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歷史隨想

임진왜란 때 일본(日本) 수군(水軍) 측은 조선의 수군에 의해 여러 번 참패를 당했지만 그 큰 원인은 조선 수군이 섬과 섬 사이로 흐르는 울돌목이나 급류(急流) 등 조류와 지형을 면밀히 알아 두고 거기에 알맞은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조선의 수군은 판옥선이라 해서 커다란 뗏목 형식의 배가 근간이 되어 있어서 포를 쏘더라도 배가 조금 흔들릴 뿐이지 전복은 아니 되었다. 반면에 일본 수군은 속도를 내기 위해 역삼각형(逆三角形)으로 되어 있는 고로 포를 쏘면 스스로 전복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조총은 마음대로 쏠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조선군의 넓고 단단한 송판이나 오동나무를 뚫거나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조선 수군이 근접해서 포를 쏘면 일본 전선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그래서 일본군은 조선 측 배의 돛대를 불 지르는 전략을 썼다. 일본은 검술의 나라인고로 돌격을 해 들어가야 유리해지지만(실제로 우리 전선 두 척은 일본군 돌격대의 칼과 창으로 쳐들어온 전법에 나포되기도 했다), 요는 포와 칼로 싸울 때 우리 수군은 대포로 그들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이긴 것이다.
이럴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배 같은 것이 몇 개 떠오면서 포를 쏘는데 군사는 하나도 안 보이고 포문만 뜨문뜨문 열려 있고 철환을 쏘는데 일본 전선에 맞으면 대형 구명이 나서 물이 들어와 침몰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 배를 일본 수장(水將)들은 메꾸라 배(盲船)라 부르며 무서워들 했다.
메꾸라라고 하면 장님이란 뜻이고 눈이고 코고 입이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어서 쳐들어가려야 쳐들어갈 구멍이 없고, 배에 뚜껑 같은 게 있는데 덤불이 덮여 있어서 일제히 쳐올라가면 덤불 속에 칼들이 꽂혀 있어서 찔려 죽기도 했고, 불구자가 되기도 했다.
몇 번인가의 해전(海戰)에서 자신들이 믿었던 선단들이 대패를 당하자 풍신수길(豊臣秀吉)은 조선 수군은 되도록 육지 근처로 끌어 들여와 싸울 것이고 바다 가운데로 쫓아가 싸우지 말라고 지시까지 내렸다.
또 그들이 어려웠던 점은 수만 명이 먹어야 할 식량의 확보가 안 된다는 점이다. 그걸 배로 운반해 와야 되는데 번번이 침몰해버리는 고로 이길 길이 없었다.
일본군들이 본 장님배(盲船)를 조선쪽에선 거북선이라 부르게 되는 걸 알게 되어 귀갑선(龜甲船)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요즘의 해전 영화를 보면 일본군과 조선군이 선상에서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칼싸움으로 맞닥뜨리면 일본군이 유리해졌었다. 조선의 전선 몇 척, 병선 몇 척이 침몰하기도 했다. 육박전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래서 우리 수군은 일본 배를 깊은 바다로 유인해 와서 포격으로 침몰시키곤 했다.
일본인 무장들이 전쟁기록을 써서 올린 글 내용은 조선군과 칼싸움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어서 완패를 했다는 글들이 도처에 나온다.
지금 모든 기록화나 동상, 화폐 등에 나오는 거북선은 실전 때의 것으로 볼 수 없다. 거기 나오는 거북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친 훨씬 후대에 가서 정조대왕(正祖大王)이 각별히 사관(史官)으로 하여금 충무공전서(忠武公全書)를 쓰게 하고 거기 들어갈 삽화(揷畵)를 정조대왕이 화공(畵工)에게 지시해서 용머리를 뻣뻣하게 치켜세운 거북선으로 그리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순신에게 명(明)나라 황제가 격려 겸 상품으로 준 투구와 갑옷과 칼 등을 하사한 것이 충렬사에 아직 남아 있는데 이것은 예물이고 크기도 다르고 칼도 현실에 안 맞게 크다. 이것을 참고로 해서 이순신 동상이 세워졌으니 실전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가등청정(加藤淸正)과 소서행장(小西行長)의 두 사령관은 극단적으로 사이가 나빴다. 또 풍신수길(豊臣秀吉)과 항상 같이 있던 참모 석전삼성(石田三成)은 소서행장과는 지극히 가깝다. 그래서 석전(石田)을 통해 한국전의 진실이 풍신수길에게 알려져 가등(加藤)이 일본에 불려가 참수까지 당할 뻔했다.
이때 명나라 사신(使臣)이 풍신수길에게 ‘귀하를 일본(日本)의 왕(王)으로 봉하노라’라고 계급을 올려주는 형식의 서신을 올려 머리끝까지 화가 난 풍신수길이 다시 조선을 정벌하려 떠나온 것이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된다. 이 소식을 소서행장이 빨리 서신으로 이순신에게 알려주고 곧 쳐들어갈 가등청정을 기다리고 있다가 철저히 쳐부수시오 했으나 이순신은 일본 측 모략으로 알고 출전하지 아니했다.
그래서 대노한 선조가 이순신을 하등병(下等兵)으로 강등시켰다. 그러자 조선군 원균 사령관이 대패(大敗)를 하고 스스로도 전사를 하자 선조(宣祖)가 이순신을 복직시켰으니 그게 노량해전도 되고 명량해전도 된다.
이때에 거북선은 몇 해 전에 다 파괴되고 거의 없었다.
요는 이순신은 거북선 때문에 해전에서 이긴 것이 아니고 조선의 지리와 바다의 조류의 속도를 미리 측정해두었다가 섬과 섬이 가깝고 물살이 센 울돌목 사이에 쇠줄을 바다 속에 깔아두었다가 일본 배들이 급류에 휩쓸려 전복되었을 때 포를 쏘니 아수라장이 되어 대패를 한 것이다. 십여 명의 살아남은 일본군 수군 대장들의 패전수기(敗戰手記)들은 간단하지만 다채롭다. 그리고 되도록 되씹어 보고자 아니한다.
만약에 이겼을 경우엔 자신들의 무용담(武勇談)으로 수많은 기록이 있겠으나 그런 것은 되도록 피해 써가고 있다.
총체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조선군이 이긴 원인은 거북선 덕은 아니었고, 거북선은 다만 놀라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메꾸라 배라고 한 것은 대가리가 없는 배로 (배 안에선 밖이 보였겠지만) 장님 배라 불린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인 역사의 와중에서 부하의 공(功)을 자신의 공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터무니없이 오사(誤史)가 정사(正史)로 남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한 가지 예로 한국전쟁 때 필자가 중부전선에 종군해서 총 포탄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속에서 며칠을 견디다 온 적이 있지만 적진을 겨냥한 아군의 참호 속에도 포대 내에도 연대 장막사이로 야전병원에도 사단본부에도 휘날리는 태극기는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또 필자는 군(軍)에서 육군 화보를 편집했지만 전선에서 보내온 전투 장면에서도 총에 태극기를 매단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무슨 기념식(記念式) 행사가 있을 때만 깊숙이 배낭 속에 간직되었던 것을 꺼내와 행사가 끝날 때까지만 휘날렸을런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야간 기습 때는 상대방 군모를 벗겨보고 머리털이 없으면 공산군이구나 하고 쏘거나 포로로 잡았다고들 했다. 그러나 어떤 전쟁영화를 보면 제 각각 총 끝에 태극기를 달고 뛰는 것을 보게 된다, 태극기가 너무나 만발해 있다.
아무튼 모든 기록이나 역사가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기록되어 남겨져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조금씩이라도 시정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아이러니 한 것은 평화(平和)가 돌아오고 일본이 중국에 교역을 하고자 갈 선박을 조선에 의뢰해오기도 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전통의 역삼각형 배의 원형(原形)도 조선 전선의 판옥선을 본 따서 대여섯 배나 열 배 가까이 커진 전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길이 사망하고 나서 덕천가강(德川家康)이 수길의 아들이 끌어들인 낭인파(浪人派)와의 전쟁을 앞두고 거대한 전투함의 용도는 쓸 데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