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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티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소피안 실브 Photo·Chang W. Lee/The New York Times

프랑스 발레무용수 소피안 실브(Sofiane Sylve)는 2003년 1월 3일 뉴욕시티발레단 데뷔무대였던 『호두까기인형』에서 사탕수수 요정으로 출연하여 한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이곳에서는 무명의 발레리나였다.
그 이후로 놀라운 힘과 프랑스와 러시아식 훈련이 조화된 깔끔하기 그지없는 테크닉을 발휘하는 28세의 무용수 실브에게는 환호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 조지 발란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전 세계 발레거장들 사이에서 ‘완벽한 발란신의 무용수’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에 있는 칼스루에발레단에서 15세의 실브를 발견한 사람은 패트리샤 니어리(Patricia Neary)였다. 그는 1960년대 발란신이 이끌던 뉴욕시티발레단의 과감하고 스케일이 큰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주역무용수였고, 발란신재단이 발란신의 안무작품을 무대에 올리도록 요청할 정도로 가장 훌륭한 발란신 전문가에 속하는 인물이다.
칼스루에발레단은 프랑스주니어발레콩쿠르에서 입상한 14세의 실브를 즉시 스카웃했었다. 니어리는 “「발란신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아서 갔었는데, 마침 소피안 실브도 그곳에 와 있었다. 대단한 행운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하면서 “그는 아직 어린 소녀였지만 테크닉이 뛰어났다. 그래서 나는 모든 작품에 그 소녀를 출연시켰다. 『알레그로 브릴란테』, 『네가지 기질』 그리고 『알게 뭐야?』에서는 주역을 맡기도 했다. 성숙도, 음악성 그리고 타고난 능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저녁 시간 내내 무대를 이끌어갈 정도였다”고 했다.
그녀는 이어 “발란신 작품을 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 실브의 춤에서는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분석을 하지 않는 무용수들을 좋아한다. 실브는 그냥 춤을 출 뿐이다”고 칭찬 일색이다.
과거 제네바발레단 단장이었으며 발란신 자문으로도 일했던 니어리는 “실브는 천성적으로 발란신 무용수다. 유럽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발란신도 유럽 무용수들을 좋아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레나데』에서의 실브 Photo·Paul Kolnik/NYCB

현재 뉴욕시티발레단의 주역무용수인 실브의 역동적인 춤추기에서 충격을 받는 것은 관객만이 아니다. 발레단 예술감독 피터 마틴즈를 도와 예술조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숀 라베리(Sean Lavery)는 “그런 테크닉을 날마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암스테르담에서 실브를 본 후에 마틴즈에게 소개했다는 그는 “발레단에 있는 다른 소녀들이 실브에게 긴장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그런 긴장은 건전한 경쟁이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좀더 열심히 하도록 촉매역할을 해준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실브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흥분의 한가운데에는 분명하고 따뜻한 성격이 그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브는 그만의 대단히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한때 볼쇼이발레단에서 현란한 공간을 탐닉하면서 도약으로 이름을 날렸던 마야 플리세츠카야(Maya Plisetskaya)와 똑같이 아메리칸발레스쿨에서 남학생만으로 이루어진 수업을 받는다. 또, 웹사이트를 구축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핀란드 조명디자이너 미키 쿤투와 모델이자 작사가이며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게바와 우정을 나누고 있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것은 니어리 덕택이었다는 실브는 인터뷰에서 칼스루에에서 「발란신의 밤」 프로그램 행사가 있은 후 니어리가 “도대체 이 무용단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레퍼토리를 더 확보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던 일이 생각난다고 했다.
니어리는 실브를 1993년에서 2003년까지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예술감독으로 있던 웨인 이글링(Wayne Eagling)에게 보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유럽 발레단으로는 가장 많은 발란신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브는 그곳에 가기 전 뉴욕시티발레단 주역으로 활동했던 라베리가 무대에 올리려던 『2인무』와 『실내음악 2번』에서 많은 경험을 했었던 터였다.
라베리는 “실브는 뉴욕시티발레단과 개성이 아주 잘 맞았다”며 “다른 곳에서 온 무용수들이 무용단 수업을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생각보다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실브는 스타일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원하며, 또 각 역할의 다른 점을 파악하는 편이다. 한 가지 기교를 가지고 적당히 때우는 엉터리가 아닌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니어리도 “그녀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나 다 해낼 수 있다. 내가 발란신 발레작품을 가르쳐 준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무용수로 꼽을 만하다”고 평가한다.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는 다른 프랑스 무용수들과는 달리 실브는 파리오레라발레단이 배출한 무용수는 아니다. 니스에서 태어나 부모가 이혼을 하고 난 후 그곳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다른 형제들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예술을 사랑했던 할머니는 그녀를 발레학교에 보냈고, 그곳에서 만난 스승 실비에 마라데이(Sylvie Maradei)는 7세의 나이 때부터 어린 제자를 줄곧 발레경연대회에 출전시킨다.
실브가 처음 경연대회에 출전했을 때 심사위원은 과거 모리스베자르무용단 무용수였던 제르미날 카사도(Germinal Casado)였다. 우연하게도 1990년 실브가 14세 되는 나이에 참가한 대회에서도 다시 심사위원이 되었다. 칼스루에발레단에서 단장겸 안무가였던 그는 실브에게 자신의 무용단에 들어올 것을 종용했다. 더 정확히 말해서 그는 실브를 두고 우화적인 배역을 염두에 두었었다. 시인 아르투르 랭보에 관한 발레를 만들고 있었던 그에게 어떤 영감이 떠올랐던 것이다. 실브는 결국 배역을 맡았고 베자르 스타일인 (날개가 달린) 백색 타이즈를 입고 무대에 출연했다.
실브는 할머니와 함께 기르고 있던 개를 데리고 칼스루에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에 2인무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체험을 한다. 그녀는 “그 전까지만 해도 한번도 남성무용수와 춤을 춘 적이 없었다”며 “학교에서 하듯이 상대역과 춤을 추는 법을 배웠다. 어린애에 불과했지만 내가 그곳에 있는 이유가 바로 무대에 서기 위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실브는 1933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들어간다. 그녀의 성공적인 변신은 지난해 출시된 DVD로 실브가 출연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완벽한 위치 설정과 정확성, 발란신의 실험적인 ‘레오타드’ 발레에서는 탄력있고 또 느슨한 열정으로 수년 동안 공백으로 남겨졌던 쁘띠빠 발레리나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스승이었던 마리아 아라디가 ‘발란신 무대에서 팔은 좋다. 하지만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그렇지가 않다’고 지적해주었다”면서 실브는 “그래서 나는 스승의 말을 보석상자에 넣듯이 간직해 두었다가 『비제』를 할 때 다시 명심한다. 그녀가 해준 말은 발란신의 『C장조 심포니』에도 적용되는 말이다”라고 고백했다.
아직도 20대의 무용수에 걸맞지 않게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는 실브. 그녀는 “뉴욕에 스튜디오를 임대하여 무대에서의 나를 보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가르치는 일은 어렵다. 전문 무용수들에게는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는 한 가지를 주면 되돌아오는 것이 있다”고 체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말해준다.

『라 소남블라(La Sonnambula)』에서 피터 보울과 실브 Photo·Paul Kolnik/NYCB

2003/2004년 시즌 공연에서 주역무용수로 합류하기 전 2003년 초 실브는 뉴욕시티발레단에 초빙 무용수로 무대에 섰다는 것은 그녀가 얼마나 다양한 훈련을 받았는가를 알려준다.
『호두까기인형』에서는 프랑스 스타일이 즉각적이고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완벽하게 발을 들어올릴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분명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관념적인 스타일과 세련성은 언제나 러시아 훈련에 기초를 둔 것으로 힘과 함께 녹아있다. 그녀의 춤이 가지고 있는 힘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모든 것이 유려하면서도 맑은 형태와 아울러 강력한 테크닉과 현란함에서 나온다.
소련식 훈련에 정통한 헝가리 출신의 아라디는 실브가 초빙 무용수로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발레단은 외부에서도 교사를 초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실브에게 열망을 토해내듯 해내는 점프동작의 비결을 전수해준 교사는 볼쇼이발레단에서 스타 무용수로 활약했던 보리스 아키모프다.
실브는 “그런 동작에서는 타이밍이 필요하다”며 “점프동작을 하기 전에 준비동작으로는 대체로 스텝이 된다. 하지만 제대로 출발자세가 되어야 한다. 고무줄을 잡아당기고 놓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고 했다.
그녀가 받은 훈련 중에서 프랑스적인 부분도 똑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