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2014년 10월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DJ 탄생 50주년기념 DJ날」 (사)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주관.
일반에게는 약간 생소한 행사이지만 방송계, 특히 라디오 관계 사람들에게는 뜻있는 행사이다.
「DJ날」은 동아방송(DBS-HLKJ)의 「탑튠쇼」를 최동욱이 직접 방송한 10월5일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DJ의 탄생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4월25일 동아방송이 개국하면서 미국의 최신 유행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신설되었는데 제목이 「탑튠쇼(TOP TUNE SHOW)」이다. PD는 최동욱, 진행은 아나운서로 1년5개월을 지내고, 1964년 10월5일 개편부터 최 PD가 DJ부스에 앉아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방송스튜디오에 마이크는 아나운서가 전담하는 것으로 엄격했다. 트로트 위주의 가요프로그램의 진행에는 문제없지만 미국의 팝송을 소개할 때는 우리말 억양으로는 조화가 쉽지 않았다. 최동욱이 부스에서 직접 디스크를 돌리며 우리말 억양으로 팝송리듬을 타고 진행 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매취시켰다.
팝송에 갈망하던 젊은층과 잠재돼있던 팬들이 환호를 올리며 박수를 보냈다. 동아방송의 「탑튠쇼」의 인기는 날로 높아갔고 최 PD는 우리나라 최초의 DJ로 초특급 스타가 되었다. 1960년대는 라디오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동아방송은 뉴스와 음악, 다큐멘타리로 국민의 방송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중에 젊은 층의 청년문화를 꽃피우는 출발신호가 되었다.
매일저녁 6시40분부터 20분씩 직접 선곡한 팝송에 유창한 해설과 함께 띄우면 팬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출발부터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높은 청취율을 확보한 것으로 기록된다. 그때까지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정체된 상태였는데 채널마다 디스크자키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새로운 퍼소내리티가 DJ로 데뷔하면서 개성이 살아있는 음악프로그램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행사장에는 회장 최동욱 씨를 비롯해서 박원웅, 임국희, 백형두, 김광원 씨 등 한 시대 라디오 DJ로 꽃을 피웠던 여러 얼굴들이 모였다.
이미 머리가 희끗한 노령에 접어들었지만 왕년에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동아일보 최맹호 부사장이 축사를 하고 자리에는 남시욱 씨, 김광희 씨, 김태선 씨와 이윤하 씨, 이명득 씨, 오순종 씨, 이해성 씨 등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의 원로들이 많이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전 현직 DJ들이 모인 기념행사장에서 30여 년 전에 사라진 동아방송의 숨결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