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온다.
만물이 소생하여 살아있음의 행복과 감사를 한가득 가슴에 담아야 하는데, 세월호 사건의 함정, 성완종의 죽음이 몰고 온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의 실타래, 아베 총리(일본)와 미국의 오바마가 엮어가는 세계정세의 밀어닥친 불확실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팔을 비롯한 주변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지구의 물리적 변화. 나는 오늘의 이 현상을 보면서 100년 전, 일본이 정한론(征韓論)을 펼치면서 밀어닥친 고종 황제와 ‘대한제국’의 시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고종 황제가 국내외로 몰아닥친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1897년 10월 12일 원구단(환구단)에서 하늘에 그 사실을 알리는 제사 「친시원구의」를 올린 후 황제에 등극하고 다음 날 대한(大韓)이라는 국호를 선포함으로써 조선이 제후국이 아닌 황제국임을 천명하였다. 오랜 중국과의 기존의 관계를 청산하고 비로소 당당한 한 황제국이 되었음을 세계에 선포하는 동시에 ‘대한제국’이 세계 속에 당당하게 우뚝 자리 잡았음을 공포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나!
그것도 당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경황이 없는 가운데 이루어낸 고종의 대인다운 모습이다. 1894년 일본은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일전쟁을 유도하였으며, 1895년 을미사변을 일으킨 가운데 신변 위협을 느낀 고종이 1896년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하면서 덕수궁 수리를 명령하고 명성황후의 빈전을 경운궁으로 옮기고 자신도 경운궁으로 복귀한다. 국왕 자신의 신변 위협은 말할 것도 없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말미암아 나라 안 정세가 풍전등하와 같을 때, 명성황후의 장례도 치루지 못한 가운데 고종이 실천한 대단한 결의의 소신이다. 무능하고 우유부단하다는 말로 매도되었던 고종의 모습이 이번 국립국악원에서 재현된 고종의례의 「대한의 하늘」(4월16~1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황제인 고종황제의 지도자로서의 결연한 의지와 23가지 의례의 내용 중 5의례에 집중 조명함으로써, 대한제국의 후손인 이 땅의 국민으로서 새삼스럽게 긍지와 자부심을 갖은 좋은 자리를 경험하였다.
우선 이번 국립국악원이 고종대례의를 통해 관객에게 준 큰 선물은
① 100년 전 당시 우리의 현실을 지금의 우리 현실과 대비해 보면서 느끼는 긍지와 애국심이다. 절제와 기품을 느끼게 해 준 의례의 구성과 그 속에 담긴 악가무의 품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격을 담고 있었다.
② 비록 14년 만에 끝난 대한제국이지만 고종대례의궤의 존재와 그 실현을 재현함으로써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민이 느끼는 우리 역사에 대한 연민, 우리 궁중의례와 악가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준 큰 행사였다.
③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을 비롯하여 정재국 예술감독, 한명옥 무용단예술감독, 송지원 국악원 연구실장(고종, 자문 총괄)을 비롯하여 무대의 생동감을 살린 남동춘 연출의 공은, 오늘의 우리 가슴속에 역사를 되살아나게 한 훌륭한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고증으로서도, 공연으로서도 성공한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되기 바란다.