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세월호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고 파랗게 질려 있던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계획되었던 모든 문화행사가 취소되면서 갑작스런 암묵적 사회 통제로 전전긍긍한 채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었다. 다행히도 정부의 태도 변호로 ‘문화가 웃어야 사람이 행복하다’는 명제 아래 문화를 위한 돈이 풀리면서 서울의 곳곳에는 볼거리와 놀거리로 풍성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볼거리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내 주변에서 예술행위를 하는 식구들의 크고 작은 행사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고 있다. 각 지역의 행정부와 손잡고 지역문화 활성화 추진, 급변하는 관광문화 구축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 어린이나 어른을 위한 체험을 통한 전통문화 익히기, 그런가 하면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열렬한 춤판과 난장을 통한 자아 발현의 장, 그동안 서울시가 알게 모르게 가꾸어 온 자연친화적 환경의 둘레길과 공원, 드높은 가을하늘 아래, 창공의 청청함을 전하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은 적막하기만 하던 궁궐 안에서, 또는 한강변 둔치에서, 또는 잘 가꾸어 놓은 공연장에서 정성껏 만들어내는 예술인들의 한판 기량을 만끽하며 행복하다. 내가 만난 공연의 단면만을 몇 편 소개하면 참으로 한국의 예술인들은 식지 않는 열정으로 사회와의 소통과 자아 구현의 끊임없는 도를 닦으며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
1. 80의 고령을 앞두고 주영숙 선생은 청담동에서(D&I갤러리) 조각전을 열었다. 치대를 나온 재원이 우리나라 여성 교육에 앞장 선 중앙학원 가문에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다시 미국의 교육학 박사를 따고 교육학 교수를 거쳐 덕성여대 총장을 지내며, ‘여성 3·1운동 기념사업회’의 이사장을 지내면서도 틈틈이 취미 생활로 손을 놓지 않은 그의 조각 세계를 이어왔다. 아늑하고 따뜻한, 그리고 평화롭고 행복한 가족의 사랑을 담은 조각품들은 어수선한 오늘의 우리 사회에 가족의 행복과 사랑이 인간을 만드는 원동력임을 각성시키고 있다.
2. 그런가 하면 운현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축제는 우리 전통의 춤과 소리가 얼마나 흥겨운 것인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임수성 춤꾼이 제자들과 보여준 『진주검무』와 박병천류의 농익은 『북춤』은 한춘 씨의 추임새와 더불어 석양으로 넘어가는 가을 햇볕을 받은 한국의 운현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3. 그런가 하면 창경궁에서는 처음으로 궁과 임금의 생활이 하나되는 「영조대왕궁궐일상」(9.20~28, 오은희 작, 이상희 연출)이 많은 관광객과 더불어 사람이 사는 궁궐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건축물로만 보이던 궁궐이 삶의 공간으로 바뀌면서 궁궐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4. 양재천에 자리 잡은 선유도에서는 아주 딴판의 춤과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100명의 춤꾼을 뽑아 ‘불꽃과 춤이 하나 되는 몰아일체의 밤’인 「버려지는 서울 그루브 나이트」(최윤상 연출)가 불꽃과 함께 젊은 춤꾼들의 몰아경지의 춤으로 온 세상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 외에도 우후죽순으로 그간 움츠렸던 기량을 마냥 펼치고 있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긍정적인 난장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