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춤협회(구 한국무용연구회)의 「한국무용제전」이 올해 29회를 맞는다. 전 이사장(2002~2012년)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 「한국무용제전」은 1985년 국제무용주간을 기념하여 문화방송(MBC)과 공동으로 처음 열렸다. 한 무용제가 29회 동안 독자성을 갖는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매년 하나의 주제를 두면서 한국창작춤의 경계를 넓혀나가도록 무용가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춤협회는 한국춤을 창작하는 작업을 초창기부터 꾸준히 진행해오면서 개인발표의 장이 아닌 공동논의의 장이 되도록 노력했기에 우리나라 예술운동의 큰 획을 긋고 있다고 하겠다

─ 한국춤협회에서 봄에는 대극장에서, 가을에는 소극장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만 대극장과 소극장 공연이 별 차이가 없어 극장예술로서의 공간감각에 아쉬움을 느낀다.
□ 한국창작춤이 현대춤이나 발레에 위축되는듯한 느낌을 90년대 말에 받았다. 90년대가 무용의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작품이 많았는데 실질적으로는 좋은 작품은 나오지 않고.. 그래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의 독자성을 갖춘 창작의 한 장르로서 서지 못한채 오히려 전통춤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춤 창작에 기여하고자 체제를 정비해 예전에는 이사장 중심으로 무용강습등 이런 이론화된 형식이었다면 이제 조직적으로 분과를 나눠서 무용제전 일을 분담하고 학술은 학술대로, 강습회는 강습회대로, 콩쿨도 잘 진행되고 있다. 새로 백현순 이사장이 맡고부터 소극장에서 전통춤도 하나 더 만들어서 했고, 계속 확장돼가는 추세다.

─ 이번에 출품하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
□ 그동안 개인작품을 거의 못했다. 장애문화예술진흥개발원에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연예술에 집중하기도 했었고…. 이번 “아리랑 아홉고개”인 「한국무용제전」의 테마를 가지고 오래전부터 하고싶었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 작품을 만들어보았다. 싸이클, 즉 순환. 동양과 서양의 공통적 주제인 사랑으로 잡고, 특히 베싸메무쵸는 플라멩고, 스페인의 열정적인 부분이고 아리랑은 민족의 정서, 한이라고 보았다. 유행이 돌다보면 제 자리로 다시 오듯 문화의 정체성을 넘어서려는 시도였다. 한국춤의 기본동작, 발꿈치로부터 하고 호흡으로 하고 서양의 춤은 발끝을 들고 수직으로 했다면 지금은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무대예술이 동양이라고 서양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리랑이 한을 극복하는 거라면 베싸메무쵸는 열렬한 사랑, 뒤에 어떻게 되든 열렬하게 키스를 해달라는 내용이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이 둘이 같을 수도 있다. 스토리보다는 이미지, 의상의 변화와 음악의 변이에 관심이 있다.

─ 페스티벌이지만 경선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신작무대라는 것이 중요하다
□ 찬반여론이 있었지만 2년 전부터 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긴장하면서 작품에 임하게 된다. 예전부터 무용제전의 특징은 우리가 그래도 의욕적으로 자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무용제전을 통해 자기 작품의 세계를 넓혀온 무용가들이 많다.

─ 특별히 장애인 관련 문화예술활동이 눈에 띈다. 어떻게 시작하고 성과는 어떤가
□ 95년에 『빈산』이라는 김지하의 시를 갖고 작품을 만들었다. 그 걸 보고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 이철용 원장께서 대본을 하나 보내왔다. 딱 20년 전이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버텼는데 설득에 넘어갔다. 또 나 나름대로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 나를? 평론가를? 학생들을 위한?”하는 회의, “대중화얘기를 많이 하지만 과연 뭐가 대중화인가?”하는 고민에서 내 춤주제가 고독일 수 있고, 사랑일 수 있고, 장애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제일 춤과 맞을 것 같아서 수화도 배우고, 시작장애인이 된 순간의 마음, 대학로에서 장애인(휠체어)체험대회에도 참석하고… 결국 완성된 『우리 함께 춤을 추어요』는 그해 12월22~24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3일이나 공연했다. 그런데 3일간 너무너무 많이들 보러왔다. 그때 무용가로서 용기가 났다.
다음해는 내가 창작무용을 시작한지 30년이 되는 기념공연으로 신작 『어엄마 우으섰다』를 토월극장에서 공연했다. 그때는 장애인, 소외계층 이런 말이 없었다. 공연을 보면 그게 하나의 치료일 수도 있고
처음에는 작품성 그대로 소재만 가져왔다면 2009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장애인 문화예술 부서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그래서 직접 장애인을 가르쳐서 무대에 올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고 『하얀 선인장』을 창작했다.
사실 장애인만 장애인이 아니라 내가 뭐를 혼자 못하면 그게 장애다. 그래서 유아라든지 노인, 다문화 이웃 등을 보듬어야한다.

─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한 공연인데 무용수로서 손색이 없었다.
□ 2011년부터 했는데 2013년에 문화예술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협업’이라는게 생겼다. 이제 ‘교육과 함께하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나 자신이 대학에 있으니까 이제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르코도 있지만. 2013년에 이어 올해에는 서울여고, 영등포여고, 문래청소년수련관, 천안쌍용복지관, 노원국제장애인단체 등 5개의 학교 및 단체와 협력해서 공연을 하게 된다

─ 일반학교인데 장애인 공연이 가능한가
□ 요즘은 통합교육이라 해서 장애인들의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가 있다. 특수교사들도. 몸으로 뭘 하는게 굉장히 어렵다. 지도자가 2배 3배 더 힘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들한테는 이게 더 매력이 있어한다. 첨에는 할 수 있는 사람만 무대에 올리려 했는데 아이들이 다 하려고 하고 열정적으로 임한다. 그래서 결국 다 무대에 올렸다. 그러다보니 더 힘들다, 작품으로 만들어야 되니까.

─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닌듯 싶다.
□ 매번 새롭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내가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 부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공연예술파트를 맡고 있는데 내년에 무용페스티발을 개최할 예정이다.
처음에 장애인들 측에서 보면 ‘저거 비장애인들이 다 하는거 아니야?’ 이런 우려. 또 비장애인들 쪽에서는 ‘저 장애인들 뭐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해야한다고 바뀌고 있다. 장애인단체에서도.
이건 전문인이 다가가야 같이 공유하며 할 수 있는 것이다. ‘소통’이라고 하지않나? 소통은 마음이 첨부터 맞아서 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끼리 같이 하면서 극복하는 거다.
내년은 장애인예술진흥개발원이 20주년을 맞는다. 무용만 집중적으로 하지 말고 같이 어울려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다.

─ 20세기가 정보화사회라고 하면 21세기는 창조와 예술의 사회인 ‘드림소사이어티’라는 말이 선언처럼 번지고 있다. 결국 각자의 삶에 꿈과 예술이 들어가 있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인데, 20주년 페스티벌이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교육과 함께하는 공연’이 4월 장애인 교육으로 시작해서 10월16일 공연까지의 일정이다. 천안까지 확대된 5개 학교에서 각각 공연하고, 나중에 통합해서 다른 단체하고 전문가들과 같이 무대에 올린다. 그리고 지난 90년 『날씨 때때로 맑음』으로 창단공연을 가진 윤덕경무용단이 올해 25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서 「윤덕경 창작춤세계」(가제)라는 책을 통해 그간 작업해온 36개의 창작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려고 한다.

─ 25주년 축하드린다. 마지막으로 한국창작춤을 이끌어온 대표중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 우리만 있는 무용의 3분법, 한국춤, 발레, 현대춤. 한국창작춤이라는 용어에 지금은 또 컨템포러리화도 해야하고…. 우리의 춤이 있다. 한국춤을 한 사람들의 춤, 정체성, 춤에 대한 정신, 동작으로 보면 호흡, 이런 것만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발레가 프랑스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이 됐지만 러시아의 발레에선 힘있고 열정적이고 러시아의 민속적 춤이 담겨있고 문화가 담겨있다. 일본의 춤도 가장 일본적인 춤이지 않나. 우리의 정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