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KBS의 클래식 전문 FM 방송이 전파를 날린 지 올해로 36년이 된다. 공영방송인 KBS는 현재 음악방송을 주도하는 FM 채널이 두 개가 있다. 그 하나가 클래식 FM이고 또 대중음악을 주로 하는 해피 FM이다. 처음에는 제1, 제2로 이름 붙였다가 요즘에는 자리매김 되었다.
1979년 당시 KBS 라디오 방송의 책임자였던 이상설(작고)과 음악방송 책인자인 권오성(한양대 명예교수)의 각별한 노력으로 KBS FM이 생겨나고 서양의 고전음악과 한국의 전통음악을 주로 방송하는 FM 채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는 대중음악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어서 서양의 순수음악과 국악을 주로하는 방송을 고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서양음악과 국악의 편성 비율이 8:3으로 고정된 것도 그때부터이다. 그 뒤 대중음악의 수요가 늘면서 해피 FM이 독립하게 된 것이다.
36년은 우리가 일제에 강점되었던 기간의 길이와 맞먹는다.
KBS의 클래식 FM은 실제로 우리나라 서양음악 분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다. 클래식 음악을 선호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가고 청취자들은 음악에 대한 인식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실제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KBS가 투자하는 예산과 인원의 규모에 비한다면 KBS가 큰 덕을 보고 있다. KBS TV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데도 KBS FM은 묵묵히 음지에서의 역할을 다해 KBS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상대적으로 국악부문은 권오성이 방송을 떠나자 홀대를 받고 있다. 개국공신들도 정년이 되어서 제1기생들은 일을 마치었다. 그 뒤 국립국악원이 국악방송을 시작하면서 국악부문은 답보상태에 있다.
KBS FM은 지난 2월 달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청취자들이 선호하는 음악을 알아보는 조사를 실시하였다. 가장 선호하는 작품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다. 나로서는 조금 뜻밖의 결과였다. 선호하는 10곡 가운데 베토벤과 바흐, 모차르트 등 독일 고전음악과 비발디,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 시벨리우스, 쇼팽, 리스트의 작품에 포함되었고 독일 음악 중심에서 유럽의 주변국가 작품으로 확산되었다. 물론 이 조사는 방송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작품이 더 많은 표를 얻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의 종주국인 영국의 BBC는 유사한 조사를 했는데 첫 번째가 영국의 작곡가 본 윌리암스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KBS는 한국의 작품, 한국의 작곡가를 선호하는 청취자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투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방송의 이름도 우리말로 바꾸어야 할 것이고, 국악방송도 양과 질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연주자를 키우는 음반제작도 FM의 큰 성과였다.
4월 1일 개국기념일을 기해 새로운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