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서울시무용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공립무용단
심정민 _ 오늘은 서울시무용단을 조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국수호 선생은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지신 분이고, 서울시무용단 주역이신 신동엽 씨, 박수정 씨 함께 했습니다. 올해 서울시무용단에서 국수호 선생과 대작 『신시』를 공연한다고 들었습니다.
국수호 _ 제가 1996년에 서울시무용단과 작품을 한 번 의뢰받았던 인연이 있습니다. 이후 제가 국립무용단 단장으로 가면서 시립무용단과는 작품을 같이 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서울시무용단에 제자들도 있고, 제 작품을 많이 그리워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몇년전에는 저에게 삼고초려해서 예술감독으로 오라고 한 적도 있었는데, 이래저래 인연이 안 닿았어요. 시간이 좀 없기는 하지만, 이번 『신시』는 다 준비되어 있던 작품을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 바꿔서 서울시무용단에 걸맞게 만들었어요. 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맞게 만들었지요. 한국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도시인 ‘신시’를 무대로 해서 작품을 올립니다.
심정민 _ 서울시무용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공립 무용단의 하나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무용계 대외적으로 폭발적인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신동엽, 박수정 두 분 역시 사실상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무용수임에도 불구하고, 국립무용단의 주역들에 비해서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신동엽 _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공부했고, 학교 다닐 때 정승희, 김현자 교수가 계셨어요. 국립무용단에서 단원생활을 1년간 했고, 서울시무용단에 들어간 지 벌써 12년 째 되지만 위로 선배님들도 많이 계세요. 저희가 단원을 많이 뽑지 않아서 그렇게 위 기수는 아니고 저도 막내 축에 속해요.
국수호 _ 신동엽 씨는 전주 출신이구요,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창작 실기를 공부했으니 그 학교가 스승인 셈이죠. 그런데 서울시무용단이 그동안 스타를 안 키웠어요. 전통무용단이 아닐 바에는 스타를 키워서 주연 무용수, 중간 무용수, 노장, 원로 무용수 이렇게 단단한 구성으로 무용단이 정통성을 가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시립무용단은 이상하게 주인공을 안 키웠던 것 같아요. 내가 신동엽 씨를 십 년 넘게 쭉 지켜봤는데 인간성도 좋고, 잘 다듬으면 충분히 한국무용계의 대들보 역할을 할 인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의 깊게 무용계의 동향을 볼 때 한 번도 주목 받지 못하고, 시립무용단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주인공만 하는 식으로 지내온 것 같아요. 신동엽 씨가 조재혁 씨와 동기죠?
신동엽 _ 친구예요. 나이는 같은데 동기는 아니에요.
국수호 _ 조재혁 씨와 또래인데, 내가 조재혁을 ‘조제’해 봤지만(웃음), 이번에 신동엽을 ‘조제’할 기회를 갖게 됐어요. 그래서 안무하는 법도 가르치고, 큰 무대에 서는 법도 알려주고 있어요. 내가 그냥 이번 작품, 이번 공연만 끝나면 된다는 생각에서 시립무용단 작품을 맡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짧은 시간이지만 예술에 대해서, 춤극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싶어요. 또 안무하는 법, 안무하는 태도, 안무자의 능력은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신동엽 씨를 비롯한 시립무용단 단원들이 보고 배우면서 ‘아, 저렇게 해야겠구나’라고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이번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택한 거예요.
박수정 _ 저는 오철주 선생께 전통춤을 사사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공부하면서 양성옥 선생께 배웠어요. 서울시무용단은 지금 4년차 정도 됐어요. 감사하게도 무용단에 들어가면서부터 『백조의 호수』 주인공을 시작으로 해서 대다수의 정기공연 주역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 선생 말씀처럼 우리 무용단 특성상 주역이 크게 부각되거나, 밖으로 잘 노출되지 않아요. 또 국립무용단처럼 스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에요. 그런 실정이다 보니 저희가 아무래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대학 졸업 후 바로 국수호 선생을 만나서 성남아트센터에서 했던 『남한산성에서 피는 꽃 이화』로 데뷔하는 등 대작에 많이 참여했어요. 『천무』 공연으로 베이징올림픽에도 갔다 오고, 『월인』, 『낙랑공주』 등 여러 작품 주역을 했어요. 그렇게 대작을 많이 경험하고 무용단에 들어가서인지, 『백조의 호수』. 『황진이』 등 임이조 단장 계실 때 했던 작품들에서도 부족하지만 주연을 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시무용단의 쇄신과 제2의 도약을 위한 5개항의 제언
심정민 _ 서울시무용단이 1974년에 창단되었으니 올해 41주년이 되었네요. 1980년대 배정혜 선생이 계실 때는 국립무용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던 것으로 압니다만, 근래 들어 대내외적인 활동이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용계 안에서도 서울시무용단이 연간 어떤 활동을 전개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연간 사업을 러프하게라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의 경우를 들어 시즌공연, 기획공연, 순회공연, 해외공연, 기타 사업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박수정 _ 공연 횟수가 다른 국공립 단체에 비해서 많지가 않아요. 잘은 모르지만, 시에서 예산을 받아서 하다 보니까 늘 예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상반기, 하반기 정기공연이 있고, 그것을 제외하면 손가락에 꼽아요. 굉장히 굵직한 시즌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반기에 하나, 후반기에 하나 정도예요.
신동엽 _ 30회가 넘지 않는 것 같아요.
심정민 _ 시즌공연 때는 신작을 내곤 하는지요?
박수정 _ 신작이 나올 때도 있고 기존에 했던 공연을 할 때도있어요. 작년에는 그 전년도 정기공연이 신작이었는데, 그 공연을 개작 개념으로 올렸어요. 순회공연은 없고, 서울시 연계사업으로 연계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구로아트밸리, 소월아트홀 이런 식으로 각 구별로 문화회관이 있잖아요? 그런 극장들이 서울시 산하에 있는 거니까 그렇게 찾아가는 공연을 종종 해요.
신동엽 _ 시민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는 거예요.
심정민 _ 해외 공연은 어떻습니까?
박수정 _ 해외 공연은 별로 없어요. 마지막 공연이 재작년에 한 두바이와 쿠웨이트 공연이에요.
심정민 _ 서울시무용단이라면 전폭적인 지원이 되어야 하는 단체인데, 예산 지원이 많지가 않은 인상입니다만.
신동엽 _ 네, 우리는 연간 예산을 받는 상황인데, 그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꾸 깎이고 있어요. 2011년, 2012년 『백조의 호수』 공연할 때는 예산이 좀 여유가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 예산이 40% 정도 삭감이 되었어요. 그래서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해요.
박수정 _ 그래서 참담하게 재작년 정기공연을 엠시어터에서 했거든요. 단원들이 굉장히 많이 속상해 했어요. 이번에 오랜만에 대극장에서, 국수호 선생 모시고 정기공연을 하게 된거예요.
심정민 _ 현재 서울시무용단의 활동이 너무 침체되어 있고, 대내외적으로 두드러지는 활약상을 찾아보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이젠 쇄신을 통한 제2의 도약에 사활을 걸 수밖에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5개 정도로 진단해 보았습니다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산 확충이 제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무용단에 예산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진행될 수 없으니까요.
박수정 _ 우리 예산 집행 부분에 있어서 서울시 감사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예산 집행에서, 하다못해 소품이나 의상을 구입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감사를 받고 단장이나 사장이 시의회에서 계속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예산이 책정은 되어있지만 그 예산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 같아요. 예산 자체도 적지만요.
심정민 _ 마침내는 단체를 해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요?
박수정 _ 그건 잘 모르겠는데 돈은 주면서 ‘어디 한 번 잘 써봐라, 어디에 썼는데’ 이렇게 계속 감시하니까….
심정민 _ 지금 국립무용단도 실질적으로 예산이 적어서 문제인데 서울시무용단은 거기의 몇 분의 일 정도 밖에 안 되는 상황인 듯합니다.
박수정 _ 실제로 기획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연에 필요한 부대비용을 쓰고 나면 홍보비가 없다고 해요. 홍보 마케팅 비용이 없다보니 국립무용단처럼 스타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기획팀에서 우리 주연 무용수들한테 늘 미안하다고 해요. 홍보라고 해야 SNS나 인터넷 블로그 이런 것밖에 못해주니까요. 임 단장 계실 때는 자비로 스팟 영상을 제작한 적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예산 때문에 부딪치는 문제가 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심정민 _ 국가의 정책 방향이 창조경제, 문화융성입니다만 서울시에서는 서울시무용단에 관한한 주요한 흐름을 거스르는 행정을 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1세기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를 통한 문화융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과 실천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서울시에서는 그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무용단의 예산을 40%나 삭감하고 거기에다가 어디에 썼는지 감시, 감독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에서 문화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높이 책정하여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21세기에 나아가야할 방향을 잘 이해하고, 서울시무용단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예산 확충부터 시작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 세부적으로 언급하려고 했던, 서울시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