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2015년 2월17일. 발리에서 한국청년을 만났다. 정지태(86년생)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와 수원대 국악과에서 대금을 전공했다. 그는 민족음악학자의 길을 가려한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에서 1년, 발리에서 3년째 인도네시아의 전통음악을 연구하고 있다.
정지태는 일반 국악학도와 무엇이 다른가? 그의 생각의 밑바탕은 다문화이다. 민족문화의 교류에 대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발리는 가믈란 음악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의 꿈은 한국에 귀국해서 가믈란연주단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이 인도네시아를 떠나기 전에, 발리 현지인으로 구성된 사물놀이연주단을 조직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공연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회성 공연의 한계를 절감할 것이다. 결국 그 지역민에게 뿌리를 내려야 문화적 의미를 갖게 된다.
2015년 2월23일. 제주도립박물관을 찾아갔다. 「김수남 특별전-극(極) 끝없는 기억」을 보기 위해서다. 김수남(1949~2006)은 제주출신이다. 많은 제주도 관련 사진이 아름다운 풍광을 다뤘다면, 그는 제주도의 민속, 무속을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제주도의 굿을 비롯해서 민속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김수남은 ‘굿 사진의 선구자’로 통한다.
1989년 7월29일. 성금연이 이국땅 하와이에서 생을 마감했다. 1970년대부터 줄곧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예술을 알린 인물이다. 성금연 명인은 돌아가기 한 달 전 고국을 방문해서, 생의 마지막 연주회를 개최했다. 한국에 왔을 때, 동행 취재한 인물이 김수남이다. 이후 김수남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로 확대됐다. 아시아 여러 민족의 민속문화를 사진에 담았다. 2006년 2월6일. 김수남이 세상을 떠났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원주민 신년축제를 촬영하다가 그리 되었다.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김수남과 정지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두 아시아의 전통문화에 열려있는 사람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시아에 열려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시아의 전통예술과 관련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중국 일본 등 지역적으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민과 부대끼면서 그들의 일상과 영혼을 담고자 하는 노력과 그 결과는 많지 않다.
2015년 2월28일. 발리 우붓의 푸리루끼산박물관 야외무대, 한국음악과 발리음악이 만나는 특별한 야외공연이 펼쳐졌다. 발리에 사물놀이를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를 정착하고자 하는 그의 첫 번째 꿈을 이룬 것이다. 이에 앞서 발리에서 사물놀이 강습이 열렸다. 젊은 연희꾼 이성재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성재는 2013년 호주에 거주하며, 그 지역에 한국의 전통예술을 알리기에 힘쓴 적이 있다. 민족음악학자의 길을 걷는 정지태는 자신의 전공인 대금을 살려 즉흥연주와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발리에서 학생 신분인 정지태에게 생활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 다행히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조금 있고, 김치를 만들어 주로 백인에게 판다고 한다. 그 지역사람들과 외국사람들에게, 한국의 음식적 취향과 음악적 취향을 그렇게 꾸준히 알리고 있는 거다. 김수남과 정지태, 그들이 진정한 애국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