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방송살롱

KBS는 1980년에 칼라방송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1편씩 대하역사드라마를 방송했다. 대원군과 고종황제, 명성황후 3각 구도로 엮어가는 「풍운(風雲)」을 시작으로 「대명」, 「개국」, 「삼국기」, 「용의눈물」, 「왕과비」,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해신」, 현재 재방영되고 있는 「대조영」, 그리고 2014년의 화제작 「정도전」 등 찬란한 우리역사와 불멸의 인물들을 극화하면서 시청자들이 역사교육의 드라마로 신뢰하게 되었다.
KBS1TV는 지난 2월14일부터 광복70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징비록」(토·일)을 방송하고 있다. ‘징비록‘은 조선 제14대 선조(宣祖) 조정에 재상으로 참여하여 임란 7년 전쟁을 겪고 낙향한 류성룡(柳誠龍)이 아군과 적군상황, 조정과 민생 등 여러 측면을 기록한 책이다. 이태조(李太祖)가 고려 말 이인임의 아들로 기록된 명나라 법전 「大明會典(대명회전)」의 오류를 정정시키고 대업을 성취했다고 기쁨에 넘치는데, 사은사를 파견하는 건으로부터 갈등이 시작되고 동·서 당파분쟁의 내우(內憂) 속에 왜(倭)의 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가 내륙침략을 기도하는 외환(外患)이 닥쳐오는 상황이다. 초반에 국내외 상황설명이 드라마전개의 진로를 제시하고,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역할이 안정감을 주면서 출발했다.(1~4회까지)
집권층 서인(西人)에는 정철(鄭澈)과 송익필(宋翼弼), 동인(東人)에는 이산해(李山海)와 류성룡이 주축으로 대립하는데, 류성룡의 충정어린 호소에 선조가 포용하는 의외성이 극적인 흥미와 관심을 끌어낸다. 투옥된 송익필과 서인들, 동인의 남·북으로의 분파, 통신사 정·부사 보고의 차이점, 2년 뒤의 왜군침략, 장기전란 속의 왕실과 조정, 백성들의 생존과 극복 등 내용의 편향을 조정하면서 어떻게 사실적으로 형상화 될 것인지 기대를 갖게 한다. 동·서당파 고위층 화합모임을 소집한 선조는 불쑥 파당권력다툼을 계속한다면 죽음으로 그 대가를 지불케 할 것이다, 청천벽력을 내리는데-.
연기진의 구성이 신선하다. 류성룡 역의 김상중은 그간 드라마에서의 역할보다는 해설자(프로센터)의 이미지를 주었는데 새로운 연기 창조가 기대되고, 여러 사극의 주역을 맡아온 임동진은 오래간만의 등장이라 반갑고, 이재용(이산해)과 박지일(송익필)의 역할도 주목된다. 선조 역의 김태우는 사극에서 익숙지 않은 얼굴인데 미묘한 갈등구조의 연기에 성숙미를 보이면서 시선을 잡았다. 김상중과 투톱으로 긴장감있는 연기를 보고싶다.
정철(선동혁)이란 인물이 강하게 부각되면서 별도의 의구심이 생긴다. 정철은 “관동별곡”등 「송강가사」를 교과서에서 배워서 낭만적인 시인묵객으로 인식되어왔는데 혼선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의 극본, 연출의 진행, 영상 등의 조화가 안정과 호감을 갖게했다. 대체로 대형사극은 주인공인물의 동정을 따라서 부침(浮沈)과 종결로 마치게 됐는데, 이번 사극은 온나라가 당하고 저항하고 물리쳐낸 민족역사기록이다. 주체적 사관에 철저한 역사극이 연출되기를 기대한다.(책임PD: 김형일, PD: 김신일, 극본: 정형수·정지연, 연출: 김상휘·김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