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樂살롱

소리꾼 카페 여러분들께.
한국정치에 ‘노사모’가 있다면, 한국음악엔 ‘소리꾼’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해서 확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으로,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역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당신들은, 이번에 우리나라 최초로 국악팬클럽이 주관하는 공연 ‘김용우의 신나는 콘서트’(12월 14일, 연강홀)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주인공입니다.
저는 당신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면서, 1년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2001년 11월 10일, 당신들은 여의도 KBS정문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죠. KBS-FM의 ‘흥겨운 한마당’의 전국방송을 바라는 마음으로 침묵시위를 했었습니다. 그 때 당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신들을 동조하는 국악인이나 국악단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당신들은 국악 자체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뭉쳤고,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일단 만족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당신들은 결국 해냈습니다. 기획에서 홍보까지, 또 무대에서 의상까지 모두 맡은 이번 공연은 기존의 국악공연과 차별화되어 있었습니다. 국악공연도 구태(舊態)를 벗어났다고 할까요. 전통의 억압과 권위의 굴레에서 벗어난 참신한 콘서트였습니다. 따뜻하고, 소박하고, 정겨웠습니다.
특히 공연 중간에 효순양과 미선양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을 때, 나는 애써 담담하려했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광야에서」를 부르면서 같은 시간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추모에 참여하지 못한 마음을 조금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깜짝 게스트’로 안치환씨도 섭외했더군요. 노사모가 모이는 자리에서 문성근이 단상에 오르면 힘이 생기듯이, 김용우 콘서트에서 만난 안치환은 더욱 반가웠습니다.

소리꾼 카페 여러분!
이제부터 제가 진정 하고 싶은 말입니다. 노무현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노하우’ 게시판에서 이런 내용의 글들을 보셨죠. 선거기간 동안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자신이지만, 이제는 노무현 정부의 감시자가 되겠다고 합니다.
소리꾼 당신들도 이제 그랬으면 합니다. 정치판과 마찬가지로, 국악판에서도 인맥과 학맥은 물론 지역과 유파(流波)의 대립에 기인한 병폐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이제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없애야 합니다.
나는 그동안 이른바 ‘젊은 국악’의 후원자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어느 정도 발판을 굳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그들의 엄혹하고도 무서운 감시자가 되는 일입니다. 그것이 그들은 물론 국악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죠.
다시 한 번, 한국음악의 새로운 판을 짜는데 희망의 불씨가 되어준 인터넷 ‘소리꾼’ 카페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