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이달의 좌담

왼쪽부터 심정민, 안병순, 오선명, 최경희씨 (사진 박민경)

☐때: 2005년 3월 17일 오후 4시
☐곳: 춤지 편집실

■한국현대춤만을 집중조명, 본격적인 현대춤 연구를 위한 계기 만들어
안병순: 「한국현대무용뮤지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1백년을 전망하는 축제로서 약 반세기의 한국현대춤의 역사적 발자취를 회고하고 미래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9일까지 열흘 동안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잘 알다시피 이 행사는 45인의 우수작품 갈라공연이 진행되었고, 20인의 사진전시회 그리고 반세기를 정리한 「한국현대무용, 그 얼굴들」이라는 제명으로 도서편찬을 하였으며 지난 3월 5일에 「한국현대무용의 발전과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학술대회는 이어령(李御寧)박사님의 「한국문화로 본 춤과 몸」에 대한 기조강연과 네분의 발제 그리고 네분의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진행되었고, 내용 역시 한국의 현대춤을 정확히 인식하고 세계 속에 한국현대춤의 위상정립과 그 역할에 대한 의미부여였습니다. 가히 한국현대춤을 주제로 여러 가지 관점에서 심도있게 연구되어 국제학술대회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은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해주셨던 세 선생님을 모시고 발제한 내용 중 핵심내용들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심정민: 저는 이화여대에서 현대춤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비평사학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며 한국무용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현대춤의 역사적 흐름에 초점을 맞춰서 발제를 했습니다.
최경희: 저는 이화여대에서 무용교육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민대를 비롯한 몇 몇 대학에서 무용교육 관련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고등무용교육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현대춤이 대학무용의 발전에 미친 영향력이나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전반적인 고등무용교육 발전과정을 다루면서 현대춤의 주요한 시대적 동향 및 특징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해보고, 향후 지향해야 할 대학무용교육 및 현대춤의 방향을 전망해보았습니다.
오선명: 저는 계명대에서 현대춤을 전공하고 파리８대학에서 미학＆테크놀로지 박사과정을 수료 후, 현재 순천향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해서 몇몇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 제 연구분야는 작품분석 및 비평으로서 앞으로도 안무작품분석과　비평에 관심을 갖고 활동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21세기 요즘 현대춤의 안무코드를 혼란함으로 가정하고 한국현대춤의 지평에 대해 발표를 했고요.
안병순: 한국현대무용뮤지엄이라는 행사를 계기로 4명의 신진학자들이 우리 현대춤의 역사, 교육, 작품경향, 미래 등에 대해 발제를 하셨는데, 이 주제들은 여기 선생님들이 꾸준히 연구를 해왔던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연구분야의 방향이라든지 학문적 성과 등에 대해 좀더 들어보면 좋을 것 같군요.
심정민: 이번에 한국현대춤이라는 주제에 관해서 간략하게나마 총체적으로 정리를 하면서 더 많은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한국현대춤의 시점을 어디로 잡느냐, 즉 누구로부터 우리 현대춤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춤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시점과 본격적으로 전문화된 현대춤이 뿌리를 내린 시점이 시기적으로 일치하지 않고 양분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어디에서부터 현대춤이 시작되었는지, 왜 그때 시작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일단 그 시점을 명확히 잡아나야지 이후 펼쳐지는 현대춤의 성장과정에 대한 연구가 수월해질 것입니다.
최경희: 제 전공분야인 교육측면에서 본다면, 그동안 공연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주력을 해왔던 반면 교육자나 지도자 양성은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대학에서 제시된 목표를 보면 무용교육자 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보여지기는 하나, 교육자 양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 영국 등 예술교육의 대개혁을 도모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추세는 공교육의 일환으로서 무용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국가적 수준에서 무용교육 내용 및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교재개발 및 무용교사 양성에 합리적인 과정 및 자격취득 절차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세계적 추세와 국내 상황을 반영해 「무용교과독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음악·미술 등과 같은 예술교과의 일환으로 무용교육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국가상의 제도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국내외 추세를 감안해 본다면 앞으로 목표할 것은 전문인력양성 차원에서 무용 교육자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될 것 같습니다.
국민대의 예를 보면, 전공을 현대춤/한국춤/발레로 나누지 않고, 무용가/안무가/지도자 전공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할 때는 현대춤/한국춤/발레 세 장르의 실기를 통해 들어오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와서는 더 이상 그 개념으로 전공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도자 과정의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수업에서는 무용교육의 영역을 학교·전문·사회·특수 무용 영역으로 구분하고 실기구분 없이 학생들이 지도자로 현장에 섰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탐구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참 흥미롭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일찍부터 졸업 후 진로 및 취업을 고려해 전공을 정하고 특별히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연구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생들과 비교해볼 때 무용교육분야의 전문성이 많이 향상되고 개발되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대학에서 현대춤 전공자들이 공연전문인력으로서 뿐 아니라 만약 교육자나 지도자를 설 때는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오선명: 저는 전공이 동작분석이 아니고 작품/안무분석이거든요. 간단히 예를 들면 프랑스 같은 경우는 논문이나 서적 같은 것이 프랑스인 내지 유럽의 안무가 위주로 분석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반세기가 지났고 수많은 작품들이 매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계나 관련 분야에서 보면 우리나라 안무가나 작품에 대해서 분석을 했던 논문 같은 게 그리 많지 않거든요. 아주 오래된 최승희(崔承喜) 등 선구자들의 인물위주로 연구를 해온 것이 그나마 있을 뿐, 우리가 현대춤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제는 작품분석이라는 게 작품과 함께 병행되어 나아가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현대춤 분야가 얼마나 큰 발전을 했는데, 그걸 외국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작품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사람이 우리나라춤을 연구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현대춤 작품을 연구나 분석해서 우리가 알리지 않은 이상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작품에 자부심을 느끼고 분석을 하고 체계화해서 책으로도 내고 기록화를 해야지, 남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작품분석이나 오늘날 안무코드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요.
안병순: 현대춤을 주제로 해서 학술대회를 했지만 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니 다른 춤장르에도 이러한 학문적 연구들이 많이 확산되어 앞으로의 논의가 굉장히 활발해질 것 같군요. 이번 학술대회가 한국현대춤의 역사적 회고 그리고 새로운 비전제시의 차원을 넘어서 그야말로 글로벌시대를 주도해갈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면 각 주제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강조한 점들이 무엇이었는지 한분한분 들어보겠습니다. 심정민선생님께서는 「한국사회변동 속에서 현대무용의 위치」에 대해 발표를 하셨는데, 사회적 변동에 따른 시대적 구분을 하면서 구분의 의미와 현대춤의 역할에 대한 장단점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심정민: 모든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창조적인 작업이면서도 언제나 소속된 사회와의 관련 속에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춤처럼 현장성이 짙은 공연예술은 더욱 그러하지요. 더 나아가서 현대춤은 명칭 자체에서도 인식할 수 있듯이 동시대의 예술관과 취미를 가장 적절히 담아내는 예술이므로 그 사회 변동과 관련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현대춤도 예외가 될 순 없겠죠. 20세기의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혁을 거치면서 한국의 현대춤은 점진적인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일제시대에 이시이 바쿠(石井漠)에 의해 처음으로 현대춤을 접할 수 있었구요. 그의 영향을 받은 최승희나 조택원(趙澤元) 등이 새로운 서구식 춤형태, 즉 신무용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무용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전문화된 현대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일정 기간 정체기를 거친 현대춤은 1960년대에 이르러 대학 무용과 개설과 함께 마침내 본격적인 전문화가 가능해졌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