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뮤지컬 「영웅」이 오래 동안 꿈꾸어 왔던 소원을 성취했다. 지난 2월 7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의 국제 컨벤션 센터 환구극장(環球劇場)에서 「영웅」의 공연을 무사히 끝마쳤기 때문이다.
언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공연 후반부에 안중근 역의 강태을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을 연기한 후 “대한독립 만세”를 우렁차게 외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열렬한 호응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지난 해 1월에 하얼빈 역에 설립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작년에만 이곳을 찾은 한중 양국의 방문객이 12만 명이나 된다.
하지만 뮤지컬 「영웅」은 중국 땅에서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연극공연의 최초적 시도는 아니다.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이 일어난 바로 2년 후에 한국인이 아닌 중국의 연극인에 의해 무대화되었다. 중국 근대연극사 관련의 자료를 보면 그 당시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은 정치적, 사회적으로만 아니라 연극적으로도 중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애국주의의 표상으로 추앙되어 현대극은 물론 인형극으로 공연되었다. 먼저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은 중국 근대초기의 문명희(文明戱) 극단에 속하는 진화단(進化團)에 의해 무대화되었다. 이 극단은 1910년 일본의 신파극을 연구한 임천지(任天知)가 상해에서 설립한 것으로 주로 봉건통치를 공격하고 개혁을 주장하는 연극을 공연했는데 1909년 9월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이 일어나자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중국인의 반대의사를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즉각 이 사건을 무대화하여 상해를 비롯한 무한(武漢), 장사(長沙) 등에서 공연했다.
그리고 인형극 분야에서는 중국 최초의 공산주의자였던 이대소(李大釗)에 의해 그의 고향이었던 악정현(樂亭縣)에서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다」라는 제명으로 공연했다. 악정현은 중국 그림자 연극의 고향으로 이대소는 어렸을 때 많이 본 적이 있는 그림자 연극을 활용하여 당시 중국인에게 큰 충격을 준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을 무대화하여 민중의 애국주의를 고취했는데 그가 쓴 대본은 후에도 고향의 유명한 인형극단에 의해 계속 무대화되었다. 에이콤의 뮤지컬 「영웅」은 전반적으로는 호평이었지만 부분적으로 시정할 것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링링과 설희라는 가상적 인물을 내세워서 멜로 드라마적인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은 경청할만 하다. 제작진에서는 대중적 공연을 지향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뮤지컬의 대중성은 등장인물의 깊이 있는 묘사라든가 정감 있는 음악에서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저격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표현할 때는 관객이 쉽게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멜로 드라마적 구성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결론을 말하면 뮤지컬 「영웅」은 최근에 볼 수 없었던 수작이다. 무엇보다 일반의 뮤지컬과 달리 한국적 주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통해 예술적 깊이와 대중적 공감을 획득했다는 점은 오래 동안 상찬의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