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31일 인쇄
2005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05년 4월호 통권 350호 |2025년 5월 15일 목요일|
 

미술살롱

 

동양적 사유의 깊이와 눈속임의 벽돌 ― 김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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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미술평론)

김강용 作 「리얼리티와 이미지」(2004), 100×55, 캔버스 위에 모래
여기에 사방으로 흩어진 벽돌이 있다. 또한 저기에는 가지런히 쌓여진 벽돌이 있다. 이 모든 벽돌들은 실제 모래로 만든 벽돌들이다.
김강용은 이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외출을 한다. 한달에 한번 정도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바닷가를 산책하며 결이 고운 모래를 서울 근교 그의 아틀리에가 있는 양평으로 가져온다. 유난히 군부대가 많은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군인들에게 모래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양해를 구하며 한 포대 모래를 담아온다.
그는 돌아와 채로 잘 걸러낸다. 이것이 그가 화면에 붙일 모래들이다. 그 다음 접착제를 섞어 나이프로 캔버스에 골고루 바른다. 그리고는 유화물감으로 모래색과 가장 유사한 색을 만들어 캔버스에 칠한다.
그러면 그것은 우리가 본 벽돌이 된다. 그러한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그가 벽돌을 그린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그는 벽돌을 그리지 않는다. 모래 위에 그림자를 집어넣을 뿐이다.
평면위에, 모래위에 그림자를 하나 둘 그려 넣다보면 그것이 곧 마이더스의 손처럼 그들은 벽돌이 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진짜와 가짜를 넘나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평면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벽돌을 모래로 동일하게 “찍어내면서” 그가 “골목길의 쓰레기통…. 거기서 어느날 벽돌을 발견하고 개체의 중요성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벽돌발견에 대한 그의 고백은 오브제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그는 그 자신의 결심처럼 “하루 종일 죽기로 하고 그린다.” 그것은 그가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열어 보이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 의지의 표명은 사실 최근 보여주는 작업들의 실험에서 명확하게 제시된다.
그것은 근작에서 집중적으로 보이는 시점에 변화다. 두 시점에 변화를 주면 작품도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올 오버 페인팅(all over painting)이다. 특정한 시점의 방향 없이 캔버스 전면에 동일한 무게와 비중으로 그려진 그림들, 상하좌우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기법은 분명 그의 이미지의 재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