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살롱

2005년 1월 31일 0시 30분 한 원로음악가가 미국 LA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유선(李宥善)씨는 원래 기독교 목회자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충남고주를 거쳐 평양에서 목회활동을 했다.
이유선씨의 형은 이인선(李寅善)씨로서 성악가이며 특히 우리나라에 서양오페라의 최초 공연을 이룩한 선구적인 분이었다. 그분은 세브란스 의전을 나온 의사로서 취미로 배운 성악이 본업으로 전환되어 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인 베르디의 「춘희(La Traviata)」를 공연하였다. 본인이 주역이었으며 국제오페라사를 만들어 제작을 맡기도 했다.
그의 동생인 이유선씨도 당초 연희전문(연세대학교 전신)에서 상과를 다니다가 뒤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시카고의 아메리칸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하였다. 귀국 후 한때는 평양의 요한신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그때 배출한 제자가 지금도 작곡가로 생존하고 있는 박재훈씨와 구두회씨다. 박재훈씨는 지휘자·오페라작곡가이고, 구두회씨도 많은 성가곡과 관현악작품을 남기었다.
이유선씨는 해방 후 「춘희」 오페라공연때는 형님을 도와 춘희 공연의 합창지도를 맡기도 했다. 그는 연전 재학시 중창단으로 활약, 4중창으로 음반을 남기기도 했다. 6·25 사변 중 한때 미국 극동사령부의 문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성악가 그리고 음악학자로 활약했다. 저서로서 양악 80년사와 100년사가 있다. 그 저서의 학문적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 양악사를 다룬 저작이기도 하다. 한국 근대 양악사의 학문적 분야의 접근은 나운영, 이상만, 민원득의 순으로 열거되지만, 어쨌든 그의 양악사 저술은 최초의 단행본이다.
1961년 그는 현제명씨가 서거하고 음악계가 개편된 뒤 한국음악협회의 초대 이사장이 되었다. 음악협회의 초대 이사장이 그의 경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과도기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한때 이화여전에서 성악교수로 교편을 잡기도 하고 연희대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한 바 있다. 1957년 중앙대학교 설립자인 임영신씨와의 인연으로 그곳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후에는 음악과 교수로 19년간을 재직한 뒤 정년퇴임했다.
영어에 능숙했고, 테니스를 좋아해 선수급 수준이었으며 이를 통해 장수의 신체를 단련했다. 문필가로서도 간간이 신문에 음악평을 기고했으나 성악분야에 한정하였다. 1990년 미국으로 이민해 LA 근처 캘리포니아 남부 세리토스에서 기거했었다.
작곡도 간간이 했으며, 그의 대표곡으로서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가 유일하게 현재의 찬송가에 수록되어 있다. 그의 제자인 구도회씨의 작품 「사철에 봄바람 불어있고」도 실려있다. 물론 박재훈의 작품도 실려있다.
어쨌든 한국음악가로서 94세로 장수해 편안히 세상을 떠났고, 이인선·이유선 형제가 우리나라 서양음악 발전에 기여한 점은 오래두고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