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영신씨

☐때: 2월 17일 오후 2시
☐곳: 제주동양썬라이즈리조트 로비에서

― 만나서 반갑다. 먼저 본인 소개를 해달라.
☐ 1993년 청주대학교 무용과(한국춤 전공)를 졸업하고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와서 도립민속예술단에 입단해 1997년 8월까지 단원으로 활동했었다. 재학 중 교직이수하여 체육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98년도에 제주도에서 전국체전이 열려 교육청으로부터 마스터게임 지도를 위촉받았다. 그것을 계기로 99년도부터 작년까지 계약직 체육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올해 무용협회제주도지회 현대무용분과위원장으로 9월 5~14일 이곳 제주도에서 열릴 14회 전국무용제를 준비중이다.

― 전국무용제 준비는 잘 되고 있나.
☐ 협회 회원들 구성을 보면 생활무용하는 비전공자 주부들이 대부분인데, 질적 차원에서 따지면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한국춤이 전공인 내가 현대무용분과위원장을 맡은 것도 그나마 대학에서 춤을 전공한 사람이어서다. 3월에 상황실을 열고 조직적으로 역할분담해서 준비를 할 것이다. 타 지역과 달리 무용하는 단체나 회원이 턱없이 모자라니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든 해나가야 한다. 특히, 행정문제가 중요한데 그 업무를 처리할 사람이 없어 일단 외부 단체의 사무국에서 행정에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의뢰할 예정이다.

― 협회 활동에서 가장 힘든 점은.
☐ 제주도립민속예술단이 1990년도에 창단되었을 때만 해도 전부 비전공자들,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춤을 학원에서 배운 사람들이 단원이었다. 내가 들어갈 당시만 해도 전체 단원 20명 중 전공자는 5명밖에 없었다. 대학에 무용학과가 없고 따라서 전문 무용수도 없다보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뽑았던 것이다. 아무튼 8회까지는 전국무용제에 도립민속예술단 단원들이 참여해서 무난하게 참가했었다. 즉, 그때는 예술단 단원들이 전부 무용협회 회원들이었고, 예술단의 단장이자 안무자가 무용협회 제주도지회장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도립민속예술단 직장이 무용협회 연습실이 동시에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예술단 직업적 연습인지 무용협회 공연인지 헷갈리며 연습할 때도 있을 정도로 춤연습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1999년 무용협회가 현 이창훈 지회장 체제가 되면서 예술단 단원들이 전부 무용협회를 탈퇴했다. 그리고는 현재까지 단원들이 모두 비회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전에는 예술단원들이 누구 공연이다 해서 무용수 섭외를 받으면 기꺼이 도와주었던 것이 이제는 어렵게 되었다. 2000년부터 자체 내규를 만들어서 단원들의 외부공연을 규제하고 있다. 예술단 단원들이 아니면 안무를 해도 춤출 무용수가 없기 때문에 전국무용제 참가가 어려운 실정이다.

― 그동안 전국무용제에는 어떻게 참가했나.
☐ 9회 때부터 작년 13회 전국무용제까지는 육지에서 무용수들을 데려와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12회때는 무용수가 없어 연합팀을 구성해서 참가했고 11회때에는 불참했었다. 작년에도 나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내버려둘 수 없다 해서 겨우겨우 나갔다. 작년의 경우 무용수가 5명밖에 없어서 5명 정도를 더 충원하기 위해 이곳에서 취미로 재즈댄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그나마 재즈하는 사람들은 몸이 다져졌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훈련시키기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문젯거리가 되어 도내 신문(언론)에서, 그리고 다른 측에서 무용협회를 비방하는 소리도 많이 나왔다. 무용협회가 전공자도 없고 예술단 단원들도 전부 탈퇴해버린 악조건 속에서 그렇게 해서라도 전국무용제에 참가한다는데 정말 어렵게 이끌어가는구나 하고 격려는 못해줄망정 마구 깎아내리는 바람에 억울하고 서럽기까지 했다. 한편으론 제주도 내에서 도립예술단 공연만 보니까 전국무용제 공연 규모나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어 직접 전국무용제에 신문기자를 동행했었다. 그걸 계기로 무용제란 행사나 춤의 수준 등에 대한 그 기자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 두 단체간의 갈등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엄밀히 따지면 예술단은 직업무용단이다. 그들이 반드시 무용협회 회원이 될 필요는 없는 게 당연하다. 서울에도 국립이나 시립 무용단원들이 무용협회 회원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직업이 있고 일이 있는데, 굳이 협회 활동까지 할 필요성이 있을까. 개인무용단인 경우에는 지원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떻든 협회에 몸담고 있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직업무용단들은 자체 활동범위가 크고 활동량이 많아서 협회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그리고 기존의 예술단 단원들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점차 타 지역에서 단원들이 들어오기 시작, 이제는 반 이상이 전라도와 부산 출신 무용전공생들로 채워졌다. 고향이 제주도도 아닌데, 직업활동만 충실히 잘 하면 되지 굳이 무용협회 제주도지회의 일까지 맡아서 할 사명감 같은 것을 갖지 않은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 제주도 춤계에 관해 좀더 말해달라.
☐ 제주도는 춤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대학에 무용학과도 없고 춤단체가 도립예술단 하나밖에 없다 보니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를 그 단체 혼자서 감당하고 있어 힘이 많이 든다.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가는 전공자가 총 10명이 안된다. 대학에 무용과가 생기면 무용수도 생기고 단체도 생겨날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 제주도보다도 더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그곳에 무용학과가 생기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무용을 하려는 학생들은 전부 육지로 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령 서귀포시립무용단 같은 직업무용단을 만들면 설령 춤을 배우고자 육지로 갔던 학생일지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다. 지금 도립예술단의 월급은 지방치고는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광주나 부산 출신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이 어려워서 이곳으로 대거 지원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될까봐 걱정도 된다. 근본적으로는 대학에 무용과가 생겨 기초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에 무용과가 생기면 초기에는 전공자들이 늘어 좋을 수도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그들이 갈 데가 없는 사태를 우려하여 직업무용단 부설 아카데미 같은 데서 필요한 무용수를 키워내는 것도 시도했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가능해도 프로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춤공연은 자주 있나.
☐ 우리는 춤관객이 없다고 불평할 처지도 못 된다. 공연이 없는데, 무슨 관객 탓을 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공연횟수가 턱없이 적다. 작년에 제주도예총에서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문화향수실태조사를 했는데, 그 자료에 따르면 춤은 단 한건도 없었다. 아예 어렸을 때부터 춤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고등학생들 실기시간 등을 이용해 체육관이 있는 학교라도 무용강좌를 가져 춤단체가 직접 찾아가서 공연을 보여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전에는 춤공연들이 그다지 적었다고 할 수 없다. 1989년 초창기 이창훈 1회 지회장이었을 때는 각 학교의 무용선생님들을 비롯해서 전공자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예술단이 커가면서 도움을 받고 협회도 도움을 주고 상부상조하는 분위기에서 활동이 여러 모로 활발했는데, 회가 바뀌면서 회원들간에 내부갈등과 불협화음이 생겨서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다시 일으켜보려는 의욕은 있는데 받쳐줄 힘(사람)이 없어 힘들다.

― 제주도에서 춤활동을 한다는 것, 특히 힘든 점은 무엇인가.
☐ 중앙(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춤을 한다는 게 상대적으로 힘들고 소외받는 느낌이 있는 게 당연하지만, 제주도는 특히 더 그렇다. 일단 정보를 얻는다거나 교류를 하는 데 지역적인 거리감을 훨씬 크게 실감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육지로 나가 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교통수단으로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예를 들어 좋은 공연을 보고 싶어도, 또 의상이나 음악 등 관련 작업을 하려고 해도, 어떠한 모임에 참여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싶어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되기 때문에 그 경비가 만만치 않다. 매번 자비를 들어가며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게 다른 지방과 제주도의 차이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도 안에서 행해지는 춤공연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행사와 레퍼토리가 많다. 제주춤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인들의 단체를 초청하고 싶어도 그 경비가 개인부담이어서 마음뿐이다.

― 제주도 지역만의 특수성을 살린다면.
☐ 어느 지방이든 저마다 독특함이 있겠지만 제주도는 뚜렷함이 더 강하다. 제주만이 색깔이 확실하다. 음식, 민요, 설화, 굿, 민속 등이 독특하며 우수하다. 또한 제주도는 관광지다. 따라서 이런 제주 민요라든지 설화를 가지고 독특하게 제주만이 갖는 춤사위를 접목한 작품을 만들어 관광상품화를 시켜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과 연계해서 상품화한다면 좋을 것이다. 예컨대, 어느 특정 관광지를 선정해서 상설공연장을 만들어 관광과 공연을 함께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서울에서 도와줬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 아무래도 제주도는 섬지역이어서 모든 게 부족하고 더디다. 춤인적자원 역시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서울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가능한 제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