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지난 주말 나는 하루에 한 편의 영화와 한편의 실험창극을 보며 문화로 넘치는 하루를 보냈다. 고등학교 3학년 손녀딸이 그 영화를 꼭 봐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즈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음향과 스크린이 훌륭한 공간에서 그 영화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코엑스몰에 있는 영화관을 예약하고 온 식구가 출동하였다. 나는 근래에 드물게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감동적인, 그러면서도 사람을 만드는데 그것도 천재를 만드는데 과연 채찍(Whiplash)의 위력은 올바른 것인가 하는 여운을 남기는 과제를 안고 왔다. 세계는 점점 여러 이유로 애들, 어린이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너무나 관대하고, 너무나 자유분방하게 교육을 하며 가장 창의적인 인간을 배출하는 게 이상적인 교육방법이라고 가르친 청년층을 배출하는데 그 청년층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취업난에 몰려 전전긍긍하는 사회 속에 몰아넣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영화는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고, 그에 도전하는 앤드류가 우연한 기회에 최고의 실력자인, 그러나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안겨주는 플랫쳐의 지독한 교육방식 속에서 자신의 최고 경지를 경험하는 과정 그 자체다. 두 배우의 연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실 그 자체다. 꾸밈과 설명이 필요 없다. 경연대회에 임하는 재즈악단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지함과 초조함, 가장 정확한 고도의 경지에서 우러나는 자유로움에 도달하기 위해 피나는 열중과 절제가 긴박한 상황 속에 묻어나며 두 거인은 자기를 뛰어넘는 한 인간의 경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감독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의 위력은 설명이 필요 없는 마지막 장면의 앤드류의 쾌거로 관객을 압도한다. 돈을 쏟아 붓고, 스토리의 타래를 엮으며 관객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훌륭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는 드물다. “가장 경제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영화다. 반면 아주 어렵사리 마련한 국립극장의 창극 「코카서스백묵원」은 창극의 현대화작업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무대였다. 국립창극단이 벌써 70년대 허규 연출가 때부터 실험해 여러 연출가들의 작업을 거쳐 오늘날 김성녀 예술감독을 맞이하여 박차를 가하며 외국의 작품도 창극으로 올릴 수 있겠다는 당찬 실험을 진행하는 중, 전석을 매진하여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작업이다. 독일의 연극이론가이며 극작가로 현대연극을 이해하려면 브레히트(B. Brecht)를 간과할 수 없는 작가이다. 또한 그 작품구성의 헐거움과 시대 및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비판정신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가로 특히 이번 정의신 대본 연출, 이태섭 무대, 김성국 작창, 작곡의 무대는 이 작품이 품고 있는 폭과 깊이를 궁간 구성으로 대변하며 작창, 작곡을 한 김성국의 음악으로, 복잡한 구성의 연극이, 창속에 녹아들며, 관객에 다가가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었음은 가장 큰 성공의 근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唱)’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데에는 원작이 갖고 있는 깊이와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보이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창극의 발전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