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롱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 때문에 결혼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물론 그 말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실제로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니까. 그러나 「클로저(Closer)」(마이크 니콜스 감독, 극영화, 미국, 2004년, 104분)는 그런 식의 상투적인 사랑이야기를 거부한다.
‘클로저’라는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사랑에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한다. 그래서 결혼 후 수십년을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경험할 법한 이야기를 불과 104분만에 풀어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주인공인 댄(주드 로)과 래리(클라이브 오웬)를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마치 토끼와 거북이 같다고나 할까? 댄은 천방지축 제멋에 끌리는 대로 사는 게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인데, 알고 보았더니 지독한 마마보이였다. 의사 래리는 비록 순발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경우이다. 그는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인내를 발휘하고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자(댄)를 철저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 냉정함을 갖추고 있다.
여주인공 안나(줄리아 로버츠)의 행동과 말을 따라가면서 불쑥 떠오르는 말은 ‘흔들리는 갈대’였다.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면 누구에게라도 기울어질 수 있는 여자, 그러다보니 종종 자기 삶의 균형마저 놓치고 만다. 멋진 몸매에 확실한 캐리어를 다져놓은 최고의 미인에게 내려진 잔인한 운명이다. 앨리스(나탈리 포트만)는 네 사람 중에서 가장 성숙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비록 출신환경도 좋지 않고 스트립걸이라는 떳떳치 못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바로 배려와 존중이다. 그녀는 뉴욕에서 사랑의 슬픈 경험을 하고 런던으로 왔지만 또 한번의 슬픔을 겪는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네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만 한 30분을 보낸 것 같다. 그러고 난 후 그들에게 쭉 빨려 들어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몰두할 수 있었다. 관객이자 관찰자로서 느긋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말이다. 그렇지. 사랑이란 저런 것이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저렇게 하는 것이지….
마이크 니콜스 감독(「버드 케이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은 좋은 시나리오에 적절한 배역을 선택해 짜임새있게 영화를 만들었다. 소설로 치면 「클로저」는 인물소설에 해당할 정도로 깊이있는 성격 묘사에 성공했다.
영화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댄과 래리의 인터넷 채팅 장면과 래리가 댄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대화 장면이었다. 채팅 때 댄에게 멋지게 한방을 먹었던 래리는 자신의 진찰실에서 댄을 처참하게 무너뜨려 버린다.
래리역의 클라이브 오웬과 앨리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이 올해의 골든글러브에서 각각 남우조연,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같은 역으로 아카데미상에 추천되었다. 비록 아카데미에서 상을 못 받았지만 두 사람 다 주목할만한 연기를 했다.
이 영화를 어느덧 사랑이 지겨워진 분에게 권한다. 예전의 느낌을 되찾아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