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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잔 파렐: 알 수 없는 뮤즈」의 한 장면 Photo·Costas/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

무엇이 스타를 만들고 혹은 만들었는가? 여기에서 스타는 하늘에 있는 별이 아니고 거대하면서도 오랜 세월을 거쳐온 헐리우드 스타일, 주연급 발레무용수를 의미한다. 테리 티치아웃(Terry Teachout)이 자신이 저술한 「발란신」이라는 제명의 책에서 춤을 잘 추는 것만으로 스타가 되기에 충분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듯 스타가 되려면 오직 ‘춤’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무용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예술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티치아웃이 예술인 그리고 한 남성으로서 그려낸 발란신에 대한 전기를 살펴보노라면 그러한 전제가 무색해져 버림을 알 수 있다. 성공을 위한 요소로서 종종 언급되어 온 외모와 풍요한 예술성 두 가지는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은 자칫 춤체험을 희석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의 위대한 무용수들은 단지 위대한 예술성을 뛰어넘는 무엇을 가지고 있었고, 그 무엇 속에는 종종 강한 카리스마도 포함되어 왔다. 그 외에도 많은 경우 아름다운 체격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루돌프 누레예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그리고 발란신이 거느렸던 아방궁에서 여러 무용수들을 아내, 연인 혹은 열정의 대상을 삼았으며 ‘알 수 없는 뮤즈’라는 칭호가 주어졌던 수잔 파렐에 대한 영화에서도 그러한 현상을 알 수 있다. 발란신은 언젠가 “여성은 여신이고 여류 시인이자 또 뮤즈이다”며 “내가 어여쁜 소녀들로 발레단을 만든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런 시각에서 그가 지금의 발레단을 본다면 과연 행복해 할 것인가? 오늘날 뉴욕시티발레단에는 대단히 아름다운 여성들(발란신은 남자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외모가 훌륭한 남성무용수도 함께)이 존재한다. 맞는 말이다. 미국으로 온 그는 참신한 얼굴에 활기가 넘치는 미국 무용수만으로 무용단을 만들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발레단에는 눈부신 미모가 없이도 눈부신 활약을 하는 거물급 여성 스타 무용수들이 있다. 그렇다면 요즈음 발레단이 외모적으로 그리 아름답지 않은 젊은 여성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하여 유감스러움을 표한다면 성차별주의로 매도할 수 있을까?
무용수들은 춤을 추고 가수들은 노래한다. 오페라의 경우 오랫동안 몸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신체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남녀들도 모두 편안하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를 살펴볼 때 무용수 또한 모두가 영화배우처럼 훌륭한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활발하고도 경쾌하게 활동을 해오던 소프라노 가수 데보라 보이트(Deborah Voigt)는 요즘 런던로열오페라단이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에서 주연을 맡기로 되어있던 계약을 취소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순수 오페라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러한 처사를 두고 탄식하면서 무엇보다도 가창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입증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가령 보이트의 경우 자신이 맡은 아리아드네 역할에 맛깔스런 유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무용수의 외모는 극적인 박진감, 낭만적인 판타지 그리고 흥행 수익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수많은 위대한 오페라의 경우 오페라 가수들의 아름다움이나 주제가 그러했듯이 너무도 많은 (베라 조리나, 타나킬 르 클럭, 다이애나 애덤스, 패트리샤 맥브라이드, 알레그라 켄트, 젤시 커클랜드 그리고 파렐을 위시한) 발란신의 무용수들이 외모가 무용수로서의 빼어난 재능을 능가하는 이미지로 수많은 관객들의 주의를 끌었다.
1급 무용수 모이라 쉬어러는 마이클 파렐의 영화 「분홍신」(그리고 이어 제작한 「호프만 이야기」에서도)을 통하여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쉬어러가 근접 거리에서 볼 때 수려한 용모를 지나지 않았더라도 과연 발탁될 수가 있었을까? 오늘날 근접 촬영 기법으로 제작되는 영화나 텔레비전 영상 때문에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무대 예술인들이 더욱 더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아닌가?
뉴욕시티발레단도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한 포스트모던을 초월하는 스타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난히 여성무용수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졌던 발란신은 영화에 출현하기 전, 텔레비전이 주요 매체로 등장하게 전에 스타 예술인들 그리고 발레무용수들의 세계에서 성장했지만 일찍이 선구적으로 현대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 중에는 특정 무용수 외에 안무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업적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런 발란신도 결국은 온갖 성향의 스타급 무용수들을 양성한다. 그리고 스스로 구축한 낭만성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도 않았다. 발란신의 독창성이나 익명성을 특징을 추종해온 인물들은 오늘날 저마다 그의 스타일을 흉내내면서 오히려 독창성을 지닌 무용수들의 카리스마를 위축시키고, 개성과 특징을 더욱 더 무디게 하는가하면 심지어는 무용수들의 기묘한 기술까지 빛내주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뉴욕시티발레단의 최고급 무용수들은 열렬한 팬을 가지고 있고, 또 그럴만한 자격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무용수들이 누리는 인기가 과연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것처럼 춤계, 비평가와 과거 무용수로 활동했던 사람들 그리고 기부자에게까지 널리 퍼져있는가? 피터 보울이 운영하는 춤 불로그에서 비평가 토비 토비아스는 ‘위대한 스타가 아니라 위대한 무용수’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어쩌면 전자 매스미디어 시대인 오늘날에도 생존해 있는 무대예술인에게 지난해 활동했던 스타무용수들의 영향을 판단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리라. 아니면 오늘날 무용수들이 완벽한 기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보다 자유롭고 보다 화려한 표현에 대한 시각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진행되는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섬세한 기술을 정확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뉴욕시티발레단이 안무의 우수성에 대한 인정이나 안무를 가능하게 해준 강력한 개성을 장려하지 않는다면 애석하게도 발란신의 발레가 지녔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했다고 할 수가 있으며 그러한 상황은 실제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뉴욕시티발레단 그리고 발레예술 분야 전반이 스스로 문을 닫고 스스로 확보하고 있는 젊은 무용수에 만족하면서 그들에게 부설 학교와 시스템에 맞추도록 종용하는가하면 오히려 발란신의 이상에 충실하지 않다는 이유, 청교도적인 사고로 위대한 개성을 보유한 무용수들을 아예 거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아메리칸발레시어터과 마찬가지로 다른 무용단들과 무용수들을 공유하는 흐름, 다시 말해서 배역에 무용수들을 투입하거나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오가게 만들면서 모두에게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오히려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한시킴으로써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아닐까?
춤예술의 이상은 언제나 바른 것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한 이상은 열정과 분출 그리고 신비로움이며 또 낭만으로 모든 것이 완전한 기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현존하는 주역무용수들을 존중하고 또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를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으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뉴욕시티발레단은 멋지게 설비를 갖춘 온실 속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무대를 빛내주었던 무용수들과 똑같이 빼어난 무용수들을 양성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글·존 락웰(John Rockwell)
<뉴욕타임즈> 2005.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