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춤 단신

▣ 몬테카를로 발레뤼스와 함께 미국 순회공연을 했고 서정성 넘치는 재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던 러시아 출생 나탈리 크라소브스카(Nathalie Krassovska)가 2월 8일 미국 달라스에서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수술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었다고 한다. 크라소브스카는 런던페스티벌발레단의 무용수로도 활약했었다. 그리고 1963년에는 달라스에 정착하여 그곳에서 춤활동을 장려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발레뤼스와 페스티벌발레단에서 19세기 고전 레퍼토리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 중에서도 지젤 역으로 명성을 높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생한 크라소브스카는 서유럽에서 성장했고 파리와 런던에서 발레 수업을 받았다. 그녀가 처음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은 1936년 몬테카를로발레단에서 활동하면서였다. 20세기 발레를 개혁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포킨을 만나 많은 작품을 하면서 그로부터 개인적인 지도를 받은 곳도 이 발레단이다. 1938년 몬테카를로발레단은 새로 조직된 몬테카를로 발레뤼스와 합병되면서 크라소브스카는 주역무용수 그룹에 속하게 된다. 이 발레단은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에 본부를 두고 일년 내내 순회공연을 한다. 그 과정에서 크라소브스카는 낭만발레 전문 무용수로 입지를 마련한다. 1949년에는 몬트리올에서 낭만발레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꼽히는 『지젤』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게 되었고, 당시 공연을 보았던 몬트리올 데일리스타지 춤비평가 S. 모건 파월은 “그녀의 춤은 요즈음 발레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고 평가했다.

▣ 영국에서 다이애나비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교통사고로 막을 내린 극적인 삶을 그린 발레작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3월 8일 맨체스터의 팰리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작품을 만든 덴마크의 유명 안무가 페터 샤우푸스는 만인의 연인이었던 고(故) 다이애나비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다고 밝혔다. 샤우푸스는 영국국립발레단(ENB) 예술감독을 하던 지난 1986년 다이애나에게 춤을 가르치면서 다이애나와 친분을 맺었다. 그는 다이애나가 켄싱턴궁에서 몰래 빠져나와 인근에 있던 무용단 연습실에서 춤연습을 하곤 했다면서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들이 없는 연습실에서 춤을 추며 자유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샤우푸스는 볼쇼이발레단과 키로프발레단, 뉴욕시티발레단을 거쳐 1980년대에는 ENB의 전신인 런던페스티벌발레단을 이끌었으며, 다이애나는 나중에 ENB의 후원자가 됐다. 그는 현재 덴마크의 소도시 홀스테브로에서 자신이 창단한 페터샤우푸스발레단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스에 관한 내용으로 현대발레를 창작하고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발레 버전으로 개작하는 등 파격적이고 눈길을 끄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왔다.

▣ 뉴욕시티발레단의 솔로무용수 빅터 카스텔리(Victor Castelli)가 2월 8일 뉴욕 웨일 코넬메디컬센터에서 52세로 세상을 떠났다. 카스텔리는 2004년 10월 암진단을 받었었다. 발레교사는 물론 무대예술인으로도 많은 재능을 보였던 무용수 카스텔리는 조지 발란신과 제롬 로빈스가 안무한 여러 편의 작품에서 고전적인 우아함과 희극적이면서 장난기 어린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었다. 그가 맡았던 배역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로는 1981년 발란신의 『모차르티아나』의 에피소드 중 솔로 『지그(Guque)』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발란신이 이 원기 넘치는 18세기 풍의 작품을 안무한 것은 원래 카스텔리를 위한 것이었지만 정작 그는 부상을 입으면서 초연 무대에는 설 수가 없게 되어 대신 크리스토퍼 담보아즈가 출연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다음 해에는 카스텔리가 배역을 맡을 수가 있었고 공연이 있은 후 안나 키셀고프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로코코식 화려함을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강조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먼트클레어에서 출생한 카스텔리는 어린 시절 그곳에서 교사들에게서 사사를 받았고 뉴욕에서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스쿨에서도 수업을 받았다. 1971년에 뉴욕시티발레단에 입단하고 1990년에 무대를 떠난 후 발레단에서 발레 교사로 일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로는 공항을 주제로 안무한 『PAMTGG』(1971), 검은 유리조각에 몰두하는 한 남자를 그린 소름끼치는 판타지 『밤의 쥐(Gaspard de la Nuit)』(1975년) 그리고 영국 왕실 해군 역을 맡았던 『유니언 잭(Union Jack)』(1976년) 등. 뉴욕시티발레단에서 발레교사로 일하면서 발란신과 로빈슨의 여러 작품을 연습시켰고 전국에 있는 무용단들을 위하여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던 그는 안무가의 레퍼토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발족한 로빈스저작권트러스트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