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중국 칭하이 민족가무극원 방문
최근 10여 년간 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공연을 하거나 워크 샵을 개최해왔다. 또 아시아 지역의 문화와 춤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독특한 미학관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서울시립무용단 재직시절인 1990년엔 「북경 아시안 게임」 문화사절단의 일원으로 수도극장에서 배정혜 안무 『유리도시』에 출연했다. 이곳이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최초의 외국 방문지면서 공연자로서 특별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1998년엔 『붉디 붉은』으로 북경 공연도 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 중국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북경 말고도 상해, 광저우, 쿤밍, 시닝, 연변, 정조우의 소림사 지역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중화권의 대형 가무극과 현대춤, 그리고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민족춤에 호감을 품게 되었다.
이 인연들과 별개로 본격적으로 중국과의 교류가 이루어진 것은 뭐니뭐니해도 2006년 10월 구미시립무용단 단원들과 10일간 ‘바오산’구에서 개최된 「상해 세계민속축제」에 참가하면서였다. 여러 예술감독들과의 교류도 교류려니와 작품 “드라마 음악과 함께하는 우리 춤” 공연을 지켜보던 칭하이 가무단 단장인 류장이 우리춤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단장은 북경무도대학 민족무용전공자였다. 한국춤의 정·중·동적인 매력에 빠진 류장의 적극적인 후원이 내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듬해인 2007년 8월에 한 주 동안 칭하이 시닝(靑海省 西寧)에 위치한 칭하이 가무단(靑海省 歌舞團)에서 한국춤과 즉흥수업을 가졌다.

중국은 특이하게도 남·여 무용수들이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오전에는 여성무용수들이, 오후에는 남성무용수들이 수업을 받고 마지막에는 남·여 합반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무용수들은 다양한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칭하이 성 전체인구의 55%를 차지하는 한족(漢族)이 가장 많고 21%는 티베트족(西藏族), 14%는 후이족(回族)이며, 나머지 10%는 토족(土族), 사라족(撒拉族), 몽골족(蒙古族)들로 이뤄져있다고 한다.
수업을 하면서 한국 춤을 전공한 나와 여러 민족춤을 섭렵한 그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무용실을 들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체를 가졌다는 중국무용수들은 우리가락 셈마치, 굿거리, 자즌모리 장단에 맞추면서 상체중심의 팔선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이어나갔다
다양한 얼굴의 표정과 연기는 수업 내내 웃음꽃을 피워 올렸다.
남자무용수들은 중국무용수들의 특징 중 하나인 다이나믹한 양적인 움직임에 익숙했고 신체의 공간감이 발달했기에 한국춤의 단순한 움직임이나 정적 움직임을 힘들어했다. 심지어 쉬는 시간 이후 수업에 불참하기도 해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다.
숙소에 돌아 온 후 다음날 있을 남자무용수들의 수업내용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좀 더 다이나믹한 움직임, 이를테면 탈춤의 역동적인 이미지 등등을 결합하고 힙합의 움직임과 연결하면 어떨까. 그렇게 양적인 움직임을 가미한 후 수업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좀 더 탈춤, 농악 등 마을 춤을 익혀야겠다고 다짐했다.

공식적인 일과가 끝난 후 관광이 시작되었다.
티벳 지역의 표징과도 같은 ‘타르쵸()’. 불교 경문이 인쇄된 오색(대자연을 상징)천 롱다()를 한데 묶어 피라미드 모양으로 세운 ‘타르쵸’는 티벳 최고의 설치 미술품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지대가 높은 산마루나 초원의 여기저기, 마을의 입구에서 꼭 ‘타르쵸’가 휘날리는 것을 보게 된다. 파란 하늘과 잘 어울렸던 ‘타르초’는 매섭고 찬바람에 서럽게 울부짖거나 또는 바람에 맞춰 덩실 덩실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고원의 비바람에 찢기고 해진 모습은 또 다른 감각의 아름다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간절한 소원들이 적힌 ‘롱다’가 바람에 휘날리면 그것이 하늘에 전달되기를 바라는 티벳트인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곳에 담겨진다.
티벳트인들은 그 다섯 색깔 중에서도 흰색을 가장 좋아했다. 흰색은 티벳에서 지고지순한 색으로 통하여 고귀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목에 환영과 감사, 축복의 뜻으로 걸어주는 ‘까닥()’(중국어로는 ‘하다()’라고 한다)도 대부분 흰색 비단이다. 과거 우리의 서민들이 백색을 즐겨 입었다고 하여 백의민족이라고 불린 것과 일맥상통한 것일까? 그들이 공항에서 환영을 할 때나, 무용단과의 첫 대면에서 그리고 호텔에 들어 설 때마다 몇 번이나 ‘까닥’을 목에 걸쳐주면서 나의 행보에 축복이 깃들기를 염원해 줘 나는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순 아크릴로 만든 검은색 야크텐트는 현란한 불교 상징물들이 이채로운 느낌을 주며 대중 연회장이나 혹은 디스코텍으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티벳인(장족)들은 태어나서 말을 시작하기 무섭게 노래를 부르고 걸음마를 떼기 무섭게 춤을 춘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도 우리 민족과 매우 닮았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집 주변에 내걸린 ‘롱다’를 자주 목격하였는데 이를 통해서도 그들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네의 작은 불교시설인 ‘자시커()’라는 곳을 보면 그 주변에 항상 노인들이 꼭두새벽부터 중얼중얼 염불을 외고 경통(마니차)을 돌리면서 주위를 빙빙 도는데 이러한 행위로 그들은 공덕도 쌓고 아침운동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야크’라 불리는 티벳 소들은 인도건 고속도로건 어디든지 마음대로 유유자적 돌아다녀서 이곳이 유목민의 고향, 그들의 영토임을 자신들의 육중한 몸으로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러한 티벳인들의 자연과 하나 되는 삶에 깃든 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불교와 무속의 색채가 강렬한 남성무 『금강무()』는 화려한 의상이 특징이며 오방색으로 머리 부분을 감싸고 흥겨운 듯 무대를 장악하는 동작과 휘감는 화려한 동작들이 돋보인다.
또 하나 바람처럼 자유로운 티벳인들의 춤사위. 무용복의 소매가 길어서 『장수선무(長袖善舞)』라고도 불리는 이 춤은 일반적으로 남녀 구분이 없다. 긴 소매로 바닥을 후려치면서 추기 때문에 야외에서 공연할 때는 먼지가 많이 일지만 또한 그 때문에 더욱 신명이 난다. 티벳인 중에 캄지역 사람들이 가장 이 춤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무협영화 펑 샤오강 감독의 「야연(夜宴)」에서 장쯔이가 『장수선무』를 통해 북과 교감하는 아름다움을 맘껏 선보였다. 장쯔이는 무용을 전공한 배우다.

중국 56개 소수민족중의 하나인 토족의 전통의상은 제각각 모양이 다르며 의복의 장식이 대단히 많다. 마치 무지개와 같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화려한 ‘화수삼(花袖衫)’, 솜씨 좋고 선이 아름다운 자수장식에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흡요()’, 특이하고 산뜻한 아름다움을 주는 ‘뉴달아()’ 등은 대표적인 토족의 전통의상으로 손꼽힌다.
후주 토족의 의상과 장식은 목축과 농경문화의 특징과 부합하여 일체를 이루고 이를 통해, 토족의 전통문화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어 2008년에는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각 소수민족의 자치주나 자치현을 여행하면서 목격되는 소수민족의 전통의상들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민간 오락운동의 일종인 「륜자추(輪子秋)」는 운동과 가무가 함께하는 토족의 민속전통놀이의 일종으로 사람의 평형능력과 강한 의지, 그리고 협동정신을 단련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것은 또한 후주 토족의 용감, 지혜, 단결을 상징한다.
전통 민간 예술무용, 『안소무(安召舞)』는 토족의 생활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하여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민속무용이다. 기본적인 놀이방법은 우리의 『강강술래』처럼 원을 그리며 돌면서 한쪽에서는 노래하고 한쪽에서는 춤을 추는 일종의 민간 단체무용놀이이다.
또한 이들의 전통혼례의 풍습은 1,100여 년 동안 구전방식으로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하는데 혼례는 내내 말하고(設), 노래하고(唱), 춤추는(舞踊) 것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사설과 노래의 내용은 20여 종류가 있으며, 내용은 천문, 지리, 역사, 신화, 동화, 민속예의, 선인들의 위업 등으로,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토족의 무한한 열정이 이를 통해 표현된다.

칭하이 성은 신장, 티베트, 내몽골과 같은 자치구를 제외하고 중국에서 가장 큰 성이다. 평균 해발고도는 3000m가 넘는다. 순수한 자연과 열정적인 사람들이 공존하는 땅이라는 이곳은 티벳 자치구와 이웃하고 있으며 구름뭉텅이가 워낙 커서 산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만큼 이곳은 하늘과 가까운 곳이다. 이처럼 구름 그림자를 드리운 유창한 산맥은 티벳이 신들의 땅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대로 보여준다.
여름에 많은 관광객들이 동부와 남부의 더위를 피해 시닝으로 여행을 온다고 한다. 시닝의 7, 8월 기후는 꽤 온화하고 안락하여 피서에 알맞은 환경이다. 그 중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칭하이 호수는 중국에서 가장 큰 염호로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 고원에 위치해있다. 호수는 해발고도 3600m에 위치한다. 주변 지역은 목초지로 이루어져있고 티베트족이 산다. 대부분의 관광 코스가 냐오다오()를 거친다.
시닝에서 칭하이 호까지를 코스로 하는 국제적인 자전거 경주 대회가 해마다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한 무용가로서 여행가로서 아름답고 평안한 이곳을 언제 다시 방문할 것인가? 우연히 한 기사를 통해 2011년 「4회 칭하이 국제 탕카예술 및 문화유산박람회」에 초청된 충남 부여군 충남국악단 활동과 2013년 「제11회 칭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