한 작품으로 모리스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지고 춤에 관한 책으로는 가장 방대한 연구서로 꼽을 수 있는 같은 제목으로 발간한 책의 주제가 된 『알레그로, 모데라토(L’Allegro, il Penseroso ed il Moderato』(Marlowe&Company)로 시즌 공연을 마감할 예정이다.
모리스무용단이 공연할 15개 작품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뉴욕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게될 60분 길이의 『3막짜리 4인의 성자 (Four Saints in Three Acts)』로 이 작품은 게르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과 버질 톰슨(Virgil Thomson)이 만든 전설적인 오페라 곡에 맞추어 안무한 것이다. 격정적이며 미국적인 광기가 모리스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다.
44세의 모리스가 사춘기 시절 세상에 나오자마자 즉각적으로 시비에 휘말렸던 오페라 중 가장 유명한 「아! 슬프다. 잔디밭 위의 비둘기들」을 과연 들은 적이 있을까? 어쨌든 1948년 RCA 빅터 사가 제작했던 톰슨의 곡을 수록한 레코드를 찾는데 긴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그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것도 대부분은 널리 알려진 90분 길이의 오페라이다.
이 작품이 1934년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 당시 언론으로부터 그 어떤 미국문화 관련사건보다도 유독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단지 오페라에서 과감하게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을 배역으로 정하는 아방가르드적인 시도를 하였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알리스 B. 토클래스(Alice B. Toklas)’ 자서전으로 스타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고, 또 상류층 자유주의자들에게서 비롯된 왁자지껄한 소문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하트포드에 있는 워즈워드 아데네움(Wadsworth Atheneum)에서 있었던 첫 공연은 애모리 쇼우(Armory Show)에서 있었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이나 조지 앤테일(George Antheil)의 『발레 메카닉(Ballet Mechanique)』에 버금가는 관심을 끈다.
그후 브로드웨이로 장소를 옮겨 오페라 공연으로는 6주 동안의 장기공연기록(몇 년 후 「포기와 베스」가 이 기록을 깨트린다)을 세운다. 후에 『4인의 성자』는 오래 동안 논의가 진행되어 오기는 했지만 주요 오페라단에서는 공연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40여 년이 더 지난 후 1966년 로버트 윌슨이 처음으로 대작으로 만들어 지휘를 하였다. 모리스는 당시의 무대를 회고하면서 “음악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무대가 靜的(정적)이었다”고 말한다.
그 후 그의 머리 속에 번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오페라를 춤으로 만들까? 시간은 한 시간 정도가 어떨까? 1988년 춤으로 엮어냈던 헨리 퍼셀의 1시간 길이 오페라 「디도와 아에네아스(Dido and Aeneas)」와 함께 무대에 올리게될 것인가 하는 생각들이었다.
지난 6월 런던에서 초연할 때 『4인의 성자들』에서는 새로 입단한 존 히긴보샘(John Heginbotham)과 미셀 야드(Michelle Yard)를 기용했었고 『디도』에서는 자신과 가장 나이가 많은 무용수 길러머 레스토(Guillermo Resto)가 배역을 맡았었다.

마크모리스무용단의 맨하튼 스튜디오

모리스는 『4인의 성자』와 이 작품의 작가에게 흠뻑 빠졌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친구들로부터 많은 환호를 받은 대본 작가와 시인 앨리스 굿맨과 함께 고난도의 작업에 들어간다. 톰슨의 자서전을 읽은 그는 톰슨의 악보를 연구하는 동안 조롱하는 듯한 단순성을 시작으로 흑인과 백인의 힘있는 성가, 무시무시한 곡예 행진, 단선율 그리고 동유럽 정교회 성가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오케스트라 석에서 8명의 솔리스트 혹은 합창단에 맞추어 춤추는 모리스의 춤은 신과 개인적인 관계, 그리고 기독교적인 사명을 수행하는 집단과 그들의 추진력 속에서 내면적으로 혹은 외면적으로도 활기를 찾는다. 그들의 이러한 성향은 모리스의 안무에서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역할들은 대체로 군무를 지향해온 무용단에게는 흔치않은 일이다. 모리스는 “음악적으로 보나 안무로 보아도 매우 엄격한 작품이다. 즉흥 작업은 마치 힘차게 치솟듯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음악에 끌려가거나 음악 반주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조금은 속임수일 수가 있을 방식이지만 나의 작업은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한다.
광범위한 연구는 안무 작업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의 스페인 판에서는 조타(jota), (세빌리아(sevillana), 파루카(farruca), 사르디나(sardana) 등 지역의 민속춤을 느끼게 한다. . 스타인은 자신의 대본을 ‘풍경화’로 묘사한다. 그리고 모리스는 자신의 안무가 강하게 ‘날씨’와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밤과 낮, 바람과 온화함, 건조와 습기로 채워진다. 단순하게 흥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세워야만 하는 것이다. 폭풍 전에 고요함이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폭풍의 눈도 그려 넣어야할 것이다.”
모리스는 어쩔 수없이 원작 『4인의 성인들』과 비교를 해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2001년을 맞은 현재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1934년 톰슨의 방식대로 아프리카-아메리카인 배역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톰슨이 지향했던 방식대로 발을 높이 올리는 걸음걸이, 흑인의 케이크 걸음걸이 그리고 보드빌 춤 등 아프리카-아메리카인들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삽입하고 있다. 1934년 프레드릭 아쉬톤이 오페라에서 안무 작업을 하면서 그것을 ‘뱀 엉덩이와 고딕을 혼합한 것’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플로린 스텟하이머(Florine Stettheimer)가 셀로펀과 깃털 나무로 이승 분위기를 연출했던 무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요즈음의 단순한 무대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모리스도 처음에는 피카소 스타일의 기타, 꽃 그리고 일화용 카메라 등 세심하게 소품을 사용하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점차 이상과 같은 부차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그의 다른 많은 작품의 특징인 낮은 기술적 접근을 시도한다.
언젠가 안무가에게 가장 중요한 특성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그는 “상상력과 중단해야할 시점을 아는 일이다.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서 실제로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무대 마감은 마이라 칼만(Maira Kalman)이 그린 햇빛 가득한 단조로운 그림으로 할 것이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무용단을 회고해보면서 모리스는 “여러 해 전이라면 나도 보다 많은 소품들을 가지고 좀 더 호사스러운 무대를 만들었을 것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사용하게 될 것은 천국을 상징하는 흔들리는 하단 무대 한 가지뿐이다.
<뉴욕타임즈> 2001.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