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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살롱
“도시사람이 이토록 연희를 좋아할까?” 이런 행복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 계속된 「별별연희」(8.9~10.5)는 대성공이었다. 시원한 여름밤에 시작해서, 청량한 가을밤까지 이어진 「별별연희」는 대한민국 연희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국립국악원 연희부를 비롯한 여러 연희단체들이 연희마당에서 각각의 기예를 선보였다. 재담과 기예를 두루 갖춘 권원태 명인의 줄타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판굿」은 연희마당의 꽃이었다. 국립국악원 연희부가 중심이 된 「무을농악(舞乙風物)」은 경상북도 구미시 무을면 무이리를 중심으로 전승된 농악이다. 경상도지역 농악의 특유의 ‘북’을 중심으로 한 힘이 느껴지는 농악이다. 더불어서 농악이라는 것이 군악(軍樂)에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남성적인 역동성이 살아있었다.
판굿 중에서 특히 기억 남는 것은 ‘진쇠’와 ‘청배’. 진쇠는 우리가 그간 보아 온 판굿(농악)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청배’는 젊은 에너지가 충만한 기량을 발휘했다. 특히 연희 속에서 굿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청배’와, 국립남도국악원의 ‘씻김굿’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는 ‘넋굿’으로서의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별별연희에 참여한 팀은 저마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악기와 만나는 퓨전형태의 공연은, 아쉽게도 연희마당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음향적인 측면에서도 볼 때도 실내공연이 맞다. 무엇보다도 이런 공연에선 실제 연희마당을 찾은 관객들의 만족도가 덜하다는 걸 짐작하게 된다.
연희마당은, 원형무대이고, 열린 공간이다. 단지 연희자가 앉거나 서서 두드리는 곳이 아니다. 연희의 기본이 되는 타악적인 요소가 ‘뛰면서 돌아갈 때’ 더 큰 신명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우리가 연희에 대한 한 가지의 착각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풍물(타악)은 연희에 있어서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희 안에서 이야기와 놀이(재주)가 더욱 살아야 한다. 아울러 탈춤(가면극)을 소재로 한 연희가 더욱더 많이 공연되어야 하겠다.
나는, 도담도담(9.21)을 2014년 별별연희의 최고팀으로 선정하겠다. 젊은 연희자가 중심으로 한 도담도담은 탈을 매개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들이 사용한 탈과 탈춤은 모두 전통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대청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양주별산대’에 뿌리를 두고 한 여자와 두 남자(젊은 남자, 늙은 남자)의 갈등을 그려낸 포도부장이 특히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샌님(백승태)과 함께 소무(민현기)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 키 큰 남자가 여성탈을 쓰고 교태(?)를 떠는 모습에서, 연희마당의 관객들은 크게 웃었다. 또한 고성오광대에 뿌리를 둔 『문둥북춤』(박인수)은 관객들에게 순간 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봉산탈춤’의 ‘사자춤’을 가져와서 재미있게 판을 이끌어간 도담도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은 SNL이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GTA게임을 가져와서 ‘사자춤’을 재미있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백승태, 각시탈의 박인수, 김민규, 민현기, 사자춤에서 앞사자 역의 김동환, 뒷사자 역의 김남희. 특히 이렇게 여섯 사람은 대한민국 창작연희를 만들어가는 대표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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