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지난달 말 韓·中·日 국제출판학술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대주제는 ‘저작권 국제교류’ 등이었는데 질의는 주로 「전자책도 출판인가?」, 「스마트폰 등 ‘보는 것’도 독서인가?」 였다. 韓, 中, 日 모두 종이를 매체로 하는 출판 앞날의 운명에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희망사항이라면 사진이 등장하게 된 150년 전 그때 그림은 시장을 잃게되고, 화가들은 일터에서 쫓겨나고 미술 앞날의 운명에 크게 고민한 때가 있었다는 사실. (顯)

춤지(誌)에 실리는 글은 대부분 춤 홈페이지(www.choom.co.kr)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춤지의 글이 인터넷에서 검색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저작권 문제 등 원치 않을 필자들도 계실 것이다. 원고청탁 시 꼭 확인바란다. (珠)

가 을
오탁번
문틈감나무에서 감잎 뚝뚝 떨어지는 소리
아버지의 두루마기 소매자락에 이는
기러기 날아오는 가을하늘 더 푸르다
텅빈 들녘 송장메뚜기 한 마리
간고등어 한 손 든 아버지의 흰고무신코
살진 집짐승 여물 먹는 소리가 정겹다
버들치 헤엄치는 여울목에 빠진 가을달
반짇고리에 놓여있는 은반지의 흰 입술
쥐오줌 자국 난 벽에서 잠자는 씨옥수수
어머니의 가을 옷섶 따스한 저녁연기
호랑나비인 양 가벼운 굴뚝새 한 마리
감잎 뚝뚝 떨어지는 가을이 마냥 깊다

어제밤 늦게까지 비가 내렸는데 오늘 아침 파란하늘 아래 뒹구는 빨갛고 노란 낙엽들을 밟으며 출근했다. 동숭동 춤지는 붉은 벽돌건물, 옆집에 이쁜 타르트 카페가 문을 열었는데 하얀 타일에 눈이 부시다. ‘이동우의 춤산책’이 100회가 되었다. 조동화 선생님 앞에서 꾸중 듣는 듯한 모습으로 시작하셨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축하드립니다.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