衣裳살롱

피에로의 깜찍한 케이프 차림

망토 차림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니트 져지 소재의 베이지빛 망토를 걸친 여성은 우아하면서도 캐주얼한 감각이다. 폭이 그다지 넓지 않고 방울 달린 연두빛 망토차림의 여대생은 깜찍한 분위기. 모자 달린 분홍빛 망토를 입고 엄마에 안겨 가는 아기 역시 유행에 한몫하고 있다.
세계 패션에서도 케이프나 폰초 등 망토 패션이 이번 시즌 줄줄이 선보였다.
랑방의 갈색 수트와 한세트인 케이프, 한 벌쯤 마련하고 싶은 실용적인 망토다. 알렉산더 맥퀸의 공기를 잔뜩 불어넣어 볼륨감 만점의 망토와 커다란 후드가 달린 가죽 소재 연보라 빛 망토도 볼거리다. 피에로의 그물같이 짠 메시 감각의 핑크빛 짧은 케이프도 깜찍하다. 돌체 & 가바나의 끝단에 술 달린 흰색 폰초는 캐주얼하고 활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망토는 케이프와 비교하여, 길이가 길며 전체적으로 넉넉한 스타일이다. 폰초는 원래 남미의 페루와 볼리비아 등 안데스 산맥 일대에 사는 인디언의 의상이다. 천의 중앙에 구멍을 뚫어 그 속으로 머리를 넣어 입는 스타일이다. 대개 줄무늬의 모직 천으로 만들었으며, 끝단에 술을 달았다.
망토의 역사는 매우 길다. 고대 그리스 시대 남성들이 입었던 ‘히마티온’이 망토의 원조로 보아진다. 왼쪽 어깨만 감싸고 오른쪽 어깨는 노출시키는 언밸런스 형태였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지금의 망토와 비슷한 모양새가 나타났다. 중세 초기와 중기(5~10세기)에 게르만족이 입었던 ‘세검(sagum)’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12세기경 망토는, 귀족 남성들이 식사를 할 때도 걸칠 정도로 애용되었다. 당시 망토는 신분을 상징하는 의상으로 활용된 것이다. 바로크시대인 17세기에도 망토는 남성들의 대표적인 모드였다. 당시에는 늠름함을 과시하는 기사풍 스타일이 선호되었는데, 이에 망토가 사용된 것이다. 19세기인 1830년대에 작은 ‘망틀레(mantelet)’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나폴레옹3세 시대인 1848년부터 1870년대에는 길고 폭이 넓은 망틀레가 나타났다. 여성들도 망토 입기에 점점 자신을 갖게 된 결과다. 한편, 19세기말 ‘인버네스 코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작은 케이프와 망토를 겹쳐놓은 형태의 남성용 포멀 코트다. 스코틀랜드의 항구인 인버네스 남성들이 입던 옷이라 이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세기 초인 1910년대 들어와 개화기 남성들 패션의 한 몫을 톡톡히 한 의상이다.
망토는 한복에 잘 어울린다. 두루마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 코트 대신 망토를 걸치는 편이 훨씬 품위 있어 보이고, 활동하기도 편하다. 음력설에 어울리는 차림이라 할까. 망토를 입을 때는 부츠의 길이에 신경을 써야한다. 망토의 길이가 무릎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을 경우, 부츠는 앵글보다는 롱부츠를 신어야 깔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