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31일 인쇄
2003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03년 1월호 통권 323호 |2025년 5월 13일 화요일|
 

公演評

 

새로움과 창조력이 넘치는 명상적 작품
- 홍신자



에리 미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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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02년 6월 29일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공연된 홍신자(洪信子)씨의 『달밤에(The New and the old moon come Togher)』의 춤 평(評)이 뒤늦게 「뉴욕 댄스 팩스(New York Dance Fax)」 12월호에 실렸다.

4부 구성의 이 작품을 만든 홍신자는 프로그램 속에서 한국의 문화에서의 달(月)의 사이클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했다. 홍신자에 의하면 한국의 감성(感性)에 있어서는 달이 차서 둥글게 된다거나 달이 기운다는 것이 인생의 큰 일에서부터 일상의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그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결혼 계획부터 단순한 외출에 이르기까지 달이 커지고 작아지는 것의 기(氣)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와 에너지의 연결, 개발이 이번 공연의 주제였다.
공연은 두 개의 춤, 두 개의 음악 등 총 4개의 장을 섞어서 구성하였는데 그 4개의 장은 각기 다른 달이 차고 기우는 상태를 표현하고 있었다. 홍신자는 ‘초생달’과 ‘달이 없는…’, 말하자면 최초와 최후의 프로그램을 안무하고 직접 춤췄다. 세번째 작품인 『만월(滿月): 미궁(迷宮)』에서 홍신자는 황병기씨가 연주하는 현악기인 가야금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이 작품은 이번 공연이 미국에서 데뷔한 작품이었지만 아직도 신선미와 창조력이 넘치고 있었다. 현악기와 성악(聲樂)이란 두 개의 악기(樂器)가 여러 가지 소리의 가능성을 추구(追求)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문화에 크게 영향 받은 존 케이지를 생각케 하는 것이지만 홍신자도 과거 존 케이지의 음악으로 안무한 일이 있었다. 이 뮤지컬 작품 후에 강권순씨가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로 부르는 「반달(半月)」이란 전통 음악 작품이 이어졌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의 테크닉과 두번째 작품의 관련성이 쉽게 연결되었다.
마지막 작품은 가야금과 대금의 성악으로 구성된 것인데, 앞의 순수한 음악작품과 같이 명상적인 것이었다. 땅바닥에 놓인 흰 천이 머리 위에 비치는 흰 빛을 받으며 서서히 접혀져 가며 그 접혀진 곳이 음영(陰影)을 나타내고 그 천 각각의 움직임이 무대 공간의 표면에 변화를 주며 그리고 그 천을 베일처럼 머리에 쓰고 홍신자는 앞으로 또 뒤로 걷는다. 그러면 머리에 쓴 천의 형태가 바뀌며 공간 속의 홍신자의 모습이 변해갔다. 팔을 벌리면 옷의 소매와 춤추는 사람의 몸이 텅빈 스테이지 사이에 세모꼴이 생긴다. 작품 속에서 마치 깃(날개)처럼 무대위를 날기도 한다. 작품 마지막에 이르면 달빛에 미역 감는 속에 그 깃이 내려앉았다. 그러면 춤추는 사람은 그것을 잡아 그 속에 몸을 감싼다. 홍신자는 깃 속에 싸여 천국으로 올라갔을까? 아니면 천국에 숨어버렸을까. 전체를 통하여 특히 아무일도 생기진 않았지만 우리들의 의식, 시간의 인식, 공간이나 형(形)의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단순화되어 그리고 넓혀지면서 극장을 나왔다. 그렇지만 이날 밤, 모든 것이 다 생겼다고 말 할 수도 있다.
<뉴욕 댄스 팩스(New York Dance Fax)> 200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