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요즘 우리나라는 ‘분노 사회’ - 춤을 통한 사회적 대화로 소통하게 되길
정기헌 _ 사람들은 춤 공연을 보고, 느끼고 또 움직임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관찰하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무용수 또한 춤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성찰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춤은 사회적 대화로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춤을 통한 소통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실행하고 계신 두 분, 한국댄스테라피협회 류분순 이사장과 한국필라테스협회 전홍조 회장을 모시고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두 분께서 댄스테라피와 필라테스라는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또 어떻게 시작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류분순 _ 저는 어릴적 발레를 했고 현대춤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저는 움직임이 자신의 삶에 대한 내면적 태도라는 생각과 함께 심리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무용치료 분야에 스승이 없어서 독일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독일에서 공부를 하면서 보니까 서양 사람들은 데카르트 이론에 따른 몸과 마음을 따로 보고 있지만 무용치료에서는 몸 마음의 일치로 본다는 기본철학이 우리 불교의 선과 일치하고 오히려 한국적 사상과 이론, 우리문화와 리듬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지요.
돌아온 즉시 1992년 가을, 정신과 의사들의 학회인 “임상예술학회”의 추계학술회에서 “무용치료”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고 당시 국립서울병원 의료부장이셨고, 우리나라에 처음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하신 김유광 박사의 요청으로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무용치료 임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정신분열증은 양성과 음성 두 가지 증상이 있어요. 환청이나 망상 등의 증상이 양성인데, 이 증상을 없애기 위해 약물 치료를 합니다. 반면에 감정을 나누고, 다른 사람과 정서적 공감을 못 하는 증상이 음성인데, 이것은 약물로는 치료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런 음성 증상에 대한 처방으로 무용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임상에 대한 경험과 무용치료의 결과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의 모임인 한국임상예술학회에 지속적으로 발표를 했지요.
꾸준히 임상을 하다 보니 다른 데서도 도움을 요청해 왔어요.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분노 사회’예요. 분노 조절이 안 되거나 불안, 두려움, 학교 부적응, 스트레스를 겪고, 공황장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임상 범위를 넓히게 되었지요. 그 후 2000년에 서울여자대학교 치료전문대학원에서 무용치료 과정을 창안하고 국내 최초로 무용치료 석·박사 과정을 설립하게 되었죠. 그 다음 2007년에 순천향대학 건강과학 대학원 심리치료학과에 무용치료 석사과정이 설립되고 심리치료학 석사를 배출하고 있어요.
전홍조 _ 저는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고, 발레를 하면서 제 몸에 변화가 있었어요. 그런데 부상이 많았고, 나중에는 발목을 다쳐 토슈즈를 못 신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몸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나중에 영국 발레학교 ‘로얄 아카데미 오브 댄싱’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저는 목표가 있었어요. 발레 지도자 과정도 이수하지만, 무용수의 해부학과 ‘펠든 크라이스’라는 메소드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제 관심의 초점이 무용에 맞춰 있었어요. 왜냐하면 움직임이라는 것이 이메저리(imagery)를 많이 사용하고, 멘탈 쪽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학교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하게 됐어요. 그 당시 우리가 필라테스 첫 수업을 받았던 거라 그 학교 선생님들이 다 와서 참관을 했었어요. 필라테스 선생님이 ‘춤은 곧 호흡’이라고 하면서 호흡을 가르쳤어요. 그 수업이 끝난 후에 ‘내가 할 거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제가 긴장도 하고, 엎드려서 공부하고 그래서 어깨가 많이 아팠어요.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어깨가 많이 아프다고 하니까 필라테스를 일주일만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필라테스를 하고 나서 제가 알게 된 게 ‘내가 어릴 때부터 발레를 했는데 그렇게 움직이지 않은 몸이 많구나’하는 것이었어요. 충격을 받았지요. 또 그동안은 무용을 하면서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고 이기적이었는데, 필라테스 훈련을 하면서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됐어요. 지금 되돌아보니 그때 생각이 실현이 된 거네요.
정기헌 _ 무용가로 활동을 하면서 신체트레이닝을 많이 했을텐데 쓰지 않던 새로운 근육의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국립발레단에 계셨죠. 영국에 간 것은 몇 년도인가요?
전홍조 _ 1996년도에 갔어요. 국립발레단에 있다가 부상을 당해서 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좀 나이가 들어서 갔죠.
정기헌 _ 저도 요가를 몇 년 했습니다. 요가를 하는 중에 호흡에 대해 무척 강조하는데, ‘내 몸에 이런 부위가 있구나’하고 깜짝 놀라곤 했었습니다. 흉근이 최고로 팽창하였을 때 내 몸 안에 이런 부분이 있다고 말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필라테스에서도 호흡을 할 때 집중을 강하게 해야 하잖아요? 제스츄어나 동작에 맞춰 호흡을 많이 강조하니까 그 순간에 집중을 하게 되면서 머릿속을 비우게 되고, 그 자체가 힐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필라테스의 전 훈련과정은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를 가르치는 것
전홍조 _ 독일 사람인 ‘조셉 필라테스’가 필라테스를 만들었는데, 세 가지 철학을 갖고 있었어요. 첫 번째는 필라테스를 하면서 전신이 건강해져야 한다는 거예요. 전신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도 고려하고, 햇볕, 신선한 공기, 청결도 필요하고,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두 번째는 전신의 참여를 위해서 레크레이션을 하라는 거예요. 그리고 세 번째가 호흡이에요. ‘조셉 필라테스’는 필라테스의 전 훈련과정이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필라테스’라고 하지 않고 ‘콘트롤로지 무브먼트- 조절 움직임학’이라고 했지요. 즉 움직이면서 호흡을 하고, 또 집중을 하면서 정신과 일체, 영혼까지도 통합하라는 것이 ‘조셉 필라테스’의 철학이에요. 필라테스 호흡은 복식 호흡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하는 거예요. 바로 우리 몸이 원하는 호흡이죠.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어 놓으신 호흡을 필라테스를 통해서 하는 거예요.
정기헌 _ 호흡은 움직임이나 심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어떤 숨을 쉬는가가 인생에도 사람과의 관계에도 굉장히 중요하구요. 또 바른 자세로 호흡을 하는 것이 인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댄스테라피에서도 호흡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으로써, 또 다른 치유의 과정에서도 호흡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말씀해 주세요.

필라테스는 호흡과 더불어 과학적으로 신체를 단련시키기 위한 목적이 분명해 보여
류분순 _ 네. 작년에 우리나라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죠. 참사 이후에 가톨릭 고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의 나눔 재단’에서 안산 트라우마센터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전화가 왔어요. 사실 그때는 안산 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큰 충격으로 알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죠. 안산 시민들은 자신이 직접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웃이나 같은 학교 학부형인 경우가 많아서 더 힘들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무용치료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제가 단번에 하겠다고 했어요. 우리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안산 트라우마센터에 갔는데 한 50명 정도 오셨더라구요.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스트레스로 인해서 암이 발병한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무용치료는 결국 정서 치료인데 첫 번째가 호흡으로 시작합니다. 몸의 감정, 몸의 기억, 몸의 지혜라고 말 하는데, 인간의 몸이 감정을 담고 있어서, 먼저 긴장된 몸을 호흡을 통해 이완시키는 것이 중요하지요. 온 몸으로 호흡만 깊숙하게 해도 정서적 이완이 되지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괴롭거나 힘들 때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호흡을 차단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굉장히 놀라거나 두렵거나 공포를 느낄때 숨을 딱 멈추고 호흡을 안 하고 긴장하게 되거든요. 그러다가 놀란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해 졌을 때 호흡을 하면서 ‘아 살 것같다’ 하게 되죠.
그런데 충격을 받거나 놀란 경우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호흡을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호흡을 깊이 못 하거나, 거칠고 짧거나, 탁탁 막히는 호흡을 하고 있는 거죠. 그것을 자각시켜서 호흡을 길게 하고, 몸 전체로 호흡을 보내면 몸이 이완이 돼요. 그러면 우리 몸에 감정의 컨테이너, 즉 감정공간이 생기는 거예요. 우리가 감정을 느끼면 고통스러우니까 호흡을 멈춰서 감정을 닫아 놓는데, 다시 호흡을 하게 하면 감정의 공간이 다시 생기는 거죠. 그렇게 억눌려 놓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것이 치료의 첫 번째 단계예요. 감정을 느끼다보면 고통의 기억만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삶에 있어서 아주 안전한 공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기억 속에서 안전한 좋은 사람이나 안전한 공간, 안전한 자연의 공간을 찾아 가게 하는 과정에서 호흡이 무척 중요해요. 어떤 사람들은 호흡만 시켜도 울음이 터지고, 몸의 기억들이 막 일어나서 많이 울어요. 이후에 다음 단계로 가게 해줘야죠. 호흡이 그렇게 중요해요.
전홍조 _ 실제로 우리가 일반인에게 필라테스를 가르칠 때 사람들이 호흡을 잘 안 하고, 숨을 쉴 줄 몰라서 지도자들이 많이 놀라요. 사람들이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