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정보

브레겐에서 열린 무용제 「10월의 춤」에 참가한 요스트롬그랜무용단(左)과 까르떼블랑쉐 Photo·Oktoberdans

노르웨이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항구도시 베르겐은 관광객을 실은 자연의 신비 체험 크루즈선박이 닻을 내리면서 몇 개월 동안 흥청거린다. 하지만 밤시간이 길어지는 계절로 접어들면서 이 도시는 문화의 경이로움을 발하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작년 가을, 2년마다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개최되는 행사 「10월의 춤」이 5회를 맞았다. 이 행사는 (개축한 정어리공장과 오래된 차고를 비롯하여) 한 블록 떨어진 극장 세곳에서 진행되었다. 행사에 참가한 그룹은 16개 단체로, 그 중 절반은 국내 단체, 나머지는 벨기에,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아르헨티나와 슬로바니아에서 참가했다. 입장권은 20달러 미만이었다.
색다른 지역만큼이나 대부분의 예술인과 작품이 모두 새롭게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전문성이 뛰어나면서도 정치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요스트롬그랜무용단이 BIT 창고극장 무대에 올린 『디파트먼트(Department)』였다. 국립방송국 지방 사무소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먼 변방에 있는 정체모를 사무실을 무대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는 4명의 남성 출연자들이 폴란드어 계통의 언어처럼 들리는 말로 횡설수설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이 표현하는 유연한 말과 유연한 몸놀림처럼 노래도 하고, 종이를 가려내고, 사나워지는가하면 웅웅거리는 소리가 약해지자 느닷없이 관심을 기울이며 메시지를 보내거나 받는 신호를 보내는 동작을 연출한다. 관객들은 그런 무용수들과 함께 한 시간을 보내고, 하지만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 어처구니없이 그들을 잃어버린다.
그 외에도 몬트리올 출신 마틴 벨랑제의 『구어/몸(Spoken word/body)』과 스위스 참가자 알렉산드라 바흐젯치스가 안무한 작품으로 녹음된 편안한 고전음악을 반주로 하여 동영상 비디오로 자위행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한 『골드』 등은 지적인 관능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바흐젯치스는 어둠 속에서 비디오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그대로 남겨두고 떠나 버린다. 무대에는 귀청이 터지는 듯한 록음악이 깔린다. 이 작품은 무대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행위보다는 의도에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다. 그것은 실제 연기가 조절을 통하여 명상 연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와 일본 무용수/안무가 하이네 로스달 아브달과 유키코 시노자키 그리고 벨기에 작곡가 크리스토프 드 보엑이 합동으로 무대에 올린 『딥 블루(Deep Blue)』는 어두운 공간에 바닥에서 천장까지 인조 대나무 줄기로 통로와 칸막이를 만든 무대가 묘하게도 「클로저(closer)」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귀에 직접 전자 음향이 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신발을 신지 않은 관객과 출연자들은 함께 공간을 이리저리 다녔고, 무용수들은 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있는 구경꾼 사이를 움직여 다녔다. 이란에서 출생한 노르웨이 안무가 후만 샤리피의 『누군가 내 원수를 갚아주기를』에서는 4명의 무용수들이 처음에는 옷을 벗고 다음에는 옷을 입은 상태로 바닥에서 서로 움직이면서 거대한 창고극장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이틀 동안 「사회 및 정치적인 맥락으로 움직이는 춤」이라는 주제로 열린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노르웨이 학생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나는 유럽 춤계를 뉴욕의 춤수업이나 공연무대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그 위상이 멕 스튜어트와 안느 테레사 드 키어스매커 등 춤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브뤼셀로 옮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였음도 불구하고, 미국 참가자들은 춤에 대한 내용 그리고 벨기에, 인디아, 오슬로, 리오 그리고 사라예보에서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뒷짐만 지고 있었다.(*)
<댄스매거진> 200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