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31일 인쇄
2003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03년 1월호 통권 323호 |2025년 5월 3일 토요일|
 

公演評

 

돈되는 해외춤 러시, 국내작품 퇴행
-



김채현
金采賢
(춤평론)


올해 춤계가 주목한 사안은 국공립 단체의 단체장 임기 만료와 노조 결성, 해외 작품들의 상품화 추세, 그리고 「월드컵」 및 「아시아경기」 문화행사로서 춤의 대대적 참여였다. 이들 동향에서 읽어낼 것은 경영 조직 개선과 동시에 국제성의 축적이 춤계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춤계는 「월드컵」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였고 「월드컵」 개최지마다 동반한 춤은 전국적으로 ‘춤 엑스포’라 할 만한 규모를 과시하였다. 한국팀의 선전(善戰)과 응원의 함성에 파묻힌 데다 졸속 기획으로 춤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은 가시적 성과가 무산되었다. 「월드컵」의 예상 밖 선전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은 춤에서도 대외 협력 역량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춤계의 대표적 화두는 연말 무렵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공립무용단체장들의 후속 인사 문제였다. 개인과 민간의 열악한 창작 환경과 비교가 되지 않는 여건의 공립무용단 책임자 인선은 춤의 공공성 실현 측면에서 당연한 관심사다. 후속 인사는 내년 초 마무리되겠으나, 올 들어 부쩍 공립단체장들의 인선이 여론화되는 것은 책임운영기관화 추세 이래 인사에서의 투명성과 경영 및 창작 능력을 중시하는 의식이 퍼져가고 있음을 대변한다.
공립무용단의 투명성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 국립무용단과 발레단 등에서의 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 다만 공립무용단 내부에서 단원 평가 방식을 둘러싸고 대립하거나 잠복한 노사간의 이견은 공공성 실현을 중심으로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 교류가 매우 잦아지고 또 유럽과 미국에 치중하던 상황을 벗어나 동북아를 포함하는 차원으로 다변화되는 것은 최근 몇해 춤계의 일반적 흐름이다. 9월의 최승희 기념 국제 행사, 5월 일본 도쿄에서의 한일 협력 춤 무대도 동북아 춤 교류 시스템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이런 속에서 올해의 국제 교류는 무용인들간의 교류를 벗어나 주로 유럽의 춤 작품들을 국내 일반 관객에게 상품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현저하였다. 이들 해외작은 우선 높은 완성도에 힙입어 호응이 따랐고 국내 관객들의 춤 안목 향상과 관객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력 있는 대극장들이 주도한 이러한 해외작 초청 기획이 국내 작품과 안무가 발굴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이뤄져 심한 불균형을 드러내었다.
「국제현대무용제」가 우수한 해외 초청작으로 쇄신도리 조짐을 보인 반면 「월드컵」 문화 행사를 면분으로 연극제와 합쳐 「서울공연제」로 진행된 「서울무용제」는 질적으로 퇴행을 면치 못하였다. 올해의 춤 작품들에서는 동작량과 역동적 분위기가 증대하였는데, 이는 관객층에서 젊은 세대의 비중이 커지는데 대응한 변화로 보인다. 반면에 서사성(敍事性)의 감퇴에 따라 춤 구성이 느슨해지는 경향은 차후의 숙제로 넘겨졌다.
<동아일보> 2002. 12. 17

■글로벌시대 춤 자립전략
최근 몇 해 동안 해외 춤단체는 한국에서 해마다 1백건 이상 공연하여 국내 공연 실적에서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국내 춤단체의 해외 공연도 1999년에는 360건에 달했다. 21세기에 춤공연은 글로벌 차원에서 진척될 것이다.
국내외 단체의 국내외 공연을 교류라하는 것은 이미 옛말이고 교역(交易)으로 방향을 트는 중이다. 춤교역 시대에 자립도가 낮은 춤은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다. 자립도 증대 문제는 춤계가 직면한 중대 현안이다.
그 자구책의 하나로서 먼저 대전시립무용단을 주목해보자. 지난해 상반기 대전시립무용단의 새 상임안무자로 한상근(韓相根)이 임명되고부터 대전 춤계에 굵은 흐름이 형성되었다고들 이구동성이다. 그 후 몇 차례 현지 방문한 필자도 공감하는 바다.
이 무용단은 대전 시내의 보문산 주말 공연으로 그간 방치된 생태공원을 문화공간으로 회복시키고, 시립미술관 노천무대 월별 창작 공연에서 춤마니아를 확보해 가는 중이다. 이와 함께 무용단 운영 방식을 일신해서 대전시립무용단이 대전의 춤 흐름 및 활동에서 구심점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시행사 동원부대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밀착된 예술단체로서 위상을 바로 세우고 대전 내부의 무용인 자산을 결집하여 창작 활성화를 자극하면서 시립무용단은 국내 춤계에서 대전의 이름을 주지시키고 있다.
한 도시 단위로 춤에 대한 시민의 호응도는 자본보다 더 중요한 춤 자립의 초석이다. 대전시립무용단을 벤치마킹해보기를 제안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간무용단으로서 포즈댄스시어터의 활약은 남다르다. 11월의 서울-뉴욕 재즈 페스티벌(호암아트홀)에서도 몸의 유연성과 폭발력을 거듭하여 포즈는 춤의 품격과 진가를 보여주었다. 하급 대중예술에 불과하다는 재즈에 대한 일반인의 선입견은 포즈의 활야긍로 5년 전부터 허물어져 왔다. 포즈는 그간 국내외 초청 프로그램에서 세계 정상급 단체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판을 벌였다. 내년에는 이탈리아 초청공연과 유럽 투어가 잡혀 있다.
상업적 재즈를 멀리하고 표현성이 농후한 재즈로써 국내에서 잠자던 관객을 다수 확보한 것은 포즈의 일차적 성과이다.
21세기는 춤 공연도 세계경영 시각에서 고려해야 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공공재(公共財)로서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는 춤이 도태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대전시립과 포즈, 두 단체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구태의연하게 재탕 삼탕하는 공립 단체, 무용인 관객 주변을 맴도는 단체는 취미 클럽에 지나지 않을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동아일보> 2002.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