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앤 허친슨 게스트

― 세계적인 무보의 대가를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몇 년 전에 로열페스티발 홀에서 당신의 라바노테이션 공개강의를, 이듬해에는 춤언어센터(Language of Dance Center, 이하 LODC)의 안내강의를 당신의 제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한 걸로 알고 있다.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지 궁금하다.
쫤 지난 5월 한국무용예술학회(회장 김말복)에서 주관하는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내 원고를 준비했고 주최측에서는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었다. 다음날은 두 시간 가량 학생 및 선생들과 함께 라바노테이션과 LODC 그리고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등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라바노테이션 심벌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를 마중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닷가와 궁궐구경도 했고, 여학생들의 한국무용 수업도 참관할 수 있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당신의 춤 배경과 연구를 간략히 소개해달라.
쫤 나는 1918년에 뉴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체케티 발레와 러시안 발레를 미국과 영국에서 배웠고, 현대춤은 영국의 다팅턴에 있는 주스리더(Jooss-Leeder)학교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는 그레이엄, 한야 홈, 호세리몽학교에서 배웠다. 무보는 영국의 주스리더학교에서 4년간 배웠다. 그 후 계속 프로페셔널 무보자로서 활동해 왔다. 1962년 결혼을 하면서 영국에 정착했다. 무보에 관한 저서가 10여권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댄스 노테이션(Dance Notation)」(1984)과 「Your Move A New Appro-ach to the Study of Movement and Dance」(1983, 1995, 2000)을 꼽을 수 있다.

― 「댄스 노테이션」은 내가 라바노테이션을 배울 당시 주텍스트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에는 홈 메이드 노테이션(개인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방식대로 기록하는 것)을 빼고 93개 이상의 무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춤 연구나 실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무보는 어떤 것들인가?
쫤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러시아에 무보 시스템이 있고 이중 이스라엘의 것은 아주 과학적이다. 그러나 이들 중 그 어떤 것도 춤의 연구와 교육에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영국의 베니쉬 시스템이 발레 기록과 연구에 아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라바노테이션은 다양한 형태의 춤과 문화에 교육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알다시피 내가 연구한 바로는 별로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 북한에 각기 하나씩의 무보시스템이 있다.

― 요즘 사람들은 무보에 별 관심이 없고, 그 필요성을 못 인식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비디오로 찍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서, 비디오 시대에 무보가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쫤 음악을 예로 들어 보자. 한국의 음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 유럽에서 오케스트라는 녹음을 들어서는 연주를 배울 수가 없다. 연주자들은 테이블이나 도표, 악보 없이는 어디가 그들의 파트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스코어로부터 배움을 시작한다. 음악을 배우는 학생은 그 악보로부터 음악에 대해 배운다. 물론 그들은 공연을 위해, 그것이 어떻게 공연되었는지, 참고하기 위해서, 녹음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작업 그 자체는 기록된 스코어로부터 시작된다. 춤도 똑 같다.

― 하지만 음악은 볼 수 없지만 춤은 볼 수 있는데 비디오를 통한 배움이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쫤 아니다. 춤이 눈으로 든다는 것과 음악이 귀로 든다는 것은 같은 차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서 춤 공연에서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그것이 실수인지를 알겠는가. 춤을 비디오로 배울 경우에 안무자가 예를 들어서 팔 동작을 이렇게 했다면, 그 다음의 무용수는 약간 다르게, 그 다음 무용수는 또 다르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 드문 경우가 아니다. 어떤 무용수가 작품을 비디오를 보고 배울 경우, 어떤 동작이 좋을 경우 그것이 안무자의 의도와 다르게 점차 비약되어 진다. 비디오는 종종 원래의 안무와 거리를 갖게 된다. 그러나 무보로 작품을 배우는 경우라면 이런 우려는 거의 없다. 우리는 이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바 있다. 두 그룹으로 구성해서 한 팀은 현대춤을 비디오로, 다른 한 팀은 무보로 배우게 했었다. 그리고 판정관들이 그 결과를 측정했는데, 비디오 그룹이 더 표현적이었고, 무보팀은 더 정확했었다. 무보를 통해서 춤을 배울 경우 우선은 무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동작을 찾은 다음 그 다음에는 자신의 몸으로 재창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작을 만드는 것이 생겨나게 되고, 그 동작이 의미를 갖게 된다. 만약 당신이 비디오를 보고 어떤 동작을 복사할 경우 그것은 결코 자신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실험은 미국에서도 했었다. 결과는 여러 번의 실험에서 모두 무보를 통해서 배운 팀이 훨씬 동작을 잘 소화해 냈고, 따라서 공연도 훨씬 더 잘했다는 것이다. 비디오는 이차원이기 때문에 다리를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들었는지 정확하지가 않지만 무보는 방향과 각도 등이 아주 명확하다. 춤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볼 경우 못 보는 곳이 아주 많다. 마치 음악을 귀로 들었을 때 미처 감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과 같다.

― 그런데 어떤 근거로 북한의 무보가 별로 좋은 시스템이 아니라고 하는가.
쫤 내가 북한의 컴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대략 몇년 전의 일인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별 감동을 갖지 못했었다. 북한의 무보는 그것을 표현하는데 그림 방법(pictorial way)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서 당신이 도는 동작을 한다면 그것의 심벌인 e는 도는 모습 비슷한 원형이다. 그 심벌에는 박자와 강도 높이 방향 그리고 어떻게 라는 것이 명기되어 있지 않았다. 북한의 무보는 아마도 내가 명명하고 정리해 논 「동작 알파벳 시스템」을 참고로 「자모식 무용 표기법」이라고 명명했을 것이라 본다. 무보에 있어서 그림 방법은 과학성이 결여된 것이다.

― 그렇지만 북한에는 딱 한 가지의 형식과 스타일의 춤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북한춤을 연구하는 데는 적절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북한에서 주장하듯이 그것이 이 세계의 어떤 춤을 기록하는데도 유용한 유일 무이한 혁명적 연구라면, 이미 그것의 사용은 활발해 졌을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남한에서는 그 정도 수준의 무보도 아직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 가지 춤을 기록하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나 다른 형태의 춤에는 전혀 유용성이 없는 무보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 연구를 정부의 후원으로 했다고 한다. 참 부러운 일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연구자가 자신의 돈을 써 가면서 연구한다. 그래서 유럽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나의 것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그 연구를 우리의 것이라고 한다. 북한 사람들은 그 연구의 과학성과 관계없이 대단한 자부심들을 갖고있다는 것을 느꼈다. 라바노테이션은 단지 몇 가지의 특정한 춤 형태만이 아닌 거의 모든 춤 형태를 다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라바노테이션에서는, 몸의 어떤 부위를 움직이는지, 방향, 움직임의 타입, 에너지 다이나믹 그리고 타이밍이 명시되어 있다. 이것은 실로 어떤 형태의 동작에도 유용한 것이다. 비단 춤뿐만이 아니라 수영 자전거 타는 것 등 일상생활도 포용하는 시스템이다.

― 그런데 문제는 라바노테이션을 마치는 데는 너무나 오랜 기간과 돈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초급에 만족해야 했다. 자격증을 얻는 데만 4~5년 잡아야 하니 현대와 같이 바쁜 세상에 누가 그것을 배우려 하겠는가.
쫤 마스터 한 다음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마스터를 해야 말을 시작하는가? 초보면 초보인 대로 중급이면 그대로 각 단계마다 즉시 그것을 사용할 수 있고 그래야 말이 느는 것과 같이 무보 능력도 는다.

― 내 개인의 예를 들자면 내 연구에서 라바노테이션을 사용한다면 한국의 독자들은 그것을 읽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차라리 정확한 언어적 묘사가 독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유용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뿐 아니라 영국의 상황도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그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4~5세의 어린이들이 동작이나 춤을 배우기 시작할 때를 위한 것이 춤언어(Langua-ge of Dance)이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어떻게 그들이 움직였나, 직선으로 아니면 원형으로, 원형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방식으로 돌았나, 계속 원형을 만들어 나갔나 아니면 쉬고 가고 했나 등을 발견한다. 나중에 어린이들은 곧바로 전진했을 때와 돌면서 다녔을 때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또한 그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심벌을 갖고 있다. 그들은 그 심벌을 마루 위에 놓아보고 그들이 춤춘 연속과정을 만들어 본다. 어린이들은 그들 스스로가 움직임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고, 그럴 수 있게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춤언어이다.

― 어린이들만 아니라 동작교육과 안무교육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다. 춤언어와 라바노테이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쫤 라바노테이션은 이미 완성된(finished) 생산물이다. 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