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21세기의 파가니니라고 일컬어지는 고려인 바이올리니스트 로만 킴(Roman Kim)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내년이면 그의 증조부가 당시 우리나라 영토인 얼어붙은 땅 시베리아 해삼위 근처에 이주를 한 지 110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은 러시아 땅이지만 150년 전 이미 많은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었다.
1905년은 일본이 초강국인 러시아와 맞서 싸워 이기고 대륙진출의 야욕을 이루고 우리나라와는 을사늑약을 체결하여 우리나라를 집어 삼키는 식민 통치의 구실을 삼았던 해이다. 로만 킴의 4대조는 바로 그해에 시베리아 땅으로 떠난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30년대 중반 독재자 스탈린은 시베리아에서 살던 많은 동포들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소비에트 연방 안의 중앙아시아의 황무지와 같은 땅으로 20만을 강제이주를 시켰다. 옮겨가는 중 많은 사람들이 못 먹고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지쳐 죽은 사람들이 수만 명이고, 정착하고 나서도 심한 노동으로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이들은 부지런하고 머리가 뛰어났기 때문에 그곳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며 문화적으로도 뛰어난 민족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말을 지키며 한글로 된 신문도 발행했다.
이들을 일컬어 고려인이라고 불렀다. 로만 킴은 금년 24세로 고려인 아버지와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국적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16세 때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한국에 왔었지만 독주자로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올린 연주자이며 음악박사인 배은환 씨가 유튜브에 올려진 로만 킴의 연주를 보고 놀라서 그와 접촉을 시도했고, 3주 만에 우리나라를 찾아오게 되었다.
서거 175년이 되는 니콜로 파가니니는 이탈리아의 신화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고 또한 작곡가이다. 바이올린의 표현의 폭과 깊이를 새로 이룩한 바이올린 음악의 거봉이다. 뛰어난 연주자일 뿐 아니라 그의 많은 작품을 통해서 바이올린 기교의 영역을 넓혔다. 연주의 계보를 따지자면 후계를 이어가지 못해 귀재라는 이름으로 전설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의 언론들은 로만 킴을 21세기의 파가니니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악파의 거장들을 사사했다. 막심 벵게로프는 동문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성남시 판교의 불꽃교회에서 첫 연주를 가졌다. 그리고 이튿날은 서울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연주했다. 베토벤, 파가니니, 타르티니, 세바스찬 바흐와 자신이 작곡한 「로망스」, 파가니니 「팔피티」, 「브린디시」 등 우리나라에서 처음 듣는 작품도 있었다.
음악해석의 격조, 창의적 기교의 탁월함, 호소력, 불꽃 튀는 감동 등 초인적 기량이었다. 그것도 악조건 속에서 (연주장, 국산 피아노)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젊은 거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앗샤 하이펫츠, 레오니드 코간, 다빗트, 오이스트라크의 장점을 빼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