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이달의 좌담

*때 : 2014년 9월19일 오후4시
*곳 : 본지 편집실

안무가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혼자 이겨나갈 수 있어야
이동우_이달의 좌담에서는 현대무용가 황미숙, 신종철 두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학교나 기관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대표하기에 더욱 하실 말씀들이 많으시리라 사료됩니다. “무소속”이라고 표현해도 될지요? 아니면 독립예술가가 어울릴까요? 무소속 무용수로서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 이로 인한 창작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먼저 황미숙 안무가에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체육대학에서 처음 만났고, 그래서 교수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혹시 두 분은 사제지간이신지요?
황미숙_사제지간이 아니라 무용계 선후배 사이지요. 독립예술가라는 말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건 아닌지, 이 말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독립예술가라는 말이 왜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라고 여겨집니다. 한국은 교육자와 예술가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요.
대학원을 졸업 한 후에 ‘예술가가 될 것인지, 교육자가 될 것인지’ 저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교육자보다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대학교수가 되면 활동하기에 여러 가지 이로운 점이 많았죠. 현재도 바뀐 것은 없지만…. 그렇다면 대학교수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지원해서 떨어진 경험들, 지속적인 작품 활동, 그들 속에서 예술가로 살고자함이 가슴 한 곳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죠.(웃음) 그래서 대학에 꼭 가야한다는 생각을 접고 지원을 거의 안 했던 것 같아요. 지방 무용대학에서도 요청이 있었지만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라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었지요. 요즘은 무용계에서는 저를 포함해 개인 프로단체를 가지고 있거나 홀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독립예술가라고 부르는데,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독립이라는 단어가 붙으니까 뭔가 앞장서서 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독립이라는 단어를 빼고 예술가라고 부르면 되잖아요.
신종철_학교에 소속되어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로 독립 예술가인지 아닌지를 단정하는 것 같아요. 저는 무용단과 학교에 소속돼 있다가 2009년에 나와서 개인적으로 방황도 하고,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그런데 독립 예술가? 저는 독립한 적도 없고, 다만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인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조금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황미숙_제가 안무가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대학 4학년 때 제 스승이셨던 김경옥 선생의 조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을 계속할 것인지, 안무가가 되는 조건 등등 고민을 얘기 나누면서 선생은 저에게 ‘안무가로서 살아간다면 스승이나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혼자 이겨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결심을 가지고 있다면 안무가의 길을 가라’라는 말씀을 해 주셨고 일주일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했지요.
제가 선생께 ‘그러면 저에게 안무가의 자질이 있습니까? 제게 어느 정도 자질이 있어야 한 길로 꾸준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여쭤 봤지요. 선생께서 ‘자질은 갖고 있으니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고요. 그래서 전 안무가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했고 1989년부터 ‘황미숙현대무용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활동시기가 늦어진 이유는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은 후에 활동을 재기했기 때문입니다. 1989년 3월은 첫 발을 내딛는 시작이기에 『이사도라』라는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지요. 제가 안무를 하는 날까지 이사도라 던컨의 정신을 잊지 않고 꾸준하게 작업 활동을 하기 위한 제 스스로 다짐을 위해 이사도라의 생애를 다룬 작품으로 안무가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누구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하라는 선생의 말씀대로 실행을 옮겼지만 너무 힘든 일들이 많았습니다. 몇 년 전에 김경옥 선생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 말씀 해 주신대로 제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활동한다는 점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씀드렸지요. 또 제가 보기와는 달리 보수적이고 고지식해서 융통성이 부족했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풍성한 안무가의 삶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말씀드렸죠.
이동우_실행에 옮기면서 많은 힘든 일이 있었음에도 안무가의 길을 걸은 것에 감사하고 계시군요.

안무자의 철학과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은 경제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황미숙_그런데 언제인가 저에게 한 비평가가 요구한 바를 들어주면 편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제안 비슷한 걸 했었죠. 힘들게 활동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그때 전 ‘안무가로서 제 나름대로 약속한 것들을 무너뜨릴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 하는 작품을 갖고 누구의 힘을 의지해서 작품이 좋다는 평보다는 제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 노력하며 살겠다. 만약 현재보다는 제가 죽었을 때 황미숙의 작품이 좋았다고 인정되는 편이 제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랬더니 저에게 황씨라서 그런지 참 고집이 있다고 해요(웃음). 저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이런 사적인 이야기들이나 무용에 대한 생각들, 작업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에 대한 인식이 제가 쌓아 온 것들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 이해시키기보다는 언제나 제 작품들을 통해서 저의 무용철학이나 삶에 대한 것들이 작품 안에서 묻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시키기 보다는 제 작업에만 열중했지요.
작업을 한다는 것, 안무가의 철학과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은 경제적인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에 대한 편견들은 저와 함께 했던 무용수들과 스텝분들, 제 주변에 계시는 분들이 대변해 주기도 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소문들과 편견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기에 힘든 상황이 있어도 오늘날까지도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여기 신종철 씨도 아마 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할 겁니다. 작업을 함께 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에 대해서 알기가 힘든 일이죠.
신종철_안무가들의 공통점이 고집이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황미숙_고집보다는 안무가들의 철학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 점이 없다면 안무가의 길을 걸을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종철_제가 처음 안무를 한 게 1999년인데요. 저는 대학을 졸업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안무가의 길을 갈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대학 4학년때 한국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에서 특상을 수상하며 군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무용수로서 살아가려고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목표가 생기면 그 한 가지를 향해 달려가는 성격이거든요. 처음 무용을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1학년 겨울이었는데 스트릿 댄스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무용학원에서부터였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대학을 목표로 미친듯이 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운좋게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군면제가 되는 콩쿨이 있다는걸 알았어요. 그래서 또 미친듯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는데 운좋게 대학 4학년때 상을 받았고요. 단순히 동문단체에서 공연에만 매진하던중 선배가 프랑스 콩쿠르에 대한 정보를 주었는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무용수로서 나를 시험해보자는 생각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행운처럼 2등상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무용수의 길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머지않아 목표가 없이 나태해진 저의 모습을 보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무엇을 도전할까 고민하다가 안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안무한 것이 현대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현대무용데뷔전」이었어요. 그 이후부터 안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요. 하지만 안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선배나 스승의 공연을 참여하면서 어깨너머로 익혔어요.
안무초년 시절 군무 작품을 준비 할 때였어요. 그때에는 제가 학교에 소속되어 있을 때인데 교수나 어르신들이 작품 연습 과정이나 공연 올리기 직전 리허설을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수정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나를 위해서 그러시는구나’라고 생각해서 수정을 했죠. 그런데 점점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도대체 이게 내 작품인가? 누구의 작품인가?’라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수정을 안 하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고, 선생들과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하지만 주위에서 어떤 말을 하고 매질을 하던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공연이 끝나 내가 뭘 잘못 했는지 반성을 하고, 어떤 점을 채워야 할지 배울 수 있어요. 또 내 능력이 여기까지이고,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스승이 도와줄 때는 작품이 내 것도 아니고, 그들 것도 아닌 거예요. 그러다보니 좋은 평을 들어도 사람들이 좋아해줘도 아무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고집을 부리게 되고, 내 의지대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하려면 내가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이건 신진 안무가에게건 선생의 역할은 고민하고 찾을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
황미숙_저도 컨템퍼러리무용단 활동을 하면서 황미숙현대무용단을 동시에 했어요. 컨템퍼러리무용단에서 25년 동안 많은 일(간사, 총무, 회장)들을 해 왔지만 거기서는 작품을 3개 정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