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교육 환경과 창작 풍토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우리 무용계
심정민_무용계에서 가을시즌은 가장 왕성한 활동이 펼쳐지는 시기입니다. 이 말인 즉 매우 바쁜 때라는 거겠죠. 그러한 가운데서도 무용계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좌담에서는 무용계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교수이자 무용가인 세분을 모시고 무용계 현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대학 무용에 대한 문제들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무용계는 교육뿐 아니라 창작 일선에서도 교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교육 환경이나 창작 풍토가 많이 변화하고 있어 이전 교수들과는 다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만 현시대에 적응하고 무용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한 분씩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강경모_현대무용과 창작자로 작업하고 있는 국민대학교 교수 강경모입니다.
홍혜전_영남대학교 현대무용전공 교책교수 홍혜전입니다. 교책교수란 직책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남대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정책적으로 충원하는 계약직입니다.
조주현_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실기과 발레 전공에 재직하고 있는 조주현입니다.
심정민_근래 들어 대학 무용에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용계에서 대학 교수가 대단히 안정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편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는데, 이제는 대학 측에서 요구하는 바가 디테일해지면서 업무량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알려집니다. 최근 교육 환경이나 창작 풍토가 많이 변화하고 있어 이전 교수들과는 다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만 하는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젊은 교수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황 온도를 말씀해 주시죠.
강경모_제가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교육부 정책에 맞춰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어요. 교육부에서 기준을 삼는 지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 취업률이다 보니 당연히 취업률에 취약한 학과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죠.
그런데 무용, 음악, 미술 등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취업을 크게 바라지 않아요. 예술 전공 학생들은 취업을 하면 오히려 실패자라고 말해요. 그들은 대학 진학 전부터 전공이 다 정해져 있고, 목표가 정해져 있어요. 공연예술계에서 무용수, 안무자, 연출자, 작가 등 다 어떤 목표를 정한 상태인데 대학 4년 동안 취업을 하라고 권유할 수는 없죠. 그렇게 하면 수업의 질이나 예술가로서의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취업을 염두에 둔다면 각 대학의 교육 방향도 바뀌어야 하는 거죠.
심정민_교과목이라든가 실용적으로 바뀌는 거죠. 이를테면 곧바로 직업창출을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나아간다고 한다거나.
강경모_졸업후에 사회로 진출하여 취업에 적합한 것을 가르쳐야 하는 거예요. 학생들의 취업률에 신경을 쓰고, 예술대가 취업에 취약하다 보니 대학에서 취업에 유리한 쪽으로 자꾸 가르치게 되요. 하지만 취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은 전체 10~20% 이내이지 나머지 80~90%의 학생들은 여전히 예술가로서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의 생각에 맞춰 가려고 하면 대학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취업률을 낮추는데 영향을 주는 분모를 줄이기 위해, 즉 예술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거죠. 많게는 20%까지 정원 감축을 하고 있어요.
지금 지방 무용대학의 어려움은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서울에 있는 대학은 입시 경쟁률도 세지만 지방 대학은 1:1, 2:1 정도이고 어떨 때는 미달일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전반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들도 공동 대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책에 있어서는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취업률, 대학내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학 무용
심정민_얼마 전 뉴스에서 대학 평가의 취업률 집계에서 인문과 예술 관련 학과는 제외시켜준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는 어떻습니까?
홍혜전_교육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그렇지만 실질적 대학 안의 체감 온도는 추워요. 대학내 구조조정 기준 1순위가 취업률인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현재 예술계열 학과와 인문계열 기초학문 학과는 제일 먼저 상대적 취업률이 높은 실용학문 학과들에 비해 입학정원 감축 대상 또는 폐과 위기에 있어요.
심정민_아, 대학 내부에서는 아직도 취업률을 중요시하니까 여러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거군요.
홍혜전_학과 정리를 할 때 1순위가 되는 거죠. 지금 대학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준을 정하는 문제로 대학 내에서 시끄러워요. 주로 첫 번째 기준이 취업률이라는 거죠. 물론 교육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예술과 인문계 몇 개 학과는 취업률에서 해당사항 없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지만 학교 내에서의 감축은 취업률이 1순위예요.
심정민_서울에 있는 대학 무용도 점점 부담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만, 지역에 있는 대학 무용이 체감하는 정도는 빙점 이하일 것 같습니다. 대구하면 무용계에서 중요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중요한 지역인데 그곳도 그러한가요?
홍혜전_서울 소재 대학과 지역의 상황은 많이 달라요.
강경모_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제 입장은 지방대학의 고통 분담을 수도권 대학들도 획기적인 대안을 가지고 대학교육의 혁신을 같이 해야 한다는 거예요. 지역에 경우 무용과에서 배출된 무용전공자가 없는데 창작 활동을 어떻게 하겠어요.
심정민_지역 대학 무용에 대해 실질적으로 잘 알고 계신 홍혜전 선생이 구체적으로 다루어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들었을 테고요._
홍혜전_제가 영남대학교에서 가르친 지가 햇수로 2년이 되어가는데, 제가 부임하기 전에 이미 학과 조정이 된 상태였어요. 현재 우리 학교는 체육학부 내에 무용학전공과 체육학전공으로 나뉘어져 있고, 무용학전공 정원은 30명이예요. 올해 수시 경쟁률은 3:1 이었어요. 지역내 타 대학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스스로 변화해서 대비해야죠. 앞으로 전체 인구수가 줄어듦에 따라 상대적으로 무용인구가 또한 줄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지역 내 무용과의 정원미달이라는 문제의 벽에 맞닥뜨리겠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용과의 특성화가 아주 절실해요.
심정민_지역 대학에서는 예술춤이외에 실용무용이나 생활무용 쪽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로 압니다.
홍혜전_그렇죠. 지역 내 대학의 무용과에서는 입학정원이 미달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실용무용이나 생활무용을 흡수하기 시작했어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예술춤 분야인 현대무용전공 교수가 실용무용전공 학생들까지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죠. 우리 학교의 경우 한국무용은 전공안에 없고, 발레에 우혜영 전공주임 교수와 현대무용전공에 저, 그리고 실용무용전공에 변인숙 교책교수 등이 학생들을 담당하고 계세요.
심정민_한국예술종합학교의 경우 예술 무용으로 특성화가 되어서 상당히 안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발레 쪽은 상당히 강세이고요. 거기도 취업률에 신경을 쓰나요?
조주현_취업률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을 수가 없죠. 교육부에서 대학 레벨을 정할 때 취업률을 보는데, 우리 학교도 그 부분에서는 뒤진다고 해요. 물론 발레 전공으로만 보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 후에 국내 발레단이나 외국발레단에 입단해서 활동합니다. 그런데 학교 전체를 놓고 보면 영상원, 연극원, 미술원 졸업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프리랜서로 활동 하면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취업률은 높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학교도 취업률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우선인 것이 우리의 목표 자체가 졸업 후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좋은 활동을 하기 위한 기반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홍혜전_취업률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평가의 지표는 안 되는 거죠?
조주현_우리 학교의 경우 취업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졸업생들이 워낙 자기 분야에서 개성있게 예술 활동을 많이 하고 두각을 나타내니까 그저 교수 입장에서는 자기 길을 잘 닦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심각한 문제들이 있네요.
강경모_제가 보태서 말씀드리면, 주관처가 달라요. 대학은 교육부 소속이고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문화관광부 소속이에요. 그러니까 교육부의 간섭을 안 받는 유일한 예술학교가 한국예술종합학교예요. 한국 예술을 대표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취업률을 보면, 취업보다는 정말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잖아요? 그런 여러 이유를 고려해서 전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예술분야나 인문분야 쪽을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에요.
내년부터는 매우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 5개 등급으로 나눠서 평가를 한다고 해요. 거기에는 예술 대학이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아무것도 결정이 안됐어요.
그리고 학교마다 평판이라든지 취업률 등 여러 가지 관련해서 보는 게 중앙일보 평가거든요. 그래서 각 대학들이 이 평가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평가에는 예술관련 학과들이 모두 포함되죠. 현재 현실적으로 대학입시와 관련된 일선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나 학부형, 입시지도교사들이 언론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중앙일보 평가에요.
심정민_최근에 본 뉴스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총학생회에서 언론사 대학평가를 거부하겠다고 했어요. 특히 고려대 총학생회에서는 “대학을 서열화하고 기업화하려는 마음,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해도 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