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국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매체는 방송이다. 현재 한국방송(KBS)은 TV와 FM에 국악프로그램이 있다. 2005년 4월 3일, 「국악한마당」은 방송 600회를 맞았다. 그동안 국악한마당은 때로는 정체되고 진부한 포맷으로 외면되기도 했지만, 최근 다양한 아이템을 계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KBS-FM은 오랫동안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안정적인 진행도 좋지만, 이제 좀 과감한 변화가 필요할 시점이다.
국악FM방송은 ‘한국음악전문채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28일,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시작했고 이금희, 구영희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아나운서가 매일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봄 대학에 복직한 김민수교수(서울미대)가 「김민수의 문화사랑방」을 진행하게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국악계의 진행자의 폭도 다양해져가는 있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국악프로그램은 다음 세 가지의 진행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각각 디제이형, 해설형, 토크형 프로그램이다. 국악을 친근한 어투로 쉽게 설명해주는 전형적인 에프엠방송의 DJ형 진행, 국악의 전문가가 특정 장르를 심도있게 설명하는 강의형 진행, 그리고 국악 혹은 문화로 범위를 넓혀서 공연과 문화를 이야기해주는 토크형 진행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프로그램의 형태는 비슷하고, 진행자만 바뀌는 프로그램은 그만 했으면 한다.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는 이제 우리 음악계에 ‘앵커형 국악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악계에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은 뉴스성 프로그램이다. 지금 국악과 전통예술이 경향각지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이런 다양한 뉴스거리와 거기서 생겨나는 이야깃거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국악계의 여러 소식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창구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전국에 많은 대학이 있고, 큰 도시마다 악단들도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소식들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현재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것을 단순하게 소식으로 전해주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국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그를 통해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사람이 하루에 한 번은 뉴스를 듣는 것처럼, 국악인들과 국악애호가들이 국악앵커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악과 우리 문화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저 스튜디오에 앉아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진행자보다, 남이 써 준 것을 그대로 읽는 진행자보다, 강의실에 했던 내용을 방송을 통해서 반복하는 진행자보다,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진행자는 국악의 현장감을 갖고 있는 진행자다. 국악이 있는 현장을 발로 뛰어 다니면서 국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주는 그런 ‘기자’와 같은 진행자, 나아가 그런 의견들을 모아서 취합해주는 ‘앵커’와 같은 진행자가 필요하다. 21세기에 필요한 진행자는 ‘국악앵커’이다. 누가 그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