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 이외에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다. 헌법 제2장 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민의 능력을 감안하는 ‘조세평등주의’와 특정한 권력이 아닌 법률에 의해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골자로 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극인 모두가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다고 하면 의아해 할 것이다. 연극인의 소득이 워낙 밑바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전 배우 박정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연극인의 월 평균 수입은 36만 1000원에 불과하다. 이런 수입으로는 고용, 산재, 건강보험은 물론, 국민연금의 가입도 그림의 떡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연극의 현장에서 일을 하던 이중적 시기가 있었다. 그 때 매달 받는 월급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세금을 냈지만 무대장치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받은 보수에 대해서는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우리가 세금이라고 하면 크게 국세와 지방세를 말한다. 국세는 소득세, 상속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주세, 인지세, 증권거래세 등이고 지방세는 재산세, 취득세, 주민세, 농지세, 자동차세, 면허세, 도시계획세 등이다.
국세 중에 연극인과 관련된 것은 소득세, 부가가치세, 주세 정도이다. 소득세의 경우에는 양과 음이 극단적으로 존재한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굳은 사람도 음의 시절에는 교통비도 모자랄 정도로 고생하다가는 일단 연극판을 떠나 여의도에서 명성을 얻게 되면 소득에 따라 출연료의 40 퍼센티지 이상의 세금을 내기도 한다. 부가가치세는 연극제작의 여러 부분에서 발생한다. 공연장의 대관과 임대, 무대장치와 조명의 제작과 설치 등 수많은 부분에서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다만 대개의 극단이 면세사업자인 까닭에 부가가치세를 환불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유감스럽다. 법인형태의 연극기획사는 일반 극단과 달리 손익상태를 분명히 하여 부가가치세의 부담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이는 일반극단이 배워야 한다. 지방세의 경우에는 대개의 연극인들이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지방자치기관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연극제작비의 지원만 받는다고 생각한다. 주민세의 납부 정도가 고작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의외로 연극인들은 재산세와 도시계획세를 감당하고 있다. 다만 이들 세금이 본인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납부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예를 들어 공연장의 10일간 대관을 위해 300만원을 지불하고 5개월의 공연장 임대를 위해 1500만원을 공연장 소유자에게 지불했다고 하자. 공연장 소유자는 이 돈을 통채로 가져갈 수가 없다. 공연장의 재산세와 시설물 및 환경개선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적지 않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 돈의 출처는 바로 연극인이다. 연극인들이 연극행위를 통해 얻어진 수입으로 이들 세금을 납부할 수가 있다. 연극인들은 크건 작건 납세의 의무를 감당하고 있다. 연극행위는 그 자체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갖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기관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