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이태리에서 유럽 대륙으로 건너온 오페라와 귀족 중심의 ‘궁중 연극’이 프랑스와 영국에서 대중문화로 자리 잡기에는 대략 200년을 잡아볼 수 있겠다. 오페라에 비해 규모와 숙련도, 스케일과 전문성이 깊지 않아도 간편하게 다가가기 쉬운 ‘궁중드라마’는 대중 속에 예상치 못한 환영을 받으며, 프랑스, 스페인, 영국으로 상륙할 당시의 그 나라 대중문화 속에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였다. 특히 이태리의 ‘꼬메디아 테 아르떼’의 유랑극단 형식의 공연들은 유럽의 극장문화를 확고하게 대중 속에 자리 잡게 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그리하여 프랑스에는 몰리에르(1622~1673)가, 영국에는 셰익스피어(1564~1616)가 탄생하여 유럽 대륙에 새로운 풍의 문화로 선풍을 일으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뒤늦게 ‘극장예술’에 심취하기 시작한 독일은 온 국토를 다 팔아서라도 셰익스피어를 사 오겠다고 열망하며 뒤늦게 발전시킨 극장예술로서의 공연예술을 독보적인 위치로까지 상승, 그리하여 현대 연극의 독일 대가 B. 브레히트(1898~1956)를 빼놓고는 현대 연극의 이론과 역사를 쓸 수 없게 되어 있고, 러시아의 스타니스랍스키(1863~1938)와 체홉(1860~ 1904)을 빼놓고는 근현대 서양연극의 발전사와 그 이론의 배경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렇게 유럽을 강타한 극장예술은 뒤이어 미국으로, 남미로, 아시아로 대륙을 넘어 온 세계로 퍼지며 공연예술의 발전사의 큰 획을 그으며 세계의 기류를 바꿔놓았다.
유럽의 기독교문화와 과학 문명의 급습을 받은 다른 대륙은 자본주의 문화와 공산주의 문화의 그 대립 속에 미개발국으로 남은 채 ‘선진국’의 이념과 사상, 자본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는 채 기존 전통문화를 멸시, 또는 망각하며 살아온 지 오래인데, 1970년대 말 1980년대로 아직 공산 진영의 입김이 제 3세계로 스며들며 작용할 때 나는 동구권의 연출가를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가들이 순진무구하게 아시아의 대중예술 속에 유럽풍의 공연예술의 어법을 심으러 초대받으며 신나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교육을 통해 ‘생활’과 ‘생각’ 속에 스며든 서양식의 습관이 그런대로 사회 속에 스며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의 정서와 감각이 공연예술 속에 육화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음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전히 그 뿌리는 서양의 버터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아직 “내 얘기도 남의 얘기도 아닌” 어설픈 공연이 난무하는 채, “우리 모두의 얘기”를 하기에 요원한 느낌을 주는 와중에 나는 진심으로 “우리 모두의, 지금의 얘기”를 하고 있는 연극 한 편을 보고 기쁘고 감동하였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다시 공연한 「오아시스 세탁소의 습격사건」을 보면 ‘오늘의 우리의 얘기로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우리의 지금의 문제를 즐겁고 아름답게, 그런가하면 그로테스크할 만큼 적나라하게 풀어가며 관객을 즐겁고 재미있게 하면서도 오늘의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과 유머가 있다.’ 작가 김정숙, 연출 권오성, 그리고 강대국을 비롯한 18명의 배우는 분칠하지 않은, 힘 있는 연극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