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의 춤산책

1973년, 어느 여름날.
말리 플로어사(社) 기술 부장인 피트 토마스는 영국의 작은 무용단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슨, 부분적으로 오랜지 색이 들어있는 장판의 밑면을 완전히 백색으로 물들여달라는 것이었는데, 비용절감을 이유로 말리사는 세라믹 패턴의 장판까지도 검정색으로 획일화 시키려했던 차였다. 하지만 말리사가 보유한 장비로는 가능한 일이었고, 그 대답은 “예스”였다.
이 제품은 곧 영국과 유럽에 공급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1~2년 만에 미국에 까지 수요가 들어왔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장판은 미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며, 미국에서는 이를 “말리(Marleys)”라 부르게 된 것이 댄스플로어의 효시다. 번거로울 수 있는 일개 고객의 요구를 성실하게 받아준 것이 히트상품이 된 셈이다. 공연 춤의 역사에 비해 댄스플로어의 역사는 의외로 짧은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말리사의 수출 담당자였던 밥 대거(Bob Dagger)가 무용계를 몰랐다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룩셈부르크의 공장과 연계시키지 않았다면, 말리사의 공장은 오너의 의지로 1977년 사업을 정리했고 댄스플로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이로써 1977년 말리플로어 시대는 가고, 할리퀸 플로어 시대가 오게 된 것이다.

1960년대 만 해도 춤을 위한 플로어는 춤의 역사에 비해서는 재래식이었음은 분명하다. 소비자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한 결과, 1980년대 초에 플로어 산업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이때 할리퀸사는 커다란 요구를 받게 된다. 오늘날의 영국국립발레단의 전신 런던페스티벌발레단에서는 제이 뮤스공연을 위해 볼룸댄스 플로어를 보호할 만한 쿠션판 플로어를 요구했으며, 당시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루돌프 누레예프가 부드럽지만 춤을 출 수 있는 바닥을 요구해왔다.
또한 런던컨템포러리댄스시어터는 순회공연을 위한 콘크리트 바닥표면을 막는 ‘방패막이’를 찾고 있었다. 해외에서는 함부르크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그리고 뉴욕시티발레에서도 적절한 색상과 안정적 표면의 플로어를 찾고 있었다. 동시에 플로어의 표면은 견고해야하는데, 할리퀸사에서는 이들의 다양한 층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할리퀸에서는 제이 뮤스와 누레예프의 요구를 위해서는 스튜디오(Studio)라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 제품은 각국 무용수들이 요구하는 주요 제품으로 강력한 미네랄 섬유가 함유된 재질로 제작되어있어 탄력적이면서도 온도변화와 충격에 견고하다. 이 스튜디오플로어(Studio Floor)는 댄스, 스튜디오, 무대 사용을 위해 특별하게 내구성을 가지게끔 설계된 바닥재이다. 견고한 광물 섬유조직과 발포지지층을 접합한 복합비닐 제품이다. 표면은 내구성이 강한 비닐로 만들어졌으며, 무용수들의 니즈에 중점을 두어 제작되어, 미끄럼 방지 기능과 가벼운 발포 지지층으로 인해 단단한 바닥으로 부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파티클보드, 경재(硬材), 테라조(terazzo)1), 콘크리트, 비닐타일 등 견고하고 매끄러운 표면이라도 어디에나 설치 가능한 것이 큰 특징이다.
이후, 할리퀸사는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비닐 제품을 선택할 때에는 제품 사용목적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개발했으며, 그 용도를 1) 에어로빅, 2) 발레, 3) 볼룸댄스, 4) 콘서트, 5) 컨템포러리, 6) 전시용, 7) 힙합, 8) 모던댄스, 9) 다목적용, 10) 탭, 11) 오페라, 12) TV 스튜디오용 등 - 총 12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영구, 반영구 설치에 따라 또 한 번 제품을 나누고 있다. 참고로 춤 계에서 조차 모던과 컨템포러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여기는 현실에서 제품의 구분을 세부적으로 규정짓고 있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아무튼 세부적인 장르에 따라 개발된 대표적 제품들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알레그로(Allegro)는 런던컨템포러리댄스시어터를 위해 맞춘 제품으로, 단단하면서도 고르지 않은 바닥을 위한 9mm층의 두꺼우면서도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이 Allegro는 딱딱한 바닥으로부터 무용수를 보호하기 위해 루즈레이 방식의 댄스와 에어로빅 플로어용으로 제작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롤아웃 댄스 플로어이며, 탄성을 유지하기 위해 견고한 발포 쿠션과 섬유강화조직 등과 접합한 9mm 두께의 점탄성 플로어 제품이다. 바위 같이 단단한 바닥에 간단하게 설치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부환경에 알맞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그 기능을 입증 받아 이제는 고정 품목으로 정착된 제품들이 생겨났다. 바닥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데 약 5가지로 분류 할 수 있으며, 앞서 소개한 스튜디오(Studio)와 알레그로(Allegro)를 제외한 그 외의 품목은 다음과 같다.

1) 리버서블 플로어(Reversible Floor)
“양면이 가능한”이라는 뜻처럼, ‘Reversible’은 비닐의 양면의 색상이 달라 공연의 성격에 따라 플로어 색상을 연출할 수 있다. 이 리버서블 제품은 검정/백색, 검정/회색, 빨강/파랑, 노랑/연두, 황갈색/진회색, 녹갈색/베이지 총 12종 색상이 가능하다2).

2) 캐스캐이드 플로어(Cascade Floor)는 강화 시트 비닐로써, 매우 우수한 품질로 제작되어 댄스 스튜디오에서 루즈레이와 영구적으로 설치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댄스에 매우 적합하게 제작되어 전문 무용수들과 무대 관리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표면은 비단같이 부드러운 엠보싱으로 언뜻 보기에도 질감이 좋아 조명 담당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무대장치와 같은 일반적인 무대하중도 소화하는 내구성까지 뛰어난 제품이다.

3) 스탠드패스트(Standfast)는 내구성이 매우 강하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이다. 접착제로 아주 쉽게 연결부위가 이음새 없이 연속적인 표면을 형성이 가능한 제품이며,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고, 무대 바닥재로서 다소 험하게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매우 적합한 제품이다.

하이샤인(Hi-Shine)이라는 제품은 표면이 윤기 있는 제품으로 바닥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매끄러움과 세련됨을 표현하기위한 제품으로 제품의 바닥까지 보여주어야 하는 모터쇼, 하이힐을 착용한 모델들이 넘어지지 않아야하는 패션쇼 런웨이 등 공연 보다는 이벤트 행사에 주로 쓰이며 특수효과를 위한 오페라, 뮤지컬, 콘서트 및 CF와 TV 쇼 등 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다목적 홀에 쓰이는 원목 무늬의 피에스타(Fiesta), 스트리트 댄스에서 연극무대까지 쓰이는 다용도의 프리스타일(Free Style), 여객선 및 선박의 바닥재로 쓰이는 마린(Marine), 하이샤인(Hi-Shine)보다 가볍고 일회용으로 쓰이는 쇼플로어(Show Floor) 그리고 섬유질을 보강하여 온도 변화에 더욱 강한 리버서블 플러스(Reversible Plus) 등이 있다.

지금까지 총 5회에 걸쳐 무용수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 조건에 대해 매월 무용실의 환경, 무용수의 상해, 플로어의 국제표준, 댄스플로어 시공법 그리고 댄스플로어의 역사와 종류까지- 바닥재를 중심으로 춤 공간을 위해 갖추어야할 필요조건들을 제시해왔다. 특히 무용수의 안전과 보다 자유로운 동작을 위해 환경적 요인으로서 댄스 플로어의 중요성과 상관관계를 각종 문헌을 통해 살펴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대학 내 무용과가 가장 많이 포진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지만, 학생층을 포함, 무용수들의 안전과 보호에 대해서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며 이는 비용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무용 상해 원인에 대한 환경적 요인 중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댄스 플로어이며, 탄력성과 공진성이 없고 표면이 고르지 못한 플로어가 문제의 핵심이며 그 때문에 무용수들의 부상이 잦아왔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뒤늦게 1970년대 댄스플로어에 대한 개념이 생긴 이후로 영국 런던의 라반(Laban), 미국 뉴욕에 위치한 바드(Bard) 대학, 세계 3대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파리오페라발레단, 러시아의 볼쇼이발레단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설치를 한 이유가 그만큼 무용수들의 상해방지에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널리 시공되고 있는 댄스 플로어의 재질과 구조, 시공방법에 대한 문헌연구와 무용 상해 원인분석에 대한 문헌연구를 통해, 무용수의 안전과 자유로운 동작을 위한 이상적인 댄스 플로어에 대한 결론을 정리 해보았는데, 공공장소의 바닥에 대한 일반적인 안전 요구조건들을 살펴봤을 때, 매우 중요한 요소는 플로어의 표면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끄럼방지는 무용가에게 더 더욱이나 중요한 기준이다. 스포츠 선수들은 미끄럼과 넘어짐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발을 이용하여 미끄러운 바닥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용수들에게 체육관의 두꺼운 광택 마감처리 (lacquer finished)의 플로어는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요소이다. 부적절한 표면처리로 인해 미끄러움의 위험은 물론, 건염과 같은 하지 질환, 경골 골막염, 무릎 통증, 발목 염좌 등과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댄스 플로어의 탄력성과 공진성의 두 가지 핵심요소를 기준으로 무용수에게 이상적인 댄스 플로어 시공방법에 대해 정리해보면, 첫째, 우드 조인트 프라밍(Wood Joist Framing) 공법과 둘째, 레질런트 슬리퍼 시스템(Resilient Sleeper System) 공법, 셋째, 바스켓 위브 슬리퍼(Basket Weave Sleepers) 공법, 이 세 가지 방법을 손꼽을 수 있다. 이 방법은 다른 방법에 비해 탄력이 좋고 공진성이 좋아서, 무용수를 부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댄스 플로어의 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