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시이 다츠로우와 최병주씨

☐ 3월 4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에서

― 먼저 경력이나 연구분야 등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1979~81년, 1987~89년, 두번에 걸쳐 뉴욕대 대학원 퍼포먼스연구과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전위극이나 실험연극, 모던댄스 이후의 새로운 춤에 대해 연구했다. 귀국 후 게이오(慶應)대학에서 가르치면서, 현대춤 평론을 아사히신문 외 여러 잡지에 쓰고 있다. 또한, 전통예능이나 제사(祭祀), 샤머니즘에도 관심이 있어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을 몇 번이나 현장연구(fieldwork) 해왔다. 섹슈얼리티(sexuality)나 젠더(gender) 문제와 공연예술과의 관계에도 흥미가 있어 이러한 것을 테마로 책을 써오고 있다.

― 섹슈얼리티나 젠더와 춤,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인가.
☐ 남성인 것과 여성인 것, 이성애와 동성애 등이 시대, 지역, 장르에 의해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레의 포인(point)은 전형적인 젠더 표현의 하나다. 그레이엄의 춤은 젠더 관점에서 보면 여성 내면심리나 신화적 세계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 미국 포스트모던댄스는 의식적으로 ‘젠더레스(genderless)’ 방향으로 향했다고 할 수 있다. 거꾸로 피나 바우쉬, 프랑스나 벨기에의 누벨당스는 남녀를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긴장감있는 새로운 표현을 모색해 왔다. 섹슈얼리티 관점에서 보면, 20세기는 남성무용수가 ‘보여지는 존재’로서 에로스를 획득해 간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여성이 무용수만이 아닌 안무가로서 ‘표현자’가 된 것도 20세기의 특색이다.

― 한국에서는 어떤 현장연구를 했나.
☐ 씻김굿, 단오굿, 농악, 그 외 한국의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굿이나 의례를 봐 왔다. 한국에는 제사와 예능이 공존하고 있는 파워가 있고, 그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한국도 일본도 급속하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당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예(藝)의 세계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과 몸이 일원화한 강력한 세계가 거기에 있다.

― 춤에, 더구나 현대춤에 흥미를 가진 계기는 무엇이며, 본격적으로 관계한 것은 언제쯤인가.
☐ 나는 새로운 것과 옛 것에 굉장히 관심이 있는 것 같다(웃음). 아시아의 제사나 샤머니즘에 강한 관심이 있는 반면, 현대적인 것은 선렬적이고 실험적인 것, 오리지널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것에 가장 끌린다. 현대춤에 흥미를 가진 계기는, 1975년 동경에서 미국 포스트모던댄스 특집을 본 것이다. 특히 그때 처음 본 트리샤 브라운에게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춤에 대한 내 관심의 원점이다. 춤에 대한 것을 쓰거나 대학 안팎에서 강연하거나 춤제작을 하거나 등 본격적으로 춤과 관련하게 된 것은 90년대부터다. 부토 창시자인 히지가타 타쯔미(土方巽)의 디지털자료(archive)를 게이오대학에 설치하는 것을 진행하여 실현시킨 것도 90년대다. 현재는 일상이 완전히 춤으로 채워져 버렸다(웃음).

― 한국현대춤이 본격화되는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들어 서구 모던댄스에 한국에서 배양된 전통요소를 수용하는 ‘한국화’가 시작되었다. 그것이 이제까지 한국의 주된 양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90년대 말기부터 독립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무용가들을 중심으로 전통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탈한국화’라고 칭하고 있는데, 이번 「한국현대무용뮤지엄」 대극장 공연에서 한국화/탈한국화 작품이 한 무대에 상연된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시대나 세대, 혹은 춤스타일의 차(差)가 더욱 선명해졌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 현대춤이 굉장히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개개의 무용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세대나 시대에 의한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타일의 차이는 분명했다. 이 스타일의 차이란 세대차일 경우도 있겠고 개인차일 경우도 있겠다. 이것은 한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젊은 세대라도 주어진 형태, 이미 완성된 형태만으로 아름답게 추는 것에 만족해버리는 무용가나 그것만을 목표로 하는 무용가는 많다. 역으로 40대 이상인 사람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 창조를 지속하는 사람도 있다. 작곡가 존 케이지는 죽을 때까지 전위를 고수했다. 윌리엄 포사이드, 지리 킬리안, 피나 바우쉬는 50~60대가 되어도 세계 춤계의 정점에 있는 선구적인 일을 하고 있다. 즉, 세대차보다도 개인차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 소극장 공연에 비해 대극장 공연 작품들은 형식주의적이지 않았나 싶다. 한마디로 전해지는 게 별로 없었는데, 단지 공간 규모나 관객과의 거리감 차이만은 아닐 것이다.
☐ 나는 이틀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의 인상이지만, 동감이다. 큰 극장에서 몇 사람 이상의 무용수를 사용하여 군무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은 공간에서 솔로나 듀엣작품을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고생을 하는 것은 알지만, 창조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적었다고 생각한다. 체득한 기술을 음악, 조명, 의상, 연극적 아이디어로 장식하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강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테크닉이나 감정이나 스토리성을 과도하게 보여줄 뿐, 진실하게 관객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음악의 사용법도 궁리가 필요하다. 음악을 타고 춤추는 것은 전통춤, 재즈댄스, 사교댄스, 힙합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작품’으로서 춤을 만들 때는 음과 몸이 도발하여 서로 끌어당기는 긴장(tension)을 추구해야 한다. 두 사람이나 에디트 삐아프를 사용한 것에는 확실히 놀랐다. 포레의 「레퀴엠」이나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도 사용되었다. 잘 알려진 명곡을 사용할 경우는 클래식이건 팝이건 주의깊지 않으면 안 된다.

― 직접 관람한 대극장 공연 중에서 특별히 인상에 남는 것이 있다면.
☐ 안애순(安愛順)의 『온 타임(On Time)』은 작품으로서의 참신함은 없었지만, 빠른 템포로 현대음악풍의 피아노음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계속 움직이는, 움직임의 밀도가 진했다. 즉, 안무가 견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일정했기 때문에 모노톤이 되어 버렸다. 이 흐름을 차단하여 또 하나의 다른 층을 만든다면, 작품의 두께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의숙(鄭義淑)의　『씻김 2005』는 종교의례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버렸다. 종교적 세계를 메타포로써 보여주는 작품의 만듦새도 있을 것이다. 이틀간 본 작품 중에서 인상에 남았던 작품은, 장은정(張銀庭)의 『레드(Red)』라는 작품이다. 무대 상수 안쪽에 물이 들어있는 다양한 투명한 그릇이 놓여져, 거기에 있는 1명의 여성과 하수에 있는 6명의 여성을 대비시킨 공간 배치가 좋았으며, 움직임은 전체적으로는 모던댄스적이었지만 모던댄스적 구성에서 벗어나 더욱 자연스럽고 무용수의 개성에 기반을 둔 움직임을 탐구하려고 한 의사가 느껴졌다. 이 작품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춤에 의해서 춤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탐구해갔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구미에서도 이것을 잃어버린 무용수가 적지 않다.

― 소극장 공연은 어땠나.
☐ 소극장은 아주 훌륭한 공간이다. 무대도 객석도 적절한 넓이와 깊이가 있고, 무용수도 관객도 집중이 가능한 공간이다. 작은 공간에서 1명에서 3명 정도로 춤추는 소극장 공연이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에 적합한 이점도 있었겠지만 흥미로운 공연이 많았다.

― 3월 2일은 전원이 여성안무가, 4일은 남성안무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여성안무가보다는 남성안무가들의 작품이 더 독창적이었다고 느꼈다. 특히 한국 현대춤의 경우, 대학 시스템 하에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테크닉을 가지고는 있지만, 역으로 그것이 자신의 개성을 끌어내지 못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일 5명의 남성무용가는 그것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민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질주를 모든 생명의 삶의 태도로서 표현한 김정웅의 작품 『and Keep going(계속되는 질주)』은 최근 일본에서도 보이는 넌댄스(non-dance) 경향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 여성안무가 작품에도 기성 현대춤에서 벗어나 자기 세계의 춤을 통해 제시하려고 한,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한 작품이 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 원(金 元)의 『Being Involved』와 정기정(丁基正)의 『어떤 저녁식사(One Day a Supper)』다. 『Being Involved』는 특히 전반의 전자노이즈음을 사용한 남녀 듀엣이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형태에서 진행하여 신체 강도가 돋보였다. 그러나 후반에 2명이 얽히거나 유니슨으로 춤추는 부분이 되면 설명적으로 되어 버렸다는 것이 안타깝다. 신체의 자율(自聿)한 강도를 유지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어떤 저녁식사』는 연극적 요소와 춤적 요소가 균형이 잡힌 의욕적인 작품이었다. 하수 안쪽에서 오로지 먹기만 하는 여성이 있고, 그녀가 사라지면 근육질 여성이 쌀가루를 가득 뒤집어쓰면서 춤춘다. 다소 정리랄까, 통일성이 부족하고 테마를 더욱 부상시켜야 했다고도 생각하지만, 이 작품에는 여성만의 시점이 느껴졌으며 그 시점을 발전시킨 방법이 대담했다. 당신의 말처럼 확실히 남성안무가 작품이 독창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이해준(李海浚)의 『도망자(Escape)』는 아마도 무용수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