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현행 저작권법 제33조에서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등 신체장애가 있어 비장애인들과 같은 환경에서는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특수한 환경을 구축해주기위한 방편으로서 저작재산권과 관계없이 자유로운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곧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덕목이며, 나아가 이러한 저작물 이용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여지가 적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표된 저작물은 시각장애인 등을 위해 점자로 복제·배포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점자(點字)란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문자를 활용하는 수단으로서 사실상 경제성이 별로 없으며, 신체장애자들을 위한 복리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제한해도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공표된 저작물을 앞을 못 보는 사람을 위해 점자로 복제 및 배포할 때에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이 필요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시각장애인 등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시각장애인 등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 공표된 어문저작물을 녹음하거나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전용기록방식으로 복제·배포 또는 전송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번역해서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 저작물에 대해서는 그 출처를 명시해야만 한다.
문제는 출판사가 도서 내용이 담긴 파일을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 데 있다. 만일 출판계의 협조가 없다면 누군가 일일이 도서 본문을 입력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오타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어느 국회의원이 도서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곧 국립중앙도서관장이 납본 요청할 수 있는 도서관 자료를 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료로 변환 및 제작이 가능한 자료로 명시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30일 이내에 납본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나아가 납본 요청을 받은 출판사 발행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요청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납본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립중앙도서관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도서관자료(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료로 변환 및 제작이 가능한 자료로 한한다)를 발행 또는 제작한 자에게 이를 디지털 파일형태로도 납본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법 개정안 발의를 두고 출판계가 발끈하고 나선 모양이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저작자와 출판사들의 권리 보호나 사적 재산에 대한 이해, 책 데이터 보안문제 등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편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 취지를 살리려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의미를 갖게 된다. 무조건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되지만, 단체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서도 안된다. 시각장애인도 독서 혜택을 누릴 주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