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수상- 작은 배가 있었네

언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커뮤티케이션 즉 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이요, 그 소통을 오해없이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잘 고안된 체계이다. 언어란 최초에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러한 상호작용의 관계에서, 어떤 분절된 혹은 분절되지 아니한 소리는, 어떤 몸짓은, 어떤 기호는 무엇을 의미한다는 상징이 공유되고, 그러한 상징이 일정한 유형으로 체계화되면서 언어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언어는 의미소, 즉 단어나 구분가능한 소리, 몸짓 혹은 기호 들이 다양한 형태로 조합되어 나타나면서, 때로 어떠한 경험적 사실을 표현하게도 되고, 혹은 감정을 표현하게도 되며, 혹은 논리적인 생각을 표현하게도 된다. 그리고 언어는 애초에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후에는 언어가 있음으로써 사람들은 그 언어로 사고하고 그 언어에 따른 감정을 느끼고 그 언어에 맞추어 경험적 사실을 구성하게 되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나아가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영국의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 같은 철학자들은 철학이란 실제로 언어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임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제의의 일부로서 무용이 행하여지던 원시적인 시대를 지나서 현대로 오면서 춤도 이러한 언어의 한 형태라고 일컫는 것에는 그다지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춤이라고만 하여서는 마치 우리말이나 영어 혹은 프랑스어와 같은 특정한 언어가 된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리하여 가령 고전발레라고 특정하여 말한다면 우리말 같은 특정한 언어와 보다 유사한, 정리되고 정제된 춤의 한 언어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식의 무용을 익힌다고 하는 것이 우리가 소리 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틀이 갖추어진 고전발레 혹은 그것처럼 일정한 틀을 갖추고 있는 무용의 한 장르를 익힌다는 것은 결국 의사소통 가능한 양식이 있는 언어를 익히는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언어가 시작 단계에서는 의사소통의 한 도구일 뿐이었다가 점점 그것이 마치 우리의 사고나 감정이나 경험의 기반이 되는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언어는 처음의 의사소통적인 기능을 벗어나 경험과 감정과 지식을 즐기면서 공유할 수 있는 놀이의 수단으로도 사용되게 된다. 언어로 하는 놀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끝말잇기 놀이이다. 끝말잇기는 여러 형태로 행하여 질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주로 명사의 단어로 끝말잇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예 구절로 나아가거나 문장으로 끝말잇기를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각운 혹은 두운이 있는 시를 짓는 일이 문장으로 끝말잇기를 하는 유형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면, 조금 다르게는 일정한 글자수를 맞추어 시나 글을 짓는 일, 즉 우리의 시조나 가사, 혹은 일본의 하이쿠나 센류를 짓는 일 따위가 그러한 언어로 하는 또 다른 유사한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놀이 활동은 대개 특히 어린 나이의 아이의 성장단계에서 발달과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성인이나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할 수 있다고 한다. 놀이 활동은 때로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놀이집단으로 발전된다. 놀이집단은 기본적으로 놀이를 함께 하는 아동들의 집단을 말하는 것이지만, 성인들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놀이집단이 형성될 수 있다.
놀이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물론 자신이 그 집단에 소속되어 있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한에서 그러하기는 하지만, 그 놀이 집단이 존속하는 짧은 혹은 긴 시간 동안 그 집단 속에서 나름의 결속력을 가지며 때로 그 집단만의 규범의 통제를 감수하며 집단 구성원들과 ‘우리’라는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 사회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말과 문자로 된 언어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는 여러 명이 가담하게 되는 경우, 비록 일시적일 경우가 많겠지만, 이러한 놀이 집단을 형성하게 되기 쉬운데, 만약 춤 혹은 춤의 특정 장르가 역시 하나의 언어라면 이러한 놀이 혹은 놀이 집단이 춤 혹은 그러한 특정 장르의 춤에서 행하여지고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만약 춤에서 끝말잇기 놀이를 한다고 하면, 그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하고 그 놀이방식은 어떤 식으로 되어야 할까.

우선 그러한 놀이에 참여하거나 놀이 집단에 가담할 수 있는 구성원은 대개 그 특정 장르의 춤의 언어에 익숙하거나 그 언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춤을 넓게 인간의 모든 동작, 몸짓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생각한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의사만 있다면 춤의 끝말잇기 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놀이방식이다. 그릇이 다르면 담을 수 있는 내용물이 다른 법이다. 가령 구멍 뚫린 바구니에는 과자는 담을 수 있어도 물은 담을 수 없다. 입구가 좁은 화병에는 마치 여우와 두루미의 이솝 우화에서 보듯이 물은 넣을 수 있어도 밥도 담아 먹을 수 없고 쿠키나 비스킷조차도 제대로 놓아둘 수 없다. 그러하니 무용으로 끝말잇기 놀이를 하고자 한다면 말이나 문자로 하는 끝말잇기에서와는 다른 제한을 두거나 다른 장치를 두어서 동작잇기를 하여야 한다.

먼저 춤이란 늘 음악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음악을 준비하여야 한다. 음악이 수반한다는 것은 박자와 리듬이 함께 한다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1분 내지는 길어야 3분 내외의 짧은 음악이면 좋겠지만, 재미가 붙으면 몇 십분이 되는 긴 음악이라도 좋을 것이다. 준비된 음악은 가능하면 악보를 구하거나 하여서 음악의 흐름에 따라 작은 단위로는 박자 순서대로, 대개는 마디 순서대로 번호를 매긴다. 그리고 음악의 빠르기에 관하여는, 처음 시작할 때는 쉽게 이미 연주되어 녹음되어 있는 음악에 맞추어 그 템포대로의 음악을 사용하게 되겠지만,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음악의 템포를 전반적으로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변경하여 사용할 수도 있고, 혹은 동작잇기를 해 나가면서 매번 그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해당되는 음악의 템포를 변경하여 가며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음악이 정하여지면, 이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춤의 시작을 준비하는 포즈를 정한다. 그리고는 한 마디씩 혹은 자유롭게는 자신이 원하는 길이만큼 춤의 언어를 풀어간다. 그 사람이 동작을 멈추면 누구든 놀이 집단에 있는 그 다음 사람이 그 멈춘 동작을 다시 이어간다. 이 때 만약 그 참가자가 자신이 풀어놓는 몸짓이 어떤 감정에서 나온 것인지 혹은 어떤 이야기에 기반을 둔 것인지 혹은 무슨 의도에서 나온 동작인지를 함께 말로 표현하게 된다면 그 동작잇기는 더욱 의미 있는 색채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음악이 끝날 때까지 춤의 끝말잇기 놀이가 계속되는 것이다.

말과 문자로 하는 끝말잇기가 여러 단어를 찾고 조합하는 가운데 언어에 대한 두뇌를 자극하고 알게 모르게 언어 사용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듯이, 춤의 끝말잇기 즉 동작잇기도 우리가 그것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하고 실행하여 본다면 춤에 대한 이해, 행하는 동작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어떤 연결이 가능한가 내지는 더욱 자연스러운가, 그 동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 동작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표현된 동작이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 하는 것들에 대한 사고와 인식을 통하여, 한편으로 알게 모르게 안무력을 키우며 그래서 결국 무용 예술을 더욱 잘 습득할 수 있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놀이는 그 놀이를 한 후에 잘 된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면 일종의 공동 안무 프로젝트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춤의 끝말잇기 놀이란 특히 성인들의 경우 한 장소에 모인 다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행하여지기란 극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하기에 다른 방식으로 그러한 놀이를 구현하는 방안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그 방안이란 역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가장 편리하게 고안된 언어 특히 문자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공간에서 서로 다른 여러 곳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간에 한 곳에 접속하여 춤의 끝말잇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추가로 요구되는 것은 춤의 동작을, 타인이 보고서도 의도된 동작 그대로 할 수 있는 말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하여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하는 놀이는 추가로 몸짓을 문자로 옮기는 실력까지도 늘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놀이를 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놀이가 원래 아이의 것이라고 정의되듯이, 놀이를 행함에 있어서 아이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어른과 아이의 차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른들은 숫자들을 좋아한다. 당신이 그들에게 새로운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당신에게 절대로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의 목소리는 어떤 음이니? 그는 어떤 놀이들을 좋아하니? 그는 나비들을 수집하니?’라고 당신에게 절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그의 나이가 몇 살이니? 그의 형제들이 몇이니? 그의 몸무게는 어떻게 되니? 그의 아버지는 얼마나 번다니?’라고 당신에게 물어본다. 오직 그 때 그들은 그를 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어른들에게 ‘저는 장미빛 벽돌들로 된 아름다운 집 하나를 봤어요. 창들에는 제라늄들이 놓여 있고 지붕 위에는 비둘기들이 앉아 있었죠…’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이 집을 떠올리게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