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術살롱

먼저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저는 당신을 뽑지 않았습니다.
먼저 왜 내가 당신을 뽑지 않았는지를 말해야겠지요. 저는 그간 몇 번의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표를 던진 후보들은 모두 대통령이 되었고 나는 그분들에게 아주 작은 소망 하나를 가졌습니다. 그 소박한 희망은 대통령 이름을 딴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노태우 예술의전당, 전두환 독립기념박물관, 김대중 국립현대미술관 뭐 이런 것. 그래서 나는 가끔 사석에서 이렇게 프랑스나 미국처럼 우리도 대통령 이름을 따서 붙여야 한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모두들 나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듯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 사이 문민정부도, 국민의 정부도 지나갔고 많은 시간과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그런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못마땅하고 후회스러웠습니다. 왜 내가 뽑고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들은 모두가 그렇게 불행한 역사의 그늘 속으로 시들어갔는지…. 부하의 총탄에 쓰러지고, 절로 쫓겨가고, 아들들이 감옥에 가고, 그런 우리의 역사가 여전히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가만히 보면 나의 이런 꿈은 절대 거창하지도 황당하지도 않은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대통령을 이름을 딴 퐁피두 미술관, 드골 공항, 미테랑 국립도서관, 존 에프 케네디 공항 등 모두가 그들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표시 해놓았으니까요.
아마도 나는 그분들이 문화와 예술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에는 문화가 전쟁이고 경제입니다.
최고의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는 프랑스의 오늘은 문화상이자 작가인 앙드레 말로와 드골 대통령, 미테랑과 쟈크 랑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이름을 기억 할 만하면 사라지는 문화부장관에게 무슨 정책이 있었을까 궁금합니다.
이제 우리는 문화정책을 국정의 지도원리로 삼는 “문화대통령을 원합니다.” 건국이래 단 한번도 출현한 적이 없는 문화대통령이 귀하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IMF 때 금모으기를 하여 모은 돈이 「타이타닉」이란 영화 한 편에 도로 다 빠져나갔다고 하지요. 또 자동차 20만 대를 수출해서 번 외화가 「쥬라기 공원」이란 영화 한 편으로 다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문화가 경제인 이유이고, 세계가 문화 전쟁을 치르는 이유입니다.
문화와 예술을 모르는 대통령. 이제 나는 그것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내가 그토록 믿고 간절하게 원했던 소망을 저버린 대통령, 또 그런 곳에 표를 던지고 후회할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저는 이제 5년 후를 생각하고 보겠습니다.
지나면서 ‘노무현 국립 현대 소미술관’이란 간판이라도 보기를, 그것이 가능하기를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