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KBS는 지난 9월10일 청주총국(총국장 강영원)이 제작한 「고향하늘을 향해 묻어다오」를 추석특집으로 방송했다.
할머니들의 노래 「타향살이」를 따라서 카메라는 두만강건너 길림성 도문시의 산골마을 정암촌(停岩村)을 펼쳐주었다. 마을 이름은 양수진. 충청북도 사람들이 개척해서 정착한 바로 충북촌이다.
한적한 마을에 제비가 따뜻한 남국의 소식을 물어오듯 충북 청주에서 최국만 편성제작국장이 직접 고향소식을 지고 와서 마을 동포들과 만나서 함께 놀며 위로하고 즐거운 며칠을 지냈다.
그 방문기록이다.
젊은이들은 외지로 진출하고 노인들이 마을을 가꾸며 활기차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 국장과 함께 두 할머니가 주인공처럼 부각 되었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서 두 살 때 업혀 온 신순호 할머니(77), 충주에서 아홉 살 때 오신 서강숙 할머니(85). 홀로 집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두 할머니는 몇 십 년을 친구처럼 형제처럼 의지하고 지낸다.
여기에 고국에서 튼실한 젊은이가 고향소식을 가지고 왔다. 말벗이 그리운 할머니들을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대해 주는 고향젊은이가 무척 반가웠다. 밭에서, 집안에서, 마을에서 어느새 가족이 되었다. 추석을 앞두고 부모님 산소에 갈 엄두도 못 내는데 최 국장이 낫을 들고 벌초를 해 드렸다, 신순호 할머니는 산소의 부모님께 빌었다 - 대한민국 아들 딸 강하게 잘 보살펴주세요.
낯설은 타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온 노인들인데 의외로 여유 있고 유쾌하고 활기찼다.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한 사람들의 모습에 충청도의 낙천적 기질과 성품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보였다.
신범극 노인은 「청주아리랑」을 다시 살렸고, 멋쟁이 노신사는 김세레나의 「짚세기 신고 왔네」를 타령조로 부르고 ‘쿵자자작쿵작’으로 멋지게 엔딩을 찍었다.
최 국장이 연길시내 서시장에 들려서 윗옷셔츠를 사서 선물했는데, 할머니들은 색깔 있는 새 옷을 입고 각시처럼 즐거워하면서, 한국아들은 다 우리아들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모두의 꿈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조상들이 묻힌 고향하늘을 향해 묻히고 싶어한다.
우리민족만의 강한 귀향본능인가보다. 「타향살이」로 시작해서 「고향생각」, 「친구생각」 등의 멜로디가 깔리면서 향수를 부추기고 두만강에 배를 띄워서 강 건너 고국땅을 바라보며 「눈물젖은 두만강」을 부르고, 다시 「타향살이」로 그리움을 접었다.
마지막 신순호 할머니의 인사말. “열심히 살고 어긋나는 일 안하고 좋은 일만 하고, 대한민국 분들이 받들어줬으면… 감사합니다.” 최국장과 헤어지면서 빨리 가라고, 얼른 가라고 손짓하면서 휙 돌아서는 할머니, 인상적인 이별장면이었다.
그리고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는 두 할머니의 뒷모습은 노을처럼 여운을 남겼다. 책임PD: 최국만, PD: 최용찬, 연출: 이명희, 글: 김희경, 기술: 김수환, 촬영: 강성환, 내레이션: 김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