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꿈에서 본 학 춤

성기조

조지훈의 ‘승무’를 읽다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파아란 하늘에 흰구름이 흩어지고
용틀임한 소나무, 그 위에 잔잔한
바람이 일렁이는 가을
하늘을 가르는 날갯짓으로 풀밭에
학이 내려 앉는다, 한 마리 두 마리

학은 내려앉아 먹이를 찾아 먹고
긴 날개를 펴 다시 날아 갈 채비를 하는데
얼씨구 두 날개를 편 뒤
한다리를 들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껑충

얼씨구, 둥, 탁,

날아갈 듯 춤사위가 펼쳐지는 그 뒷쪽에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을 고히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의 노래가 귓청을 울린다

얼싸, 춤이다, 학 춤

두 마리가 어울려 춤을 추는데
신명난 늙은이, 어깨를 들썩이다 학과 어울려 겅중겅중,
춤을 춘다, 학 춤이다

뉠 닐니리, 호적이 울고 대금소리가
길게 퍼진다

이윽고 햇볕이 구름에 가려 그림자 짓고 간 자리, 학도 늙은이도 바람같이 사라졌다
꿈이었다. 다리 긴 학이 성큼성큼 다가 오면서 신명을 갖춰 춤을 추진다. 학춤을 추진다. 얼씨구. 눈앞에 평화가 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